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아이들의 특별한 선생님 - LAUSD 특수체육교사 케빈 마 인터뷰
< 스승의 날 특집 >
LAUSD 특수체육교사 케빈 마 인터뷰
한국에서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반 아이들이 돈을 모아 준비한 선물과 카네이션, 손 편지 등을 교탁 밑에 숨겨놓고 키득키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담임선생님을 기다리던 학창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수백 명의 첫사랑으로 기억될 그 분도 이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셨겠지 하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아릿해 오기도 한다.
요즘은 풍토가 많이 달라져서 받은 선물을 돌려 보내거나 선물을 받지 않는다고 가정통신문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안주고 안 받는 스승의 날 문화가 정착되어 간다고 한다. ‘촌지’가 심각한 문제이던 시절도 있긴 했지만, 사제간의 따듯한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스승의 날의 풍경이 사라져 가는 것이 왠지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마음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닐 터, 스승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새로운 방법이 많이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제자들에게 온 정성을 쏟아 부어도 제자들이 스승의 날을 기억해주지도 못하고, 직접 만든 종이 카네이션을 받을 수도 없는 선생님이 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단다. LA통합교육구(LAUSD)에서 14년째 Adapted P.E. Specialist(특수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케빈 마 선생님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2003년 4월부터 LA통합교육구에서 Adapted Physical Education(APE) Specialist 로 일하고 있는 케빈 마 이다. 이런 직업이 있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다.
-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Freshman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학교에서 배드민턴 선수생활을 했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2년제 대학을 다니다가 1996년에 애너하임에서 열린 스페셜 올림픽에서 통역을 할 기회가 있었다. 대학을 다니면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 한참 생각하던 때였는데, 한국에서 온 장애인 선수들의 통역을 도우면서 디즈니랜드도 가고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재미있는 거다. 그래서, 나도 고등학교 때 운동을 했으니 운동을 하면서 장애인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고 찾아봤더니 미국에 Adapted Physical Education(APE) Specialist라는 직업이 있는 거다.
그래서 특수교육을 배우려고 칼스테이트 풀러튼에 들어가서 배우면서 1년을 다녔는데 거기에는 Teaching Credential Program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CSUN(칼스테이트노스리지)로 옮겨서 졸업을 했고, 교사자격을 따서 2003년 LA통합교육구에 특수체육교사로 취업이 됐다.
- 특수체육이란?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체육을 가르치는 거다. 많은 분들이 ‘참을성도 많아야 하고, 전문지식도 있어야 하고 참 어렵겠다. 힘들겠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신다.
특히, 한국 커뮤니티 분들은 장애인들에게 체육을 가르친다고 하면 ‘아휴 어려운 일한다. 고맙다.’ 하면서 칭찬을 굉장히 많이 해주신다. 하는 일 때문에 칭찬을 많이 받으니 좋기는 한데, 그렇게 힘들기만 한 일은 아니다.
3살부터 고등학교학생들까지 가르치는데 나는 이 일이 너무 재미있다. 보람도 당연히 느끼지만, 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자체가 좋다.
- 무엇을 가르치나?
아무래도 어린 아이들은 기초적인 대근육 운동 기술(Gross Motor Skills)이 필요한 시기 이기 때문에 게임도 하면서 스킬 위주로 가르친다. 공 던지기, 달리기, 구르기 등..
보통 체육시간에 배우는 것과 큰 차이는 없는데, 조금 더 자세하게 지시를 하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면 된다. 공 잡아! 던져! 하는 지시를 공 잡아! 손 들고! 목표에 조준! 발 내 딛고! 던져! 이렇게 세분화해서 가르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손이나 팔꿈치의 위치까지도 지시를 해주기도 한다. 조금 더 큰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가르친다.
- 어떻게 가르치나?
몇 년 전부터 LA교육구에서는 풀 인클루젼(Full Inclusion)을 도입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장애가 없는 아이들이 함께 공부도 하고 체육도 하는 거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일반체육교사와 특수체육교사가 함께하는 클래스를 통해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비장애 아이들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마다 수업 방식은 조금씩 다른데 나는 리버스 인클루젼방식으로 진행을 한다. 통합교육이긴 한데 Co-Teaching을 하지 않고, 일반 PE클래스 아이들이 내 쪽으로 와서 같이 수업을 하는 방식이다.
- 함께 수업을 하면 비장애 아이들에게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물론 필요하다. 풀 인클루젼 수업을 하게 되면, ‘이 친구는 이상하거나 다른 것이 아니라, 단지 약간 특별한 Need가 있는 친구다.’ 예를 들면 ‘이 친구는 너무 시끄러운 노이즈에 힘들어하는 친구다.’ 이런 식으로 미리 말을 해주면 도움이 된다.
지난번에 와서 봤겠지만, 농구교실에 참가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자폐증이 있는 친구들인데, 자원봉사를 하는 친구들에게 자폐증의 정도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증상들을 미리 설명해주고,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면 좋겠다. 하고 미리 가르쳐 준다.
-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이 많은가?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자폐 판정을 받은 아이들의 수는 45명당 1명 이라고 한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조사했을 때는 80명당 한 명 이었다고 하니까 거의 두 배나 늘어난 것이다.
- 증가하는 원인은?
‘MSG 때문이다, 환경호르몬이다, TV를 너무 많이 봐서 그렇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예방주사 때문이다.’ 등등 여러 가지 연구와 이론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증명이 된 것은 없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증가하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자폐증이 있는 친구들을 학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 LA통합교육구에 특수체육교사가 몇 명인가?
대략 200명 정도가 있다.
- 한국인 특수체육교사가 또 있나?
나까지 3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엔 나 혼자였다. 4~5년 전쯤에 한 분이 오셨고, 재작년에 한 분이 더 오셨다. 함께 일하니까 좋다.
- 특수체육으로 자폐 등의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가?
물론 치료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장애를 치료한다기 보다는 운동 스킬을 개발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사회성을 기르는데 도움을 준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성장해서 사회에 나갔을 때,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 능력을 하나씩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 풀 인클루젼(완전통합) 교육에 대한 반발은 없나?
당연히 있다. 이것이 늘 숙제인 것 같다. 그렇게 겁내거나 무서워할 일은 아닌데, 장애에 대한 편견이 문제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힘들겠다. 불쌍하다.’까지는 온 것 같은데, ‘내 자녀가 장애아동과 함께 공부하는 것은 싫다.’ 이런 부모님들이 아직도 있다. 참 슬픈 일이다. 물론 그 분들의 걱정도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의식이 깨었으면 좋겠다.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는 시간을 조금 빼앗길 수도 있겠지만, 남을 이해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더 훌륭한 마음을 배울 수 있잖은가.
- 이 일을 하면서 후회한 적은 없나?
아이들 때문에 힘든 적은 없는데, 어른들 때문에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다. 각 학교에는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교감 선생도 있고, 교장 선생님 등 이 일을 하면서 부딪히는 많은 어른들이 있다. 대부분은 좋은 분들이지만, 교육분야에 종사하면서도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아주 가끔 있다. 교육에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안 해 준다거나 사소한 것으로 괜한 트집을 잡기도 한다. 그럴 때가 제일 힘들다.
-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너무 많다. 프리스쿨 때 가르쳤던 아이들이 성장해서 고등학생이 되어서 학교에 오면 세월이 많이 지났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프지 않게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지금도 아이들이 Mr. Mama 하면서 달려와 안기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매일매일 재미 있지만, 제일 좋은 것은 세상 사람들이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아이들이 해낼 때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매일 본다.
- 제자들이 선생님의 고마움을 알고 기억할까?
그렇지 않겠나?(웃음)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고마운 것이 더 많다.
- 부인도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나?
아니다. 전혀 다른 일을 하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잘 이해해주고, 지원해주고, 고마워한다. 데이트 할 때 내가 일하는 곳에 몇 번 데려갔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일이 내 성격에 워낙 잘 맞으니까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들과 뛰고 구르고 잘 놀아주는 모습을 보여줘서 내가 무게 잡는 한국 아저씨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웃음)
- 뭐라고 하던가?
오빠는 이런 일 하고 돈 받냐고 그랬다. 하루 종일 애들하고 뛰고 놀면서 돈 받냐고, 너무한 거 아니냐고.. (웃음)
- 나중에 자녀가 같은 일을 하겠다면?
와이프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연히 대환영이다. 나와 내 자녀들이 같은 일을 하고, 스페셜 올림픽에 함께 나가서 봉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물론 돈을 많이 벌거나 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아이가 없지만 아이가 생기면 내가 하는 일에 자주 데려갈 생각이다.
- 비장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못할 거라는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폐아이들 중에는 천재성을 가진 아이들도 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아무것도 못할 거라는 편견 때문에 많은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되고, 점점 더 소외된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보면 알게 된다. 장애가 있어도 아이들은 아이들일 뿐이다. 우리 아이들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거. 그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 한미특수교육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스탭으로 일을 하고 있다. 행사 때 발달검사도 하고, 자체행사에 거의 참여한다. 올해부터 통합농구교실을 시작해 운영하고 있다.
- 통합농구교실에 대해 설명해달라
LA통합교육구에서 실시하는 Unified Sports가 모델인데, 스페셜 올림픽에 있는 Unified Game중 농구 종목을 선택한 것이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과 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농구를 한다. 2대 3으로 시합도 한다. 와서 보면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이렇게 운동을 잘해? 하면서 깜짝 놀랄 것이다. 매주 월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풀러튼 커뮤니티센터에서 모여서 진행한다.
(농구교실문의:한미특수교육센터 562-926-2040)
Vol.70-0513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