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CA 합의 다시 안개 속으로
(사진 출처 : 폴리티코) 트럼프 대통령의 ‘거지 소굴’ 발언으로 연방정부 예산안 및 DACA 프로그램과 멕시코 국경장벽건설 패키지 딜 처리 적신호.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간 합의와 이민국의 DACA 신청절차 재개로 1월 중 성사될 것으로 기대됐던 ‘이민 빅딜’의 조기 타결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민법에 관련된 논의를 하면서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거지 소굴(shithole)’이라고 언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DACA 관련 대책 회의에서 트럼프는 아이티, 아프리카를 겨냥해 “우리가 왜 거지소굴 같은 나라들이 여기에 오도록 받아줘야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발언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 차별 발언에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새해 예산안 협상이 중단돼 연방정부 업무가 ‘일시중단(shutdown)’ 위기에 몰렸다. 의회는 지난해 12월 21일 임시로 4주짜리 단기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정부 셧다운 사태를 막으려면 만료 시한인 19일까지 예산안이 통과돼야 하지만 공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둘러싸고 네 탓 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현 정국은 매우 혼란한 상태다.
이에 따라 불법 체류 청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DACA 대체 입법 추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DACA 구제 법안과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안의 ‘패키지 딜’을 제안했을 때 민주당이 우호적으로 나오면서 1월 중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됐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 파문으로 민주당은 다시 불법체류 청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예산안에 합의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고 협상은 더 이상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셧다운 위기를 가져왔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민주당을 향해 반격하기도 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을 교착시킨 게 아니라 민주당이 오히려 대통령이 뭔가를 성취하는 데 지원하고 싶지 않은 구실로 이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예산안 협상 좌초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고 있다. 그는 트위터로 "민주당이 일괄 사면과 국경 안보를 가지고 정부를 셧다운시키려 하고 있다"며 “가장 큰 패배자는 급속도로 재건되고 있는 우리 군이 될 것이다. 우리에겐 ‘성과기반'(merit-based)의 이민 제도가 필요하다. 더 이상 위험한 (비자) 추첨제는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16일 연방대법원에 지난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이 DACA 프로그램 단계적 폐지 결정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관련 당사자 모두를 위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연방대법원이 (하급심)명령의 장점에 대해 직접 검토할 것을 요청하는 보기 드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법무부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의 결정에 대해 항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제9 순회 연방항소법원에서 결론이 나오기 전 대법원이 먼저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