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라고 무시하지 마라 - ‘히트다 히트’ 웹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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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고 무시하지 마라 - ‘히트다 히트’ 웹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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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 홍보를 하면서 '웹툰이 원작'이라고 할 때 그런가 보다 하며 흘려 들었다. 재미있으면 됐지 원작이 대수냐 싶었다. 

 

웹툰 작가라며 TV 프로그램에 나와 요리하고 (‘냉장고를 부탁해’의 김풍), 먹고 자는 자잘한 사생활을 공개해도 (‘나혼자 산다’의 기안84) 뭐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했다.

그러다 한국의 ‘국민 예능’이라는 무한도전에서 웹툰 작가라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유느님(유재석)’이 웹툰을 그린다고 하더니 이제는 주인공이 웹툰 속으로 들락날락 하는 황당한 설정(드라마 ‘W’)의 드라마가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하고 있다. 이쯤이면 웹툰이 대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웹툰은?

2000년 PC통신서비스 천리안에서 ‘웹툰’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웹에서 보기 위하여 제작된 인터넷 만화’를 일컫는 말로  웹(web)과 만화를 뜻하는 카툰(cartoon)의 합성어다. 기존의 출판 만화와 구분하기 위해 쓰이던 개념이다.

 

어둠침침한 불빛과 자욱한 담배 연기, 김치 냄새와 땀 냄새가 뒤섞인 퀴퀴한  골방 같은 곳에서 ‘추리닝 바지’를 입은 시커먼 남자들이 쭈그려 앉아 시간을 보내던 곳, 해지는 줄도 모르고 코 훌쩍이며 책에 머리를 박고 있다가 찾아온 엄마에게 등짝을 맞고 귀를 잡혀 끌려 나가던 곳. 오래 전 동네 만화방 풍경이다.

 

이 시절 출판 만화는 대개 흑백 만화였다. 컬러 만화는 보통 학습 만화이거나, 스포츠 신문을 중심으로 한 일간지의 연재 만화였다. 일간지에 연재되던 컬러 만화로는 <광수 생각>이 대표적인데, 이는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디지털 만화의 초기 형태이자, 기존 스토리 만화와 상반되는 에세이툰의 시초로 이후 웹툰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의미에서 웹툰의 시초를 따지자면 <스노우캣>이라 할 수 있다. 1998년부터 웹에 연재하기 시작한 <스노우캣>은 귀여운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출판 만화와는 몇 가지 다른 점을 보여 주었다.

먼저 스크롤에 적합한 1칼럼(세로 줄) 형식이다. 이전의 웹에 연재된 만화들은 출판 만화를 그대로 옮기거나 웹에서도 기존의 종이 양식에 맞춰 그리곤 했었다면 스노우캣은 컴퓨터 모니터 화면이 주로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에 따라 길게 한 줄로 이어갔으며 서사를 중심으로 한 기성 출판 만화와 달리, 짧은 내용 안에 뉴욕 생활과 키우고 있는 고양이를 소재로 일상을 담은 생활툰 형식을 만들어 냈다.

 

웹툰 전성시대

2002년 '야후'가 만화 서비스를 런칭했다. 웹툰은 아니고, 출판 만화를 그대로 옮긴 수준이었으나, 포털이 처음 만화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후 웹툰은 포털 사이트의 성장과 함께 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된 강풀의 <순정만화>는 한 화마다 이야기가 끊어지는 기존의 웹툰과 달리 과감하게 드라마 형식을 채택,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출간까지 이어졌다. 웹에서도 장기 연재물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대중화되지 않았던 웹툰이라는 용어는 네이버 웹툰 서비스 런칭 이후 빠른 속도로 정착되기 시작한다. 

현재 만화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네이버 웹툰을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끌어온 이는  ‘네이버 웹툰 & 웹 소설’의 대표 김준구 이사다. 그는 웬만한 만화책은 소장용, 본인이 읽는 용도 그리고 대여용으로 각각 세 질씩 사서 만화책만 8000여 권 가지고 있는 걸로 유명해 사원들이 엑셀로 리스트를 만들어 돌리면서 만화책들을 빌리곤 했던 이른바 ‘덕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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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웹툰 인기의 일등 공신으로는 스마트폰이 꼽힌다. 웹툰은 스토리 중심의 소설과 비주얼 중심의 영화적 요소가 골고루 섞인 것이 특징인데 이동 중 생기는 짧은 틈에 소비하기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로 스낵 컬쳐의 대표가 되었다.  

 

또 탄탄한 스토리와 이미 갖춰진 비주얼은 영화나 드라마 장르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2006년 강풀 작가의 <아파트>를 시작으로 드라마나 영화들 중에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미생의 작가 윤태호의 웹툰을 원작으로 2015년에 개봉한 <내부자들>은 감독판 관객수를 합해 900만 명의 관람객을 모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 중 흥행 순위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바가지 머리를 한 동네 바보가 된 김수현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3>는 작가 HUN의 작품으로 흥행 순위 2위다. 그 뒤를 이어 윤태호작가의 <이끼, 2010>도 강우석 감독을 만나 33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화 된 작품이 가장 많은 작가 강풀의 <26년, 2012>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흥행 순위 4위.

 

드라마에서는 최근에 종영한 김달 작가의 <운빨 로맨스>, 해츨링의 <동네 변호사 조들호>, 순끼 작가의 <치즈인더트랩>을 비롯 최규석의 <송곳>, 조주희의 <밤을 걷는 선비> 등이 있는데 이 중 역대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었다.

 

원작 웹툰 자체의 재미에 현실의 상황을 적절하게 각색으로 녹여내 공감대를 높인 ‘미생’은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어떻게 리메이크해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모델이 되었다.만화 같은 설정이 드라마와 안 어울릴 때도 많다. 만화의 병렬식 구조가 극적 구성을 필요로 하는 드라마와 안 맞을 수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할 때에는 중심이 되는 인물, 주연급의 메인 스토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드라마 ‘미생’은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 사람 에피소드도 잘 만들어져 전체 캐릭터에 팬덤이 생기는 흔치 않은 경우였다. 사실 사람들이 만화를 통해 알고 있는 걸 드라마로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리메이크는 드라마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어려운 숙제다. 웹툰의 각색은 드라마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2010년 순끼 작가가 그린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여주인공 홍설의 드라마 캐스팅 사실이 발표되자, 원작 캐릭터와 배우와의 ‘싱크로율’이 떨어진다며 항의하는 만화팬들이 ‘치엄마’가 되어 드라마가 종영하는 순간까지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만화에서의 팬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안티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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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버는 웹툰 

포털을 중심으로 한 웹툰 플랫폼은 전세계 유례없는 한국 고유의 문화 컨텐츠 모델로, 현재 만화 콘텐츠 유통뿐만 아니라 2차 저작권 판매와 해외 진출, 연관 콘텐츠 및 부가 상품 마켓 구축 등 의미 있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15년 한 해 수출액만 2556만 달러에 이른다. 다른 나라엔 거의 없었던 디지털 만화라는 형식을 전파하며 지난 4년 동안 해마다 수출액을 20%씩 늘려왔다. 각 나라마다 현지 사정과 선호에 맞춰 한국 웹툰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으로 다양성이 꼽힌다. 한 장르에 쏠림 없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한국 웹툰의 강점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서비스를 시작한 레진 코믹스에서 미국 독자들이 가장 많이 본 웹툰은 고등학생 사촌 남매의 미묘한 관계를 소재로 한 <말할 수 없는 남매>(윌로우 작가)다. 레진 코믹스는 한국에선 성인물로 인지도를 높였지만 미국에선 소꿉 친구로 지낸 두 친구의 대학 생활을 그린 <딸기와 밀크티>(3위, 팀해장 작가), 고교 액션물인 <소년이여>(4위, 병장 작가) 등의 학원물이 상위에 올랐다. 한국 만화 작가 조합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영어로 서비스하는 스팟툰에서 가장 많이 본 무료 웹툰은 연예계를 배경으로 아이돌 권력의 내부를 묘사한 <이미테이션>(박경란 작가), 가장 많이 팔린 유료 웹툰은 판타지 로맨스 물 <나의 빛나는 세계>(마루 작가)다. 캠퍼스 로맨스물이 특히 영어권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웹툰이라는 낯선 장르를 소비하는 외국 독자들의 연령이 주로 10~20대 초반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형식과 내용면에서 독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는 웹툰이 늘어나고 있다. 다음에서는 스토리볼을 통해 ‘무빙툰’ 을 선보였다. 기존 웹툰에서도 어느 정도 움직임은 들어갔으나 무빙툰은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효과음, 음성 등을 넣어 영상화, 생동감을 더했다. 공포물에 아주 잘 어울리는 연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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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재미만을 주는 만화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있음직한 기획으로 더욱 깊어진 내용으로 독자들을 위로하고 공감하게 하는 웹툰들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김보통 작가의 웹툰 <아만자>는 스물여섯 살 난 평범한 남성이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죽을 때까지의 투병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2013년부터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연재되기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15년 5월 일본에서, 그 해 하반기 중에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과 나란히 미국 허핑턴 포스트 홈페이지에서 연재됐다. 미국의 호스피스 센터에서 "교재로 쓰고 싶다"는 요청도 들어왔다고 한다.

 

한국 민속 신앙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독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온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는 한국의 민속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고 재치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의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신과 함께는 저승과 이승의 이야기로 인간 세상을 풍자하는데 주력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연재 당시 네이버 웹툰 조회수 전체 1위에 빛나는 최고 인기작이었다. 단행본 출간 후에는 29만 권이라는 판매 기록과 함께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만화 대상 대통령상 등 각종 만화상을 석권하기도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공연, 영화, 드라마 판권 계약까지 마쳤다.내년 개봉 예정으로 한창 촬영 중인 영화에는 하정우, 이정재, 차태현, 주지훈, 마동석 등이 캐스팅되었다.

 

웹툰은 이제 인터넷 만화라는 틀을 벗어나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좋은 소재로 대중문화의 여러 장르로 영향력을 넓히며 말 그대로 ‘대세’가 되었다. 좋은 콘텐츠는 다른 장르로 옮겨가도 여전히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웹툰이 증명하고 있다.

 

Vol.84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8-10-12 09:41:20 에듀인포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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