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협상 수업 - (2)
자신감이야말로 협상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심리 요소이다. 자신감이 있어야 자신의 가치와 잠재적 능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협상가의 자신감은 주로 다섯 가지 방면에서 나타난다. 첫째, 자신의 가치를 중시하고, 타인의 존중을 받으며 자신의 가치를 높일 줄 안다. 둘째, 자신의 원칙을 고수한다. 셋째, 타인의 권리와 이익을 중시한다. 넷째, 자신의 관점을 거침없이 밝히고, 명확히 전달하려고 한다. 다섯째, 외부의 압력과 비웃음을 회피하지 않는다.
거래를 할 때 마지막 1분까지 시간을 끄는 것은 유대인들이 자주 쓰는 협상 전략 중 하나이다. 한 미국 사업가가 사업차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그가 만나야 할 바이어는 유대인이었다. 유대인들은 미국을 태우고 호텔로 향하며, 귀국 일정을 물었다. “저희에게 알려주시면, 그때 공항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미국인은 그들의 호의에 기분이 좋아져 티켓을 보여주었다. 미국인은 이곳저곳을 관광했다. 미국인이 틈틈이 사업 얘기를 꺼내려 하면, 유대인은 뭐 급할 거 있냐며, 천천히 얘기해도 된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고, 협상 자리가 마련되었지만, 현지 풍속에 따라 딱딱한 바닥에 앉아서 협상을 해야 했다. 유대인들은 협상에 앞서 저녁을 대접했고, 미국인은 4시간 넘게 바닥에 앉아 있느라 곤욕을 치렀다. 유대인은 협상은 천천히 하자고 여유를 부렸고, 미국인은 협상 시작 전에, 피곤에 지쳐 버렸다. 골프장과 성대한 연회로 마지막 날까지 협상은 아무 성과가 없었다. 결국 미국인과 유대인은 공항으로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서둘러 협상을 마쳐야 했다. 물론 의심의 여지도 없이 유대인이 더 큰 이익을 챙겼다. 유대인은 14일 동안 최선을 다해 미국인을 접대했고, 장사의 신답게 마지막 날까지 교묘하게 협상을 미뤄, 상대의 마음을 조급하게 했을 뿐이다. 미국인은 급박한 상황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최후의 순간까지 협의를 미루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대부호 하워드 휴즈(Howard R. Hughes)의 대변인 이야기이다. 하워드 휴즈는 비행기를 대량으로 구입할 계획으로 모 비행기 제주업체 대표와 직접 협상을 벌였다. 괴팍한 성격의 대부호는 처음부터 34항의 무리한 요구를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갈수록 양측은 언성을 높였고,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자, 결국 하워드는 대리인에게 협상을 맡기고 물러섰다. 그런데 놀랍게 그 대리인이 투입된 순간부터 협상이 순조롭게 풀리더니, 어느새 합의에 이르렀다. 게다가 요구 조항 34항목 중 30개를 성사시켰고, 그 30개에는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 11개 항목도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하워드는 결과에 매우 만족하며, 대변인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별거 없습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마다 그 사람에게 나와 협상을 하길 원하는지, 아니면 하워드와 직접 협상을 하길 원하는지 물었죠. 바로 제 요구를 들어주더군요.”
확연히 다른 성격과 태도를 지닌 두 사람을 연이어 상대하게 되면, 성격이 강하고 고압적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말하기 쉽고 부드러운 사람에게 마음이 기운다. 심리적으로 이런 차이를 느끼면 상대는 전자보다 후자의 요구를 더 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전자든 후자든 두 사람은 같은 편이고, 그들의 목적은 상대 손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빼앗는 것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1892년, 독일 군관 무리와 베를린에 주둔 중인 일본 군관 후쿠시마 야스마사가 술자리를 가졌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후쿠시마는 취기가 오른 듯, 흰소리를 했다. “나는 말을 타고 베를린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갈 수 있소!”. 모두가 헛소리라고 치부했다. 후쿠시마는 내기를 걸었다. “1만 마르크를 겁시다.” 독일 군관들은 당연히 그가 실패하리라 확신했기에, 내기에 동참했다.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고, 독일과 러시아 정부도 큰 관심을 보이며 후쿠시마를 도왔다. 그는 독일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독일과 러시아 국경 지대에 도착했다. 호기심에 찬 사람들이 이 일본 ‘탐험가’를 환대해 주었다. 러시아어도 능통해, 각계각층 인사들과 교류했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1년 3개월 만에 후쿠시마는 목표를 달성하며 마침내 내기에 승리했다. 그런데 이 내기의 진정한 승자는 일본이었다. 후쿠시마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며 수집한 독일과 러시아 양국에 관한 방대한 자료와 정보가 비밀리에 일본으로 전달되고 있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은 치밀하게 계획된 일본의 첩보 작전이었다.
협상은 적의 눈을 가리고, 그 허점을 이용해 공격을 가하는 전쟁이자 심리 게임이다. 흡사 바둑을 두듯 한 수 한 수 치밀하게 진을 치고 방어를 해야 한다.
공인된 협상의 왕들의 협상 원칙과 전력, 성공 및 실패 사례를 통해, 협상을 쉽게 이해하여, 협상을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탁월한 책이다.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