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서 너머 > (3)

윤필립 칼럼

< 질서 너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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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은 저자의 12번째 법칙으로 끝난다.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최근, 감사에 대해 더 깊이 묵상하던 차라, 존경하는 저자의 맺음말이 감사인 것이 더욱 반가웠다.

 

사람은 자신의 고통을 심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초월하고, 사회와 자연에 널린 사악함뿐만 아니라 내면의 악의를 억제할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인생의 시련에 용감하게 맞서 고통을 현실적으로 개선할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초월할 능력을 지녔다. 이는 학파를 초월하여 정신의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인 동시에 인류가 어떻게 성공과 진보의 역사를 만들어왔는지 밝혀주는 열쇠다. 인생의 한계에 용감하게 맞선다면, 고통의 해독제가 되어줄 삶의 목적을 갖게 된다. 심연과 자발적으로 눈을 맞춘다는 것은 삶의 어려움과 그에 딸린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짊어질 능력이 당신에게 있다는 뜻이다. 그 용기 있는 행동만으로도 당신은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깊은 안도와 확신을 느낀다. 이는 마음속 깊이 존재하는 당신의 오래된 생물적·심리적 경보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면서 세계의 위험을 잘 파악하고 있음을 뜻한다.

 

인생의 한계에 용감하게 맞서는 일은 심리적 안도감을 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용적으로 유용하기까지 하다. 당신이 고통 앞에서 고결하게 행동한다면, 당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현실적으로 바람직하게 개선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 당신은 이 세계를 더 낫게 만들 수 있으며, 적어도 더 나빠지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양심에 귀 기울이면, 진실을 말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악의를 억제하는 메커니즘의 일부다. 거짓말하기를 멈추는 순간, 우리의 발걸음은 올바른 방향으로 성큼 나아간다. 우리는 고통을 제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통에 맞설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용감해진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남들을 보살핌으로써 현실의 고통을 개선할 수 있다. 인생의 실존적 재앙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비관적이기보다는 낙관적이고, 비관주의보다 낙관주의가 믿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순진한 낙관주의는 쉽게 흔들려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냉소주의가 자라난다. 하지만 어둠을 최대한 깊이 꿰뚫어 볼 때 그곳에서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는 빛이 흘러나온다. 이는 아주 놀라운 경험이자 큰 위안이다. 감사도 마찬가지다. 나는 실존의 무를 뼛속 깊이 느껴보기 전까지는 우리에게 있는 그 모든 선함과 우리를 피해 가는 그 모든 악함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고 믿는다. 자신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우리는 지금 가진 것에 제대로 감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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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장례식에서 강인함을 유지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 재앙·상실·원한·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은 당신 또한 그럴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당신은 아주 절박한 상황에서 그 사람의 강인함을 모방할 수 있다. 비극 앞에서 용기와 고결함을 보이는 것은 바로 그 상황에서 사람들이 흔히 정당화하는 파괴적이고 허무주의적인 냉소와 정반대로 나아간다는 의미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쉽지 않다. 당신은 사는 게 힘들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종종 힘든 상황에 처한다. 그때 당신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만나면 힘들다고 생각한 당신의 삶이 훨씬 좋아보인다. 삶이 얼마나 더 나빠질 수 있는지 깨달은 그는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믿었던 것에 죄책감마저 느낀다. 감사는 원망의 대안이며 어쩌면 유일한 대안일지 모른다. 감사는 삶의 어려움에 용감무쌍하게 맞서는 태도다. 삶인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자기 자신과 세계에 가장 좋은 것을 주고, 당신이 현재 무엇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잊지 않기로 용감하게 결심했기에 감사할 수 있다. 모든 존재와 가능성에 대한 감사는 세상의 변덕스러움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태도다.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그들에게 더 잘하겠다는 다짐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언제라도 세상을 떠날 수 있다. 친구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우정은 얻기 힘들기 때문에 그만큼 소중하다. 사회에도 감사해야 할 이유가 있다. 이 세상에 먼저 다녀간 사람들이 땀 흘려 노력해 사회 구조·의례·문화·예술·기술·전기·상하수도 같은 경이로운 기반을 남긴 덕분에 우리는 과거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고 있다.

 

사랑하겠다는 어려운 결심이 서야 아무리 힘들더라도 선하게 행동할 용기를 낼 수 있다. 만일 당신이 사랑과 용기라는 두 가지 덕목을 보여주겠다고 마음을 정했다면, 당신은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들지 않고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좋은 쪽으로 이끌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신뢰와 사랑에 기초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때 그 가능성은 정말로 기적을 일으킨다. 우리가 용기를 낸다면 상대방의 한계는 충분히 감사할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렇게 기적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심연과 어둠의 해독제를 발견할 수 있다.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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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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