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01
(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 인간 최강자에 도전하는 인공지능(AI)
이세돌 9단 VS 알파고(Alpha Go)
지난 3월 9일과 10일 인류문명의 진보사에 기록될 또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바둑 세계 최강자인 한국의 이세돌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의 바둑대국에서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기계(인공지능)가 두 번이나 연속해서 승리를 한 것이다.
컴퓨터가 인간의 생각을 압도한 두 번의 대국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첫 대국의 패배는 이세돌 9단의 방심 때문일 수도 있다는 분위기였지만, 신중하게 최선을 다한 두 번째 대국의 패배는 그야말로 알파고의 실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결과였다. 이세돌 9단은 “굉장히 놀란 것은 어제 충분히 놀랐고, 이제는 할 말이 없는 정도가 아닌가 싶다. 내용상 정말 완패였다. 한 순간도 앞선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누가 이기든지 인류의 승리”라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인간의 지능을 능가한 인공지능의 출현은 놀라울 뿐만 아니라 조금은 두렵기까지 하다.
이번 이벤트는 3월 9일부터 3월 15일까지 총 다섯 번의 대국이 예정되어 있으며, 구글에서는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실제로는 다섯 판의 대국료 15만 달러가 보장되어 있고, 한 대국당 승리수당 2만 달러가 별도로 계약되어 있다. 따라서 이세돌 9단이 5전 전승을 거두었다면 총 125만 달러의 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1패라도 더 한다면 100만 달러의 상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알파고가 승리하면 상금은 유니세프, STEM교육 및 바둑 관련 단체게 기부된다고 한다. 상금 규모로 보면 지금까지 열린 모든 바둑 관련대회에 걸렸던 상금보다 큰 액수지만, 바둑의 역사뿐 아니라 인공지능의 역사 또는 과학문명의 발달사로서의 의미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상금 규모가 작다는 평도 있다.
남은 3번의 대국에서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됐든 앞으로 ‘인간과 로봇의 영역 그리고 역할’에 대한 연구와 개발은 더욱 가속화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번 호에서는 이 역사적 사건의 배경과 의미 그리고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세돌’은 누구인가?
여섯 살에 바둑을 시작하여 12세에 입단, 올해 33세가 된 이세돌 9단은 한국의 프로 바둑 기사이다. 최연소 9단 기록을 가진 이세돌은 프로경력 21년 동안 총 47회(세계대회 18회 포함)의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등장인물인 최 택 9단의 모델이었던 이창호 9단(41)을 왕좌에서 내려오게 한 인물이 바로 이세돌 9단이다. 현재 한국 바둑 랭킹 1위인 박정환 9단(42)도 28개월 연속 1위에 오르면 이세돌이 가진 연속 1위 기록을 경신했지만 이창호나 이세돌처럼 바둑의 신으로 평가되지는 않고 있다. 이세돌의 현재 세계 랭킹은 3위(1위는 중국 커제)이지만 최근 10년 누적 랭킹으로는 세계 1위이다.
‘알파고(Alpha GO)’란 무엇인가?
구글(Google)의 자회사인 인공지능 기술 개발 업체인 딥마인드(Deep Mind)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시스템의 이름이다. 딥마인드는 2010년 영국에서 설립된 회사로 2014년 1월 구글에 인수되었다. 2015년 10월 유럽의 바둑 챔피언 판 후이(Fan Hui)2단을 상대로 공식 대국에서 승리했다. 결과는 5대 0이었다. 1202개의 CPU(중앙처리장치)를 가진 알파고는 인간으로부터 바둑을 배우지 않는다. 기보만 입력하면 스스로 공부하고 실력을 향상시킨다. 구글에서 바둑 고수를 채용하여 가르치지 않아도 수십만, 수백만 판을 두어 보면서 스스로 정석을 터득한다는 것이다.
알파고는 다중 신경망 인공지능 시스템이기 때문에 컴퓨터 여러 대를 붙일수록 강해진다고 하며, 알파고와 유사한 신경망 체계로 세부 프로세싱에 약간의 변화를 준 쌍둥이 알파고를 한 대 더 만들어 두 대가 서로 쉬지 않고 최근 5개월 동안 매일 3만 건의 대국을 학습해 왔다고 한다. 알파고의 승리를 두고 일부 컴퓨터 공학자들은 “전혀 놀랍지 않다. 인간보다 자동차가 빠른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왜 ‘이세돌’을 선택했는가?
알파고를 내세워 판 후이 2단을 꺾은 구글은 왜 이세돌에게 도전장을 냈을까? 첫 번째는 이세돌의 스타일이다. 이세돌 9단은 인터뷰에서 구글의 제안을 받아드리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의 별명은 ‘센돌’이다. 그의 스타일은 저돌적이고, 모험심이 가득하며 타협하지 않는다. 그는 가장 창조적이며 직관과 상상력에 기반한 착점(돌을 놓는 것)으로 일관하는 유일한 프로기사로 평가 받는다.
‘돌부처’라는 별명을 가진 이창호 9단이라면 알파고의 도전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장고를 했겠지만, 호기심 많은 이세돌 9단의 성향을 볼 때 도전에 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이는 적중했다.
둘째는 구글의 노련한 마케팅 전략이다. 한국 랭킹 1위는 박정환 9단이지만, 중국 프로기사에게 공포의 대상은 이세돌 9단이다. 이창호 9단의 자리를 물려 받은 이세돌 9단에 의해 한중의 바둑대결은 한국 VS 중국이 아니라, 이세돌 VS 중국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중국의 바둑 팬들은 이세돌 9단에 대해 부러움과 질시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00년대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바둑 라이벌 이세돌 9단과 구리(古力) 9단의 ‘몽백합배 10번기’ 이벤트가 2014년 중국 충칭에서 열렸는데 이세돌 9단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10번기’란 열 번의 대국으로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현재의 프로바둑 체계가 잡히기 이전 바둑 고수들이 상대를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진검 승부였다고 한다.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바둑 기사들이 선호하지 않아 1955년 이후로는 공식적으로 열리지 않았다가,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동갑내기 라이벌간의 진정한 승자를 가리기 위해 2014년에 열리게 되었다. 두 사람 모두 ‘10번기’를 수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둘 사이에 자존심 경쟁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둑의 원조인 중국에서 중국의 자존심이었던 라이벌 구리 9단을 인상적으로 누른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추진한 구글은 이세돌 9단에 지면 지는 대로 의미가 있고, 이기면 중국바둑에게도 우세하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중국 IT업계도 인공지능 개발과 진화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세돌 9단과의 알파고의 빅 이벤트는 구글이 인공지능측면에서 중국보다 한 참 앞서있다는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알파고의 이세돌에 대한 도전, 수락, 사전 기자설명회,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깜짝 등장한 것 등을 보면 구글은 이번 이벤트를 통해 상금의 수십, 수백 배 홍보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왜 하필 ‘바둑’인가?부터는 다음에 계속...
Vol.62-0311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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