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휴대전화 사용 금지해야 할까?
▷ 보스턴의 Hill Circuit Street charter school에서 학생들에게 휴대전화 보관용 파우치를 나눠주고 있다. (출처 : NPR)
프랑스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9월부터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쓸 수 없게 된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지난 12월 장 미셸 블랑케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초등학교에 입학해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모든 학생이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제도를 2018년 9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초·중학교 휴대전화 사용 금지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원칙적으로 프랑스 각급 학교는 수업 중에 휴대전화를 쓸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교사 몰래 책상 아래로 스마트폰 검색을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프랑스 정부가 검토 중인 시행 방안은 휴대전화 보관함을 마련하는 예산을 배정, 학생들이 등교할 때 교실 바깥에 둔 보관함에 휴대전화를 넣어두고 귀가할 때 찾아가는 방식으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쓸 수 없도록 막을 예정이다. 마크롱 행정부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에 시간을 뺏기면서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는 12~17세 청소년의 93%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 블랑케 장관은 "장관들이 국무회의를 할 때도 보관함에 휴대전화를 넣어 둔다"며 "학교는 물론이고 사람이 모인 곳이면 어떤 집단에서도 시행할 수 있는 제도"라고 했다. 일간 르몽드는 "이미 일부 초·중학교에서 등교 후 담임 교사에게 스마트폰을 맡겨 두는 제도를 자체 시행하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미국의 공영라디오 NPR 보도에 의하면 보스턴에 있는 Hill Circuit Street charter school에서는 학생들이 등교하면 휴대전화 보관 파우치를 나눠주고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의류에서나 볼 수 있는 보안 장치로 잠근다. 이렇게 휴대전화를 넣고 잠근 파우치는 몇 시간 후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어서야 특수장치를 이용해서 열 수 있다. 학생들의 불만은 당연하지만 일선 교사들과 DeOtis Williams Jr. 교장은 이러한 제도가 수업 중 학생들의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휴대전화 사용금지 조치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휴대전화 사용 금지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 학생들이 순순히 휴대전화를 내놓지 않았을 때 기본권을 중시하는 프랑스 정서상 교사가 휴대폰을 강제로 뺏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르몽드를 비롯한 프랑스 현지 언론은 "인권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교사가 강제로 휴대전화를 압수할 수 있다는 규정은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자녀들의 안전 확보 차원에서 휴대전화 격리 방침에 반대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등하굣길이나 학교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자녀와 항상 휴대전화로 연락이 가능해야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교원 노조(SE-UNSA)를 이끄는 클레르 크레페는 르몽드 인터뷰에서 "합리적으로 교사가 통제한다는 가정 아래 칠판 글씨를 다 적을 시간이 부족하면 스마트폰 카메라로 칠판을 찍거나 학습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시대"라고 했다. 스마트폰이 수업 중 교육적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