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 늘지만 300만명 인터넷 안된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휴교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저소득층 아이들이 '디지털 격차'로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터넷 강의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가정에선 애를 먹고 있다"며 "감염증이 부유한 가정과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의 '디지털 격차'를 새삼 부각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강의가 확산한다면 아이들의 학습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워싱턴주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뉴욕, 펜실베니아 등 확진자가 나온 지역에서 많은 학교가 차례로 문을 닫고 있다. 연방정부가 휴교령을 권고한 것은 아니지만 각 지역 교육구에서 자체적으로 학교를 폐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정마다 인터넷 사용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다. 많은 수의 저소득층 아이들이 집에 아예 컴퓨터가 없거나 있다 해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므로 공공도서관 등을 찾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 때문에 이마저도 어려울 수 있어 우려된다. 평소에는 숙제하는 데 애를 먹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아예 수업을 받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게 됐다.
AP통신은 지난해 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해 "미국 학생의 약 17%가 가정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기 힘들며, 18%가량은 인터넷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미국 전역에 300만 명 가까이 된다. "집에 인터넷이 없는 학생 대부분은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은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이라며 "비백인 가정 비율이 높다"고 전했다.
도시와 교외 지역 간 격차도 크다. 교외 지역에는 인터넷을 원활하게 쓸 수 없는 곳이 예상 외로 많다.
미국교원협회의 정책홍보담당을 맡고 있는 노엘 엘러슨은 "인터넷 강의를 곧바로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지역이 있는 반면, 인프라가 부족해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지역도 매우 많다"며 원격 학습이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을 원활히 사용할 수 있다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옆에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인강'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뉴스위크는 '학교가 폐쇄되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특히 빈곤 가정의 아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맞벌이하는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부모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를 돌보고 공부를 도와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 급식에 의존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