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괴물이 살고 있다. - 포케몬 고(Pokémon Go) 열풍 (01)
우리 집에 괴물이 살고 있다.
포케몬 고(Pokémon Go) 열풍
한물간 게임으로 알고 있던 '포케몬(Pokémon)'이 각설이 마냥 다시 돌아왔다.
한국어 표기로 ‘포켓 몬스터’로 알려진 포케몬 시리즈는 1996년 게임으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만화, 영화, 뮤지컬 등으로 재 탄생하면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가 되었다.
포케몬 관련 게임과 각종 라이센스를 관리하는 포케몬 컴퍼니(The Pokémon Company)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탄생부터 2016년 5월까지 포케몬의 세계 시장 총 규모는 4천 5백만 달러 (4조8천억 엔)에 이른다고 한다. 한편 앱애니의 통계에 따르면 '포케몬 고' 출시일인 2016년 7월 6일부터 일주일 동안 하루에 백만 달러를 벌었으며 또한, 유저들은 하루 평균 43분 동안 로그인 상태를 유지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누가 만들었나?
이 괴물 같은 게임을 만든 회사는 구글의 자회사격인 사내 스타트업 ‘나이앤틱 (Niantic)’이다. 나이앤틱의 대표 '존 행크'는 구글이 사들여 구글 어스(Google Earth)와 구글 맵으로 발전시키는 토대가 되었던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와 이미지 데이터 세트를 판매하는 스타트업 키홀 (Keyhole) 의 창업자였다. ‘구글 어스의 아버지’라고도 불리우는 존 행크는 2004년 구글에 합류한 뒤 2010년까지 ‘지역(Geo)’ 서비스의 제품 관리 부사장을 맡아 구글 지도와 스트리트 뷰 등 구글 어스의 핵심 서비스를 개발했다. 그 동안 키홀도 크게 성장해서, 구글이 키홀을 살 때 30명이었던 팀은 2010년, 2천 명이 돼 있었다. 결국 2010년 그는 ‘Geo’ 팀을 나와 사내 스타트업 ‘나이앤틱 랩스’를 설립하고 지도와 게임을 접목한 ‘현실 게임’, 인그레스(Ingress)를 만들었다.
인그레스는 2012년 나온 모바일 게임으로 구글 지도의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세계의 주요 건축물이나 관광지 등을 가상화해 놓고 두 진영이 점령전을 벌여 승부를 내는 다중접속 역할 수행 게임(MMORPG)이다. 2015년 구글과 닌텐도로부터 투자를 받은 나이앤틱이 인그레스와 같은 원리로 만든 모바일 게임이 바로 ‘포케몬 고’다.
교토에 거점을 두고 있는 닌텐도(Nintendo)는 비디오 게임이 주력 사업이던 회사로, 14,000엔(134 달러)에 주가가 거래되고 있었으나, 모바일 앱이 호주와 뉴질랜드(7월 6일 출시), 미국(7월 7일 출시)에 출시된 후 7월 12일에는, 종가로 22,840엔이 되었다.
증강현실 게임
“요즘 사람들은 쇼파에 누워서 텔레비전만 보고 컴퓨터 앞에 이상한 자세로 앉아서 게임만 하잖아요. 다들 좀 나와서 서로 만났으면 해요. 포케몬 고도 그런 생각에서 만들었습니다” 게임을 좋아했지만, 인터뷰나 발표 때마다 화면 속에만 갇혀 있는 건 지루하다고 했던 존 행크 대표는 포케몬 고가 ‘현실 게임’으로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포케몬 시리즈를 만든 사토시 타지리(Satoshi Tajiri)도 학교 다닐 때 곤충 채집하던 경험을 아이디어 삼아 포케몬 게임을 개발했다고 하니, 포케몬을 잡으러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포케몬 고는 GPS 기능을 접목해 게이머들이 현실 세계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몬스터들을 수집하게 한 증강현실 게임이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은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 '증강현실'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상현실은 자신(객체)과 배경·환경 모두 현실이 아닌 가상의 이미지를 사용 한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서로 비슷한 듯 하지만 적용 범위가 가상의 공간인지 현실의 공간인지에 따라 명확히 구분된다.
증강현실은 우리가 보는 실제 세상에 정보가 추가/보완된 점을 보는 것이다.
포케몬 고 이외에, 구글 글래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반대로 가상현실은 컴퓨터를 통해 우리의 시야 안에 실제 상황이나 환경처럼 가상의 공간이 보여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상현실은 예전부터 만화나 영화, 게임 등을 통해 체험이 이루어졌으며 가상현실 기술은 계속 개발 중이다.
최신 기술을 탑재한 가상현실 장치는 머리에 직접 착용하고 보는 HMD(Head-mounted Display)가 있으며 대표적으로 스팀(Steam)의 HTC 바이브,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 등이 있다. 이 밖에 가상현실은 일반적으로 영화나 영상 분야 등 특수 환경에서만 사용되지만, 증강현실은 현재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활용될 만큼 대중화된 상태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통한 지도 검색, 위치 검색 등도 넓은 의미에서는 증강현실에 포함된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포케몬 고’는 스마트 폰을 통해 증강현실게임을 현실과 완벽하게 적용했다고 말하며 이 같은 사례는 증강현실 응용분야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신 기술 덕분에 만화에서만 보던 괴물을 실제로 집 앞 공원에서 잡을 수 있게 되었고, 체육관에 모여 이들과 싸우는 것은 더 이상 상상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휴대폰을 손에 들고 흥분하며 거리를 배회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다음에 계속...
Vol.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