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갈 때마다 (01)
창조적 삶이란 가장 심플한 일상 생활에서 살짝 고개를 돌려 무언가 발견한 것을 자신의 생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세수를 하다가 물의 온도나 비누의 향, 질감을 자세히 느껴본다거나 흔히 먹는 과일이지만 담은 그릇과 잘 어울려 사진을 찍기도 하고 맛을 더욱 음미하여 단어로 나열해 본다든가 씨를 모아 탐구해 보기도 한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 이런 창조적 경험을 일상에서 스스로 만들어 내곤 한다. 어른들이 방해를 하지 않는다면 무한의 다양한 방법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다만 느끼고 발견하고 즐기고 궁금해 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좀 더 깊이 있는 결과에 도달할 수가 없다. 자신의 생각으로 또는 배운 지식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표현의 방법으로써는 사진 찍기, 그리기, 쓰기, 말하기, 모으기, 만들기, 분류하기, 몸으로 또는 노래로 나타내기 등이 있다.
아이들이 뭔가를 하고 있을 때 조심스레 개입해 표현의 방법 중 한 가지로 이끄는 것이 가르쳐야 할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즉, 일상 생활에서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을 세심히 관찰하여 무엇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하며 그 흥밋거리를 여러 작업으로 시도해 볼 수 있게 제공하여 아이들 본인의 결과물로 표현할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
이런 과정들이 어렵거나, 혹은 이런 시도를 해보지 않았다면 여행을 매개체로 시작해도 좋겠다. 여행 중 몇 가지의 흥밋거리를 발견하기는 별로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많은 것을 경험하되 한두 가지의 테마 즉 흥밋거리를 정하는 것이 좋다. 나는 여행을 갈 때마다 짧은 트레일이라도 여유 있게 걷는 것을 좋아한다. 너무 좋은 곳을 발견하면 욕심껏 나뭇잎, 돌, 나뭇가지를 채집(허락되지 않는 장소도 있다)하거나 사진을 우후죽순으로 마구 찍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를 정해 집중하면 더 만족한 결과를 가지고 온다. 예를 들어 사는 곳과 다른 지형이 있는 곳으로 갔다면 돌멩이만 수집하거나 사진을 찍어 본다. 만져보며 그때의 느낌을 메모하는 것도 좋다. 같은 종류라 하더라도 모양에 따라 다른 느낌일 수도 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식적인 자료를 구할 수도 있다. 집으로 돌아와 집 근처의 돌과 비교할 수도 있으며 분류 기준을 정해 나누어 보기도 하고 돌과 관련된 책을 도서관에서 빌릴 수도 있다.
이런 과정들이 말하기 즉 충분한 대화로 진행된다면 결과가 더욱 풍부해 진다. 아이들과 이런 리서치 과정이 끝난 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주로 쓰기와 그리기로 표현되는데 하나의 일례로 돌 도감을 만드는 것이다. 북아트에서 책 만들기 모양 중 하나를 택해 만든 후 돌 하나하나를 자세히 그리고 이름을 붙여준다. 채집한 장소와 그때의 느낌 등을 적기도 한다. 또 돌 위에 그림을 그려 보기도 한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여행을 갈 때마다 한 가지씩 무언가를 기록하고 만든다는 것은, 미래의 아이들에게 다각도로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김경희: abgo.ed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