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전통 영어 맞춤법 대회 "스펠링 비" 흑인 첫 우승
- 인도계 아성 허물어…'murraya'로 최종 승리
- 14세 농구 신동…하루 7시간씩 1만3천단어 연마
90년이 넘는 역사의 미국 영어 철자 맞춤법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 흑인(African American) 청소년이 우승을 차지했다.
9일 B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2021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NSB) 대회 결승전에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출신인 자일라 아방가르드(14) 양이 최종 승리를 확정했다.
이 대회에는 미국 기준 8학년 또는 16살 생일이 지나지 않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참가할 수 있다. 출제자의 발음을 듣고 참가자가 철자를 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방가르드는 최종적으로 열대 지방 나무 종류인 'murraya'를 맞춰 우승의 영예와 함께 5만 달러(약 5천7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날 결승전에는 아방가르드 외에 11명이 참석해 경쟁을 벌였다.
아방가르드는 '투덜대는', '불평하는' 등의 뜻을 가진 'querimonious', 발굽이 하나인 단제동물을 뜻하는 'solidungulate' 등의 단어를 잇달아 맞히며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앞으로 프로 농구선수를 꿈꾸는 그녀는 SNSB에서 우승한 최초의 '미국 흑인'이라고 BBC는 전했다.
앞서 1998년 당시 12세였던 자메이카 출신의 소녀 조디-앤 맥스웰이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그동안 이 대회는 인도 등 남아시아계 출신이 우승을 싹쓸이해왔다.
AP 통신은 2008년 이후 우승자나 공동 우승자 중 남아시아계가 없는 경우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아방가르드는 하루 평균 7시간 동안 1만3천 단어의 맞춤법을 연습해왔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미 한 번에 여러 개의 공으로 드리블하기 등 3개의 세계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인 스테픈 커리와 광고를 찍기도 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이번 대회 결승전 직전 참가자 및 가족을 만나 학문적 성취에 축하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SNSB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1945년 이후 75년 만에 처음으로 취소됐다.
이 대회는 1925년 첫 대회를 시작한 이래 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3∼45년을 제외하고, 매년 빠짐없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