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P. Mamba 영원한 LA 레이커스맨, ‘코비 브라이언트’ 를 추모하며…
지난 26일 일요일 메디슨스퀘어가든, AT&T 센터, 암웨이센터, 모다센터 등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경기에서는 그 동안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연출됐다.
양팀 모두 첫 공격에서 아무런 공격의사를 보이지 않은 채 24초 공격제한 시간을 코트에 서서 번갈아 소진한 것이다. 일부 경기장에서는 8초 안에 상대 코트로 넘어가지 않으면 받게 되는 8초 반칙(8-Second Violation)을 고의로 범하기도 했다. 관중들은 양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한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8과 24는 불의의 헬리콥터 사고로 26일 오전, 세상을 떠난 NBA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41)’가 LA 레이커스에서 10년 동안 사용했던 등번호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1월 26일 오전 둘째 딸 지아나(13)와 함께 전용헬기를 타고 자신의 체육관으로 가던 중 칼라버서스에서 헬기가 추락하면서 세상을 떠났다. 헬기에는 코비 브라이언트와 딸 지아나, 그리고 지아나의 친구(팀원)와 학부모, 조종사 등 9명이 타고 있었으며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NBA 선수였던 조 브라이언트의 피를 물려받은 코비 브라이언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199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3위로 샬럿 호니츠의 지명을 받은 후 2주만에 LA 레이커스로 트레이드 됐다. 그리고 2016년 은퇴할 때까지 20년 동안 LA 레이커스에서만 뛰었다.
20시즌 동안 정규 리그 1345경기에 출전해 평균 25득점, 5.2리바운드, 4.7어시스트를 유지했고 통산 3만3643득점으로 카림 압둘 자바(3만8387득점), 칼 말론(3만6928득점), 르브론 제임스(LA레이커스 3만3655득점)에 이어 이 부문 4위를 기록했다. 5위는 '농구의 황제' 마이클 조던(3만2292득점)이다.
코비는 현역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으며, 은퇴한 뒤에도 직간접적으로 농구계 후배들을 격려하며 그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인물이다.
14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등번호를 8번에서 24번으로 바꾼 이유를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하루는 24시간이고, 공격제한 시간도 24초다. 그 시간들을 더 충실하게 보내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훈련을 위해서라면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때로는 자신의 에너지 레벨을 맞추지 못하는 동료들에게 모질게 대하기로 알려진 선수였다. 행사를 하러 다른 나라에 갈 때도 트레이너를 대동했고, 틈이 날 때마다 운동을 했다고 한다.
그의 사망 후 LA타임즈의 J.A 어단데 기자는 ESPN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코비를 지금의 슈퍼스타로 만든 것은 '맘바 멘탈리티'로 대변되는 그의 근면성실함 덕분이었다. 내면과의 경쟁은 그를 두려움 없는 승부사로 만들어주었다"라고 평가했다.
코비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것은 비단 자신과 LA 레이커스 때문만은 아니었다.
2016년, 마지막 올스타전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우리 아이들은 몇 년간 내가 꾸준히 새벽 4시에 일어나 훈련을 하고 집에 왔다가 다시 훈련하러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쉽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아버지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 때 이룰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강한 의지를 가진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직업을 사랑한다면 그에 맞는 열정과 의지를 보여야 한다."
라는 말을 남겼다.
다음은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NBA최고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하루 훈련 스케줄이다.
▷ 아침 4시에 기상. ▷ 가볍게 몸을 풀고 5시 30분에 개인 체육관에서 훈련 시작. ▷ 각각 5개의 스팟에서 200개씩 슛을 던지며, 들어가는 것만 카운트. 완료 후 같은 5개의 스팟에서 페이더웨이 슛 100개씩 카운트. (보통 하루에 1500개 슛 연습) ▷ 이후 팀 훈련 종료 후 또다시 개인 훈련 시작. ▷ 이 때 아래의 웨이트 트레이닝 병행. [Day 1 & Day 4] Bench press, Lat pull-downs, Incline press, Military press, Abdominal crunches [Day 2 & Day 5] Lateral dumbbell raises, Bar dips, Tricep press-downs, Bicep curls, Abdominal crunches [Day 3 & Day 6] Back squats/Front squats, Leg curls, Leg extensions, Calf raises, Abdominal crun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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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많은 이들이 선수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그를 존경하고 아꼈던 이유이기도 했다. ‘맘바 멘탈리티’로 대변됐던 그 자세는 NBA 역사상 가장 많은 득점(33,643점)을 올린 선수 중 한 명이자, 챔피언십 우승 5번, 올스타전 18회, 파이널 MVP 2회, 올-NBA 퍼스트팀 11회, 올-NBA 디펜시브팀 12회(퍼스트팀 9회), 득점왕 2회 등을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이었다.
코비는 프로로서의 품위도 잃지 않았다. 대중들 앞에서는 항상 정장을 입고, 부적절한 언어를 쓰지 않고 또박또박 인터뷰하는 것은 코비의 위상을 더 높여주었다. 은퇴 후에도 그는 후배들을 위한 인플루언서로 활발히 활동했다. 불과 며칠 전, 그는 근무 환경이 개선된 WNBA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격려하며 힘을 실어주었고, 사망하기 하루 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의 정규 리그 경기에서 코비 브라이언트를 넘어 개인 통산 득점 랭킹 3위로 올라선 르브론 제임스에 대해 "내 형제야, 경의를 표한다"라는 말을 트위터에 올려 축하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가 농구선수 커리어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명예의 전당을 앞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팀 던컨, 케빈 가넷과 함께 올해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 된 상태였다. 오는 2월, 시카고 올스타 주간에 그 명단에 발표되면, 몇 개월 뒤에는 농구선수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네이스미스 명예의 전당 기념관에서 지난 농구 커리어를 돌아보며 스피치를 했을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종목이나 아이콘이 있었다. 코비의 팬들은 학생티를 벗지 못한 '청년'이 NBA 스타로 자리를 잡고, 가정을 꾸리고 더 나아가 레전드가 되어 코트를 떠나는 '성장 드라마'를 목격해왔다.
르브론 제임스의 팬들이 그랬고, 루카 돈치치의 팬들이 이제 막 시작된 그의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듯, 코비 브라이언트를 사랑했던 팬들도 1996년에 등장해 2016년, 유타 재즈와의 은퇴 경기에서까지 60득점을 올린 그를 보며 같은 심경을 느꼈을 것이다.
손가락이 부러졌어도 코트에 나섰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졌지만 오랜 노력 끝에 코트로 돌아왔다. 사회화가 덜 된 청소년이라는 말을 듣던 선수가 팀의 에이스가 됐고, NBA를 대표하며 전 세계 농구 선수들과 팬들에게 영감을 남긴 전설이 됐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열렬히 환호하고, 누군가는 격렬히 싫어했지만, 이 하나의 사실만큼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누구보다 농구를 사랑했고, 성실했던 역대 최고의 '프로농구선수' 중 한 명이란 사실'이다.
팬들에게 좋은 추억과 영감을 안겨준 코비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코비와 그의 딸 지아나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