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벤프, 재스퍼 국립공원 여행기
캐나다 벤프, 재스퍼 국립공원 여행기
“순간아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소설 속 파우스트의
말처럼 가끔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 순간을 붙잡아두고 싶을 때가 있다. 이번 캐나다 여행이 그러했다.
2017년은 캐나다 건국 150주년이 되는 해로서 캐나다 전지역에서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하고 있다. 그 중 캐나다의 로키산맥을 둘러 볼 수 있는 로키산맥 국립공원으로의 여행은 단연 최고의 여행이 아닐까 싶다. 캐나다 로키산맥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게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4개의 국립공원과 3개의 주립공원이 있다. 특히 캐나다 정부는 150주년을 기념해 보통 1인당 $9.80 정도의 입장료를 받는 국립공원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어 올해 캐나다를 여행하고자 하는 여행객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로키산맥 국립공원의 핵심인 밴프와 재스퍼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도착
캘거리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객들이 주를 이루는 듯 보이나 붐비지 않고 한적했다. 친절해 보이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캐나다 달러로 환전한 후 친구를 기다렸다.
우리는 캘거리에서는 더 먼 거리에 있는 재스퍼에서 하루를 보내고 내려오는 길에 밴프에 들리기로 했다. 렌터카를 타고 바로 재스퍼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약 4시간을 달려야 하지만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렌지 카운티에서는 잘 구경할 수 없었던 푸른 초원과 그 위를 달리는 말들이 눈에 띄었다. 저 멀리 하얀 눈 덮인 거대한 산맥이 벌써부터 설레게 했다. 절경을 뒤에 두고 사진을 찍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다. 41도의 추운 날씨에 록키산맥에서 야외 캠핑을 계획한 것이 치기 어린 생각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밀려드는 순간이었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드라이브 (Icefields Parkway Drive)
밴프를 지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라고 불리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계속해서 달렸다. 장장 230km 에 걸쳐 놓여진 길 위를 빙하와 만년설로 뒤덮인 웅장한 로키산맥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단 한번도 여행자들에게 똑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멋진 장관을 가진 도로.
3시간을 달렸을까? 유키구라모토의 Lake Louise였던가, 노래를 들으며
드라이브를 했으나 무슨 노래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았다. 이 도로에 접어드는 순간부터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듯 착각마저 들게 했다.
재스퍼 국립공원 (Jasper National Park)
재스퍼 국립공원은 밤하늘 보호지구로도 알려져 있다. 매년 10월이 되면 공원은 다크 스카이 페스티벌(Dark Sky Festival)을 개최한다고 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추운 겨울 새벽이 찾아오면 오로라가 춤을 추는 광경을 관측할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핫팩을 온 몸에 붙이고 침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별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자에게 별빛은 장소에 상관없이 깊은 감동을 준다..”라고 늘 생각해왔다. 하지만 재스퍼의 별을 보고 나서 이 생각은 달라졌다. 맑은 자연 속 하늘의 별은 미국에서도 섭섭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재스퍼 겨울 밤의 반짝이는 별빛은 그야말로 숨이 멎을 듯 황홀했다. 추위 때문이었는지 별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꽤 오래 잠이 들 수 없었다.
재스퍼의 미엣 핫 스프링스(Miette Hot Springs)
재스퍼에서
17km나 되는 꼬불꼬불 산길을 타고 올라가면 노천 온천이 나온다. 온천 입장료는 어른 6.5
어린이 5.15 캐나다 달러로 꽤 저렴했다. 찾아가기 험난하긴 하지만 뜨거운 온천에 들어앉아 주변을 둘러싼 설산을 바라보는 기분이란, 단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부끄러운 몸이 문제이긴 하다. 하이킹을 끝내고
온천에 몸을 담가 피로를 푸는 사람들도 많았다. 뜨거운 유황 물 뿐 아니라 빙하의 차가운 물에도 몸을 담글
수 있다. 추운 야외캠핑에서의 피로를 온천으로 녹이고 밴프로 향했다.
컬럼비아 아이스필드(Columbia
Ice field)
재스퍼에서 밴프로 내려가는 길에는 컬럼비아 아이스필드(빙원)가 있다.
높은 산 중턱에 자리잡은 빙하로 사계절 내내 지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는 넓은 지역이다. 늦봄부터 초가을시즌에만 설상차(snow coach)를 타고 들어가는 투어가 가능하다.
북극 지방 빙하를 제외하고 가장 큰 빙하라는 이곳은 한여름에도 영하권이다. 이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물맛을 자랑한다는 빙산 물을 마셔보기도 하고 병에 담아 기념으로 가지고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 거대한 빙하도 지구 온난화로 인해 500년 정도 후에는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록키에서 레이크 루이스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빙하가 녹은 물에 다양한 미네랄이 섞여서 에메랄드 빛을 내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호수이다. 세계 10대 절경에 꼽힌 캐나디안 로키의 보석이라고 하는 이 호수의 뒷 편에는 장엄한 규모의 빅토리아 빙하와 초록의 산맥이 감싸고 있다. 영국 여왕 빅토리아의 넷째 딸 루이스 캐롤라인 앨버타 (Louse Caroline Alberta) 의 이름을 따 지었다는 레이크 루이스. 사진으로 많이 접했던 곳이지만 직접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 호수 옆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호수를 둘러싼 전혀 다른 풍경을 볼 수도 있고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호수 전체를 내려다 볼 수도 있다.
빨간 의자의 비밀
캐나다 국립공원은 어딜 가나 빨간 의자가 비치 되어 있다. 파란하늘과 녹색 산림에 더없이 어울리는 빨간 의자.
알고 보니 이 빨간 의자 프로그램은 2013년 캐나다 동부의 한 국립공원에 빨간
의자 18세트를 배치해 뒀는데, 방문한 사람들로부터 호응이 좋아 캐나다
전역의 국립공원에 배치하게 되었다고 한다. 빨간 의자는 아무 곳이나 배치 되어있지 않다. 즉 캐나다 국립공원에서 빨간 의자를 찾아 앉으면 더 없이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어 실제로 빨간 의자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객들도 많다고 한다.
밴프 국립공원 (Banff
National Park)
밴프국립공원은 세계에서는 세번째로, 캐나다에서는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밴프 시가지는 그림책을 찢고 나온 듯 아담하고 컬러풀 하며 동양이나 미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건축 양식들이 즐비했다. 도시는 무척 작았지만 동선이 기능적으로 잘 되어 있고 어디로 눈을 돌려도 시내와 자연이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밴프 시내를 구경하고 난 후 가까운 보우 폭포(Bow Fall)와 밴프 내에서 가장 큰 호수라는 레이크 미네완카(Lake Minewata)를 차례로 들렀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카약킹, 스쿠버 다이빙,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볐다. 마지막으로 친구가 강추 한다는 투 잭 레이크(Two Jack Lake)에 들렀다. 볼 것 많은 밴프에서 특별할 것 없는 작고 고요한 호수였지만 그 고요한 아름다움이 마음을 적셨다. 거울 같은 호수 면에 반사된 산과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노부부가 기억에 남는다.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현실버전)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공항으로 나섰다. 저 빛나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붙잡아둘 수는 없을까?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던 순간들이 지나갔다. 시간이 멈추면 그 모든 것들이 가장 완전한 채로 영원히 빛날 것이라는 착각, 파우스트처럼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멈춰선 그대로 내 품에 껴안고 싶던 날들은 사라져간다. 여행의 끝이었다. 다시 완벽하지 못한 이 세상을 불완전한 꿈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현실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시간의 흐름에 실려 덧없이 흘러가 버린다. 로키의 자연이 제 아무리 아름다운 들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으랴. 삶은 순간의 합이므로... 나는 또 내게 주어진 현실에서 빛나는 아름다움의 순간을 찾아낼 것이다. 멈출 수 없는 순간순간을 살아가면서….
배재은
캐나다 국립공원 관리국 홈페이지
pc.gc.ca
캐나다 국립공원 무료 입장이 가능한 디스커버리 패스를 신청할 수 있다.
캐나다 국립공원 캠핑예약사이트
https://reservation.pc.gc.ca/
캠핑이 가능한 날짜와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 밴프국립공원은 사계절 내내 오픈하는
캠핑사이트도 많다.
호스텔 예약 사이트
https://www.hostel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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