음악이야기 하나, Jazz x Hiphop (02)
재즈와 힙합의 교차점을 제시하다
가장 돋보이는 곡은 앨범의 끝자락에 배치된 "Rockit (Mega Mix)"이다.
그랜드믹서 D.ST.가 리믹스한 곡으로, 본 앨범에 수록된 "Rockit"을 중심축에 두고 앨범 수록 곡들을 샘플링해서 작업했다.
허비 행콕의 "Chameleon"의 주제부, 그랜드믹서 D.ST.와 인피니티 래퍼스(The Infinity Rappers)의 합작곡 "Grandmixer Cuts It Up"에서의 랩 벌스, 로널드 레이건(Ronald Wilson Reagon)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일부를 추가로 따왔다. 이는 소리의 집합으로 일정한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샘플링 작법 고유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더불어 허비 행콕의 훵크 시대를 열었던 "Chameleon"부터 본 앨범 수록 곡들을 한데 모음으로써 그의 커리어 일부를 아우른다는 상징성도 있다.
이 앨범을 기점으로 허비 행콕은 전자음악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그의 혁신적인 행보는 다소 평가절하된 감이 있는데, 이는 죽는 순간까지 혁신을 추구했던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거인과 시대를 공유한 탓이 크다. 허비 행콕이 추구하는 음악적 새로움은 결코 마일스 데이비스보다 작지 않다. 대중적/상업적 성과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살펴보면, [Future Shock]는 허비 행콕이 당시 재즈 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롭고 진취적인 소리를 추구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힙합의 요소들이 대부분의 음악 장르에 침투해 있는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Future Shock]은 힙합과 완전히 무관해 보인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건 힙합 앨범이 아니다. 힙합적인 요소들을 차용한 일렉트로훵크/퓨전재즈 앨범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힙합이 전면적으로 사용될 수 없었던 데는 당시까지 힙합의 완벽한 모델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적 배경이 컸다(그가 몇 년만 뒤에 작업했더라면 훨씬 더 힙합적인 앨범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재즈와 힙합의 조합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재즈와 힙합이 공식적으로 만난 최초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Future Shock]은 그 무엇보다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앨범이다. 1980년대 초에 이미 허비 행콕은 힙합을 의식하고 있었다.
Francis Kim | EEI NExtGen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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