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에게 찾아오는 4번의 고비

완결된 칼럼

자녀들에게 찾아오는 4번의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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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국의 교육제도를 흉보면서도 미국에서 무조건 명문대학에 목숨을 거시는 부모님들을 종종 만난다.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미국교육의 실체를 알려주지 않아서 생기는 모순이라고 여겨진다. 과연 미국에는 학교를 다니는 이민자녀들에게 어떤 고비가 있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미국에 대학 입학이라는 지옥은 없지만 우리 주변의 많은 자녀들을 학교캠퍼스로부터 조용히 도태시키는 고비들이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 실체는 무엇일까

 

이제 곧 여름방학을 맞이하면서,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앞으로 어떤 고비를 넘기게 될지 한번쯤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우리 이민자녀들은 적어도 네 번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 반드시 이 시기일 수는 없지만 대강 이때쯤 아이들은 한 번씩 덜커덕거리며 턱을 넘어야 한다.  

 

  첫 번째 고비는 유치원에 들어갈 때이다. 이때는 배움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시기이다. 자기와 다른 문화, 언어, 환경, 인종들과 만나 타협하고 받아들이며 룰을 받아들이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보통 부모님은 우는 아이를 학교 문턱에 집어 넣기만 하면 학교에서 다 알아서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로의 첫 번째 도전은 아이에게 엄청난 충격이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이 비교적 어느 수준까지는 잘 적응을 하기는 하지만 인생의 첫 번째 단추는 그렇게 쉽게 끼워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문화, 다른 언어에의 충격뿐만 아니라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인종과의 만남은 결코 어린 나이에게는 쉬운 것은 아니다. 적응을 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갈등과 시련이 동반한다는 사실을 부모님들은 정확하게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하면 얼마나 많은 분들이 믿을까 싶다. 이때에 다른 아이들과의 갈등, 선생님들의 무관심, 배움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작용하기 시작하며 심한 경우 훗날 학업장애자 취급을 받는 상황까지 가는 경우를 상담을 통해 많이 경험하게 된다. 결코 만만한 시기는 절대 아니다.

 

  두 번째 고비는 4-5학년 때이다. 이 시기는 공부하는 습관을 익혀야 하는 시기이다. 지금까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우뇌의 영향 속에 쉬운 미국 공부를 적당히 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 우리 부모님들이 지나치게 공부를 강요하거나 무관심하게 키우다 보면 아이들이 충분한 기초를 스스로 다지기에는 무리가 많아져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게 된다. 또한 지금까지는 그때그때 배워서 써먹는 공부를 해 왔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부터는 기초가 약한 부분이 새로운 도전을 받기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두뇌가 얼마만큼 발달되었는지가 관건이 되며 계속 자발적인 사고의 계발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에 이 시기의 엄청난 급성장은 놀라운 변화를 계속하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 이때 인생의 명암이 그려지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번째 고비는 8-9학년 때이다. 이 시기는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학교만 제대로 다녀도 웬만한 성적은 보장이 되어 왔지만 서서히 아이들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초실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아무리 공부를 하여도 실력이 오르지 않으며 전국표준테스트에서는, 평소에 그나마 유지한 학교 성적과는 전혀 엉뚱한 형편없는 진짜 성적이 나오는 상황이 벌어진다. 특히 초등학교 4-5학년 이후에 이민을 온 경우는 이때부터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또한 암기식, 주입식 학습은 한국에서 공부한 자녀에게만 나타나지 않고 여기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도 나타나기 때문에 부모님이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이때쯤 그 영향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때이다. 수업 시간에 쉽게 가르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는다든지 적당히 넘어가는 아이들, 섣불리 학교 수업을 미리 예습하고 수업 시간에 딴청을 피는 아이들, 숙제나 프로젝트를 제시간에 제출하는 습관이 안 되어 있는 아이들, 시험이나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제때 준비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지금부터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부모님이 대학입시준비를 시킨다며 SAT 공부를 강요하면 문제는 심각해지기 마련이다. 그것이 거품을 만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여기는 부모님은 많지 않다.

 

마지막 고비는 대학교 2-3학년 때이다. 이 시기는 지금까지 배운 것을 재정리하고 응용하는 단계이며 연구하고 분석하여 창조하는 시기이다. 킨더가든 때부터 닦아 온 실력을 1학년 때 다시 한번 재정리하고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진정한 대학의 학문을 시작하는 때이다. 평소에 창의력이나 사고력이 떨어지는 교육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참패를 하는 시기도 지금이며 충분한 기초가 없이 대학에 들어 온 아이들이 무너져 내리는 시기도 이때이다. 그나마 대학교 1학년 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기초를 튼튼히 하며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익혀 나간 아이들은 살아남을 확률이 있지만 평소에 부모의 억압이나 강요에 의해 공부를 했던 아이들은 대학 기숙사에 들어오는 순간 제 세상을 만난 것이며 공부와 점점 멀어지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이민자녀들이 겪는 가장 큰 고비도 이때이며 무너질 확률도 가장 높다. 아마 미국 대학교에서는 적당히 공부하는 학생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여름에 유씨 계열의 1학년을 마친 학생이 상담을 왔다. 이런 케이스는 상담실을 들어올 때 이미 알아볼 수 있다. 지난 학기에 성적이 엉망이 되어서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찾아온 케이스다. 상담과 검사를 해본 결과는

 

 첫째, 어렸을 때 쌓았어야 할 기초가 약한 채 머리가 좋은 이유 하나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둘째, 고등학교 다닐때 자기 실력을 올린 것이 아니라 학원을 다녀 문제 은행식 SAT 점수만을 올렸다

셋째, 부모님 잔소리를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성적이나 시간같은 자기관리 능력이 부족했다.

넷째, 충분한 리딩과 라이팅 실력을 쌓으면서 대학교를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질적, 양적으로 소화해내지 못하는 단계까지 왔다

 

누구나 고비는 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겪는 여러 가지 고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며 성공을 위한 훌륭한 준비일 것이다. 현명한 부모는 자녀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어려서부터 가르친다. 그리고 또다시 찾아올 실패를 예측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라고 가르쳐야 한다.

 

과연 여러분은 지금까지 자녀들의 고비를 몇 번이나 체험했는가? 당황하지 마시길 바란다왜냐하면 누구나 실패하며 깨닫고 배워서 성공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명한 부모님의 역할은 아이들의 과거를 철저히 분석하고 현재를 정확하게 점검하여 미래를 준비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



민 다니엘 |  미국교육 전문 카운셀러

교육 저널리스트/칼럼니스트

미 카운셀링 협회 정회원

미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위원

American Education Research & Development / Founder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8-01-31 05:24:52 엘리트 칼럼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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