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존감 공부 - (1)

윤필립 칼럼

엄마의 자존감 공부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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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물여섯 살에 첫 아이를 낳았다. 첫 출산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겪는 치열한 몸의 사투였다. 사람이 죽을 힘을 다한다는 게 어떤 건지 나는 그 때 처음 알았다. 엄마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의 끄트머리에서 탄생을 경험한다. 하루를 꼬박 죽을힘을 다한 사투 끝에 나는 엄마로 ‘탄생’했다. 아름다운 ‘마음속 그림’이 있었지만, 얼마가지 않아 육아 전쟁이 시작되었다. 하루에 열 번도 더 젖을 물리고, 이유 모를 보챔을 달래느라 밤새 진땀을 흘렸다. 아이가 새로운 반응을 보일 때마다 불안함에 육아 사전을 보고 또 봤다. 처음 해보는 엄마 노릇은 실수 투성이었다. 그런데 신기했던 것은 그렇게 힘들면서도 힘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이는 열 번 힘들게 하면 반드시 열 번 예쁜 짓을 해서 나를 웃게 해줬다.


3kg 아이의 몸 안에 어마어마한 것이 들어 있다. 스스로를 죽음에서 탄생으로 이끌어낸 엄청난 힘, 사는 내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려줄 그것, 세상에 태어난 아이의 첫 마음이 바로 ‘자존감’이다. 모든 아이는 죽음을 통과해서 탄생으로 나온다. 그것만으로도 인생에서 가장 위대하고 훌륭한 일을 해낸 것이다.


생명이 커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감정이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스스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느끼는 감정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간에 내가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귀하게 여기는 감정이다. 이런 자존감은 살아가면서 가장 중심이 되고 밑바탕이 되는 감정이라서 갑자기 사라지거나 생기는 게 아니다. 몸이 크려면 영양분이 필요하듯, 자존감도 부모의 사랑과 믿음이라는 양분을 먹고 자란다. 마음의 양분이 없으면 마음의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게 된다. 그리고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나를 낳아준 사람, 어릴 때는 세상의 전부와 다를 바 없는 부모에게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상처는 삶 자체를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린다. 나를 지키는 힘이 없으니 사소한 일에도 흔들리고, 나를 키우는 힘이 없으니 하고 싶은 게 생겨도 도전하지 못한다.


아이 자존감을 키워주는 양분은 부모만이 줄 수 있다. 그런데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은 그 무언가를 충분히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니 무엇보다 부모 자신의 자존감이 가장 중요하다. 자존감이 없는 부모는 아이에게도 자존감을 줄 수 없다. 자존감 공부는 아주 작은 데에서 시작된다. 일상 속의 아주 사소한 일부터 성취하는 ‘스몰윈(small-win)’을 만들어 가면 된다. 자존감 높은 엄마는 아이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줄 수 있다. 그냥 막연하게 ‘괜찮다, 괜찮다’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보는 프레임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엄마 노릇은 60년은 해야 끝난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자존감 공부를 시작하자. 소중한 아이를 위해 내 마음을 함께 키워가보자. 엄마가 자라야 아이도 큰다.


인간은 태어날 때 초기화 생태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그 몸 안에 자신만의 고유한 성품과 색깔이 있다. 양육이란 없는 것을 채워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아이 안에 있는 그것을 행복하게 꺼내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엄마 노릇’이다. 아이의 탄생을 이해하게 되면 또 하나 알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의 ‘타고난 천재성’이다. 모든 아이는 다섯 가지 이상의 천재성을 배 속에 가지고 태어난다. 그런데 이런 천재성은 가만히 기다린다고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경험했을 때 부딪치면서 튀어나온다. 천재성은 열 살에 나올 수도, 스무 살에 나올 수도, 서른 살에 혹은 그 후에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아이가 가진 다섯 가지 이상의 천재성을 믿어주고 자신감 있게 꺼내어 쓸수 있도록 이 불합리한 경쟁에서 너무 상처받지 않도록 지켜내는 일이다. 지금의 교육과정 안에서 키워야 한다면 내 아이가 부당한 줄서기에서 패배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자존감을 지켜주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서 공부라는 ‘단칸방’만 있는 게 아니라 100개의 수많은 방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미래를 두려워하거나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고 자신만의 천재성을 찾기 위한 도전을 계속해나갈 수 있었다. 엄마가 해야 할 일은 단칸방에 아이를 몰아넣는 것이 아니다. 다른 99개의 방도 있다는 것, 그 방에 가도 전혀 창피하거나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 방 저방 마음껏 돌아다녀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도 넓게 키운 아이일수록 큰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좁게 잡으면 그만큼 작은 인물이 된다. 공부 밖에 모르는 작은 인물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공부가 아니더라도 넓은 큰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 그 답은 전적으로 엄마의 지혜와 철학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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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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