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만능주의의 오류

양민 박사 칼럼

정보만능주의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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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머니는 아이를 처음 낳는, 100% 자기 만의 두렵고 힘든 경험을 한다. 실로 모든 것을 생전 처음 해보게 되는 것이니 얼마나 생소하고 겁이 날까? 가장 귀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을 혼자의 어깨에 짊어지고 생사를 거는 책임을 지고 어머니가 되는 일이니 아이를 품에 안고 벼랑끝 길을 더듬는 듯 하였을 것 아닌가. 자신의 능력과 지혜를 모두 내어놓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자연히 자신의 젊음과 온 삶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 어머니의 길인가 보다. 머릿속에는 "내가 하는 이 일이, 잘 하는 일인가?" 하는 고민을 달고 말이다.

 

그 고민은 주욱 이어져, 아이가 대입 준비 고교생이 되어서도 계속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 선택과 결정의 순간들에 누군가의 조언이 절실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그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새로 생긴 고등학교의 1회 졸업생이 갖는 어려움이 무엇일까?

 

고등학교 카운슬러로서 처음 부임하는 신참카운슬러가 갖게 되는 어려움은 무엇일까?

 

이들에게는 많은 자기 바깥의 정보들이 있다. 사실 정보의 홍수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능력과 지혜를 모두 내어서 최선을 다할 열정을 가지고 있기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이들에게 없는 것은 바로 "경험"이다. 자기가 하는 정도로 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를 하는 것인지 가늠하기가 쉽지가 않다. 해보지 않은 일에 확신이란 있을 수 없다. 사실 그들만이 아니다. 1회 졸업생이 아니고, 신참 카운슬러가 아니라고 하여도, 사정이 크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한 경험"이 쌓일 때까지는 그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두려움과, 선택과 결정시에 저지르게 되는 실수들은 쉽게 없앨래야 없앨 수가 없다.

 

자녀 교육의 경험, 학생 지도의 경험, 그리고 사회생활의 경험들은 비로소 해보고서야 얻게 된다. 그래서 그 경험은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다. 오죽하면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속담이 있겠는가?

 

요즈음 학부모들은 인터넷의 발달 속에서 정보 검색의 달인들이다. 

공통적으로 갖는 특성이라면, "나는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는 자신감이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며, 실제로도 훨씬 더 독립적인 문제해결사들이다.

반면, 이전 세대 학부모들은 정보의 부족함 속에서 근면과 인간관계등에 집중하여 발로 뛰어 정보를 습득하고 인맥으로 찾아다니면서 문제 해결을 하다보니 "엄마의 정보력"같은 구절이 생기기도 하였다.

 

근래 학부모들은 정보는 "내 핸드폰 속에, 원할 때 언제나" 찾고 있으며,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도 "핸드폰속에서" 찾아내고 있다. 그래서 혼자서도 쉽게 문제 해결의 방법들을 찾고 또 활용하고 있다. 

자신감도 있다. 물론 이 손쉬운 정보와 손쉬운 해결책들을 모든 사람이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그 모든 정보와 해결책들이 만점짜리들인 것은 아니다. 

 

피자 주문이나, 집찾기, 티켓예매와 같이 시간을 소비하던 일들은 순식간에 해결되고 있다. 또한 궁금한 것은 구글링과 유튜브로 해결하며 인간관계도 SNS로 더 폭넓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일은 이제껏 중요했던 "정보력"을 내 손 안 핸드폰 안에 넣었음에도 이제 정보력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의 양도 폭발하고 정보의 습득은 매우 쉬워졌으며 정보의 전달 속도 또한 엄청나게 빨라졌다. 그러나 득이 있으면 실이 있는 법. 이제 웬만한 정보는 이전처럼 "나만이" 가진 것도 아니고, 또 "남보다 내가 빨리" 얻는 것도 아니다. 즉, 이전에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도 우위에 설 수 있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엄마의 정보력"은 이제 평준화되고 있으며 이제는 정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거짓정보 또는 부정확한 정보들을 솎아낼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정확한 정보들 중에서도 얼마나 "나에게"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들을 구분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필요한 정보들 중에서는 "나에게" 더 가치있는 정보를 구별하여 우선 순위를 매길 수 있을지를 아는 지혜가 더욱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과연, 학부모들이 모두 그런 능력을 가진 것인가. 실상은 그렇지 않으며 그에 더해 대중은 많은 착각 속에서 헤매이고 있다는 것이 매우 두려운 사실이다. 핸드폰 속의 정보, 내가 10초 안에 얻어내는 정보들에 대해 대중은 마치, "내가 찾은 정보"라는 착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남이 준 것이 아닌 바로 내가 찾은 정보이니 "정확한 정보" 또는 "훌륭한 정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착각을 한다. 남의 얘기는 일단 눈에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덜 신뢰하고 내가 금방 구글링한 것은 "정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착각 말이다. 

 

이제 학부모들은 30년을 이 일만 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도 "그런 정보는 나도 알고 있으니,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있느냐?"라고 토로한다. 

 

그 말에는 두 가지 서로 배치되는 면모가 엿보인다. 첫째로는 나도 그 정도는 안다는 자신감이며 둘째로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아는 것 말고 쓸모있는 고급정보를 원하는 갈급함이다.  이 이면에는 정보가 만사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정보시대"의 크나큰 착각 "정보만능주의"가 있다. 사실 정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의 능력, 노력, 업적, 캐릭터가 중요한 것 아닌가.  

 

"정보습득의 용이"와 함께 따라오는 것은 "신속한 욕구 해결"이다. 자연히 y-gen, millennial 시기의 학부모들은 본인들이 해결하고픈 문제에 대한 신속하고 유용한 해결책의 빠른 발견과 운용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이러한 자신감과 주도적인 문제해결방식의 이면에도 어느 어머니나 공통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중요한 일을, 처음하는 사람 누구나가 갖는 어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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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민  (US Edu Con 대표)

http://www.useduconsul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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