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머리 독서법 > (3)

윤필립 칼럼

< 공부머리 독서법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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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조기 교육을 시키는 논리는 단순명료다. '많이 가르치면 많이 알고, 많이 알면 더 잘한다.' 단기적으로는 눈부신 효과를 거두는 경우도 많다. 3살짜리 아이가 한글을 읽고, 5살짜리 아이가 파닉스를 한다. 그러나 조기 교육이 아이의 뇌를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영유아의 두뇌는 신경 회로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매우 엉성한 상태예요. 엉성한 전기 회로에 과도한 전류를 흐르게 하면 과부하가 걸리듯, 과도한 조기 교육은 과잉학습장애 증후군, 우울증, 애착 장애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조기 교육은 조립을 채 끝내지도 않은 자동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 뇌 과학은 '영유아기는 공부를 하는 시기가 아니다'고 못 박는다.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뇌에 세 번째 층은 대뇌피질로 '생각하는 뇌(thinking brain)'라고 불린다. 지능, 사고, 언어 등을 담당한다. 0세부터 발달하지만 7세가 되어야 어느 정도 성숙한다. '뇌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고 태어나면, 6세까지는 감정, 정서 능력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7세 이후에는 학습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준비를 끝낸다.' 3살 아기가 한글을 깨우치고 알파벳을 외우면,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앞서간다고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뇌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는 중이다. 준비가 안 된 지능을 사용하는 것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이기에, 이때 아이의 뇌에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물질이 나와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의 성장을 방해한다. 영유아기의 공부가 뇌를 발달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뇌 발달을 가로막는 것이다.


학습 스트레스가 강하게 지속될 경우, 아이의 뇌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는다. 실제로 영어 영재, 독서 영재 중에 후천적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많다. 수많은 연구 보고, 다큐멘터리가 섬뜩한 사례들을 말한다. 고강도의 조기 교육으로 인해 후천적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이는 친구와 어울리기를 거부하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며, 무기력하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원인은 언제나 명확하다. 어린 시절부터 지속된 과도한 학습 스트레스가 대뇌변연계에 손상을 입혔다는 것이다. 뇌 단층 촬영 사진을 통해 눈으로 확인되는 명백한 장애를 갖게 된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이런 아이들의 후천적 자폐 증상을 일부 부모들은 천재가 되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후천적 자폐 증상보다 한 단계 낮으면서 훨씬 많은 아이가 겪는 증상으로 '과잉언어증(다독증)'이 있다. 이는 글자를 읽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글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증상이다. 3가지 주요 원인은, 지나치게 이른 조기 문자 교육, 습관적인 TV 시청, 작은 스마트폰 사용이다. 전 세계에서 이 세 가지를 가장 많이 하는 아이들이 우리나라 유아이다. 이것이 바로 교육 선진국들이 조기 문자 교육을 금지하는 이유이다.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의 저자이자, 미국의 저명한 독서교육 전문가인 짐 트렐리즈는 책 읽어주기가 아이의 학습 능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말을 믿지 않습니다. 이유는 비결치고는 너무 단순하고, 돈이 너무 안 들면서, 아이들도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림책 읽어주기는 아이의 대뇌변연계를 발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한참 키가 그는 시기에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중요하듯 한참 대뇌변연계가 발달할 시기에는 대뇌변연계의 성장을 촉진하는 활동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애정 어린 눈맞춤, 다정한 스킨십, 대화, 함께하는 놀이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림책 읽어주기에는 대뇌변연계를 발전시키는 이 모든 행위가 집약돼있습니다. 아이는 재미있다 싶은 책은 읽고 또 읽습니다. 같은 책을 다르게 읽어주는 과정에서 사고력, 관찰력, 어휘력, 창의력이 증가합니다.


핀란드를 비롯한 교육 선진국의 아이들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채로 학교에 들어간다. 겉으로 보기엔 우리나라 아이들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것 같다. 핀란드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도 공부를 하지 않고, 책에 대해 배운다. 대부분의 수업이 읽은 내용을 토대로 발표 토론 수업으로 진행된다. 독서가 수업이고, 수업이 곧 독서다. 핀란드의 유명한 교육철학인 '가르치지 않을수록 더 많이 배운다'는 이런 방식으로 구현된다.


독서교육의 관점에서는, 사교육과 스마트폰의 연계는 최악의 조합이다. 평일에는 빡빡한 사교육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고, 주말에는 학원 숙제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다. 남은 여가 시간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독서는커녕, 기본적인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근본적인 구조를 만든다.


아는 것은 힘이다. 반대로 모르면 해가 된다. 많은 검증된 자료들과 뇌 과학자들의 조언을 모르고 아이들을 방치하면, 해가 될 수 있다. 부모의 공부와 지혜만이 자녀들을 바르게 교육할 힘이다.


거산 윤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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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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