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3시간 엄마 냄새 > (1)

윤필립 칼럼

< 하루 3시간 엄마 냄새 > (1)

관리자 0

20여 년 동안, 정신과에서 심리 상담을 해온 저자 이현수 박사가 우리나라 아이들의 삶이 와르르 무너지는 원인을 소개했다. 첫째는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녀들을 행복한 아이가 아닌 실패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기 때문이다. '강남 불패'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그저 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 둘째는 뇌의 특성을 무시한 마구잡이식 교육 때문이다. 말문이 터지면 바로 교육 현장에 보낸다. 인간의 뇌는 3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생명 유지를 담당하는 뇌간이 1층에, 감정과 욕구를 담당하는 변연계가 2층에, 생각하고 판단하면 충동을 조절하는 대뇌피질이 3층에 자리한다. 엄마의 몸에서 나오기 전, 생명의 1층을 지은 아이는 15~20년 동안 감정의 2층을 짓는다. 1층과 2층이 튼튼하게 지어진 다음에야 지성의 3층이 견고하게 올라갈 수 있다. 1층과 2층을 부실하게 짓거나 아예 짓지도 않고 성급하게 3층만 거대하게 쌓으려고 하니 어느 순간 집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부모들이 바로 그런 집을 짓고 있다. 내 아이가 100세까지 행복하려면, 어린 시절 10년동안 정서의 튼튼한 기둥을 잘 세워야 한다. 정서적 안정이 전부다. 10살까지는 스스로 책을 읽고 싶도록 해주는 환경을 만드는 것 외에는 공부를 지나치게 시킬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도 않고 행복이라는 감정조차 모르는 아이는 자발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계속 허우적대며 부모 속을 썩이는 것이다. 한국 청년의 자살률이 세계 1위인 것은 우리가 뿌린 씨앗의 결과이다. 아이의 인생이 엄마한테 달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많은 엄마는 아이의 등을 떠밀어 교육 현장으로 보내기만 한다. 부모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호되게 야단을 치면, 아이들이 잘못되어간다. 이럴 때 아이가 보이는 대표 증상이 흥미 상실, 반항, 욕하기, 때리기, 컴퓨터 중독 등이다. 어떤 아이들은 아토피, 천식, 탈모 같은 신체적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계속 방치하면 결국 문제아가 된다. 적절한 관심과 개입으로 100억 유산보다 아이를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음을 기억하자.


아기의 뇌는 생후 3년에 걸쳐 완성된다. 완전한 상태로 태어나면, 뇌가 너무 커서 엄마의 좁은 자궁을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기가 어떤 집안의 사람으로 태어났는지 정체감을 갖추기까지 최소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출생 후 3년의 기간이 중요하다. 이 시기에 아기가 부모와 세상에 뇌를 맞추기 위해서는 자신만을 위하고 보호해주는 대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린이집 같은 공동 양육시설에 3세 이전 아이를 너무 오래 두어서는 안 된다. 밤 10시까지 시설에 맡겨진 3세 이하 아이는 천천히 병에 걸리고 볼 수 있다. 그 시간까지 버티지 못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잠든 채 집에 오고, 다음 날 아침, 부모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다시 시설로 간다. 이런 날이 되풀이되면, 아이는 마음을 붙일 대상을 찾지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거나 심리적 긴장이 몸의 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시기에 부모의 시간을 제대로 투자받은 아이가 온전하게 자란다.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돈을 벌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아이가 필요할 때 사랑의 시간 투자를 하지 못한 결과는 끔찍한 고통으로 돌아온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면, 생후 3년 동안 충분한 시간을 투자받지 못해 부모를 각인 대상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걸을 수 없는 아기가 엄마에게 각인하는 비밀은 바로 엄마 냄새이다. 인간의 안전감의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냄새와 온도이다. 냄새는 기억을 부르고, 기억해야 판단을 할 수 있으므로 중요하다. 엄마 냄새를 맡은 아이는 생각한다. '이 냄새는 엄마 거네, 아 좋다. 이제 안심해도 되니 슬슬 일을 해볼까? 안심하고 젖을 먹어도 되고, 손발을 움직여도 되겠구나. 오늘은 뒤집어볼까? 뒤집어도 안전했으니 다음엔 뭘 해볼까?' 반면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의 몸에서는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거나 억제된다. 부모의 냄새를 충분히 맡지 못하거나, 부모가 있어도 아이에 대한 사랑이 결여된 나쁜 냄새를 맡은 아이는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엄마와 아기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진 환상의 짝꿍이다. 짝꿍 냄새를 충분히 맡아야 아기는 배 속에 있을 때처럼, 느긋하고 안정되게 발달해나간다. 엄마는 출산만 끝나면 빨리 외출이라도 하고 싶겠지만, 엄마와 아이의 짝꿍 계약 기간은 최소 3년이다. 이를 어기면, 아이가 잘 자라지 못하는 고통스러운 벌금을 물어야 한다. 아이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말은, 워킹맘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낮에 몇 시간은 타인과 지낼 수 있는 적응력을 발휘한다. 낯선 상황에서도 잠시 버틸 수 있는 놀라운 적응력이 선천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엄마에게서 일정 시간 이상 보호받지 못하면, 프로그램은 엉망이 된다.


       

 

  b87498c3ef93979a3d9f3c9661f4b66b_1549321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

0 Comments
Facebook Twitter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