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1) 아수라"
최근 엘에이 CGV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 아수라를 보았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와 기대가 많이 되었고, 내가 특히 좋아하는 르와느 장르의 기분이 물씬 풍긴다고 하길래 상영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극장으로 달려갔다.
영화에 대한 각자 취향이 있겠지만, 영화 속에서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음악적인 공통점을 발견하였기에 이야기 해보려 한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영화 출연진들이 굉장했다.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등등
충무로의 내노라 하는 카드들이 모두 모여 한 영화에 출연하였다. 전반적인 내용은 얽히고 설킨 인간의 욕심과 그것 때문에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듯한, 한마디로 아수라 판의 영화였다.
처음 내가 음악을 시작하였을 때, 컴퓨터를 중고로 구입하여 유아용 키보드로 노래를 만들고 녹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옆에 있어도 안 쓸 듯한 그 물건이 당시엔 얼마나 소중했는지, 하루가 멀다하고 방의 배치도 바꾸고, 깨끗이 닦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 부어서 음악을 만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약 10년 전의 일이었다. 지금 화려해진 스튜디오의 장비를 그때의 장비와 비교해 보면 스스로 발전을 많이 했구나, 더 열심히 해야지 같은 감사함이 묻어 나온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의 순수했던 가삿말이, 어수룩해도 진정성이 물씬 실려있던 내 목소리 한 글자 한 글자가 지금은 쉽게 나오질 않는다.
장비가 화려해지고 마이크 하나가 몇 백만 원을 넘어가도 당시의 내 순수함이 녹음으로 쉽게 나오지가 않는다.
음악이 비지니스가 되어가고, 세월이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 가고, 환경이 나의 ‘날'을 세우게 만들지만 아직 내 안엔 10년 전의 순수한 시작이 간직되어 있다.
만약 영화에 정우성만 나오고, 다른 캐릭터 들은 정우성을 받쳐주는 좀더 화려하지 않은 악기였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황정민이 주인공이 되고 다른 캐릭터 들의 성향을 더 흐리게 연출했으면 어땠을까?
감독 본인도 오랜만의 데뷔라, 여러 가지 생각, 여러 가지 스폰서 측의 제안, 자신의 생각을 100프로 보여줄 수 없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의 첫 작품 “비트"는 우리 7080 세대들에게 비행 교과서처럼 아직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 내가 느낀 것은, 영화가 리뷰가 안 좋고 사람들이 실망하며 저러한 큰 배우들을 데리고 이렇게 밖에 못하나? 라고 했을 때 감독 본인의 100프로 뜻 대로 보여줄 수 없게 된 “아수라" 이 작품은 세상의 정치를 이겨내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좀더 “어른이”되어야 한다라는 큰 감정을 내게 남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