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료봉사에 참여하는 의미

남경윤의 의대칼럼

해외 의료봉사에 참여하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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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에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게 된다. 봉사를 통해 얻는 것은 자신의 존재 가치와 감사함이지 결코 이 행위를 통해 무언가를 얻게 될 기쁨이 아니라는 아주 단순하고 근본적인 행복한 감정을 말이다. 

 

많은 봉사 중에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일은 더욱 그 감사함이 커진다. 해외에서 특히 제 3 세계에서 의료봉사에 참여해 보면 일상의 소소한 순간 모두가 감사와 행복감으로 밀려온다. 그러므로 방학을 이용해 프리메드 학생들이 제 3 세계 의료봉사에 다녀온다면 평생 의사로 살아가며 느끼게 될 행복감을 미리 조금 느껴보는 귀한 시간이 될 터이니 당연히 의대 진학에 도움이 되겠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떤 목적으로 어떤 봉사에 참여했든 그 결과는 감사와 행복으로 마무리되어야 진정한 자기성찰과 인류애의 함양이 되는 것인데 봉사를 의대에 진학하는 도구 내지 수단으로만 바라본다면 괴물을 키워내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다른 전문가가 아닌 우리 모두의 건강을 책임질 의사가 되겠다는 학생이 환자를 대함에 있어 겸허함과 감사함이 아닌 수단과 도구로 접근해서는 절대로 안 되겠다. 그런 일은 말려야 한다. 

 

봉사에 참여하고 온 자녀와 대화를 할 때, 자녀들의 말 속에서 감사함과 행복감을 넘어서서 안타까움과 자신이 어떻게 그런 안타까운 상황을 타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느껴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부모가 유도해서라도 봉사에 다녀온 보람이 있게 하는 것이 함께 봉사에 다녀오지 못했더라도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아니 꼭 해야만 하는 부모의 의무이다. 봉사에 다녀와서 자녀가 하는 말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지만 진학에 도움이 되니 돈 쓴 보람이야 있겠다’는 투라면 자녀를 그렇게 키운 죄를 감당해야 할 부모로서 머리를 풀고 슬퍼해야 할 일이다. 

 

지금 필자가 하고 있는 말에 동감하기 힘든 독자도 있으리라는 것은 인정한다. 아울러 세상 모든 부모가 필자와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자녀를 키울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의대에 지원하고자 하는 자녀를 두고 있다면 필자의 가치관과 가까울수록 의대 진학에는 유리할 것이니 참고는 하기 바란다. 

 

적어도 의대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는 환자중심의 사고방식과 나보다 못한 이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연민을 품고 인류를 위해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마음과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므로, 봉사를 감사하기 위한 행동으로 자녀를 키운 가정에서는 명문의대에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진학하는 기쁨을 누리는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과물로서 봉사를 통해 얻어야 할 것에 대해 명확히 했으니 이제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봉사의 종류를 같이 알아보더라도 곡해가 없겠다. 해외봉사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가능하면 의료봉사에 참여하면 좋겠다. 예를 들어 교회에서 가는 해외선교도 좋지만 기왕이면 해외의료선교라면 프리메드 학생에게는 더 유익하다는 것이다. 

 

프리메드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환자와 보내는 시간이다. 특히 제 3 세계에 의료봉사를 가게 되면 극도로 열악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오늘날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이 상상도 하기 어려운 경험을 하게 된다. 

 

24시간을 걸어와서 줄을 서서 진료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를 인원이 넘친다는 이유로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돌려보내는 역할을 맡았던 학생이 겪었던 마음고생이 굳이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서 도움이 되니 마니 하는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당연히 그 학생이 훗날 자신의 환자에 대해 좀 더 배려하고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데는 도움이 될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그 긴 줄을 성공적으로 기다려 간단한 수술을 받다가 정전이 되어 어이없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환자를 본 학생이 그런 경험을 안 해본 학생보다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더 뛰어나리라는 기대를 의대에서 하고 있다는 점이 진학에도 중요하지만 실제 인류의 미래에도 중요한 일이다. 

 

이에 반해 기껏 해외에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한다는 말이 그 지역의 풍토병에 관해 연구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면 큰 문제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 봉사에 참여한 어린 대학생이 환자를 도움을 줄 대상으로 보지 않고 지적 호기심을 채울 연구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풍토병을 연구할 학자가 있어야 인류의 미래가 더 건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프리메드 학생이 고작 몇 주 해당 지역에서 봉사를 한답시고 가서 하고 온 일이 환자들의 질병을 연구하고자 노력했다면 이건 환자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온 것이 아니고 돈 들여 이력서에 한 줄 적으려는 의도라는 것을 의대에서 뻔히 안다. 

 

필자는 진심으로 풍토병에 관심을 보였던 학생들에게 최소 한 학기는 휴학하고 그 지역에서 봉사와 연구를 병행하게 하거나 대학 졸업 후 갭이어를 그 지역에서 보내며 봉사와 연구를 병행하게 지도했었다. 그 결과 그 학생의 해당 지역 풍토병에 대한 관심은 누가 봐도 인정하게 되어 의대 인터뷰 시에 그 점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가게 되었다. 이렇게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해 심각하게 접근하는 학생들을 의대는 서로 데려가려고 노력하게 되므로 장학금을 받고 의대에 진학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우리 한인사회에 만연한 고교생들의 대학 진학전략의 일환인 보여주기식 봉사가 의대 진학을 위해서도 자행되어, 의사가 되겠다는 학생들의 정신자세를 망치는 일은 우리 한인사회에서 근절되었으면 좋겠다.

환자들과 보내는 시간은 봉사라 읽지만 감사로 마음에 새겨야 한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kynamEducati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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