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틈탄 ‘혐오 가짜뉴스’...“총격범은 불법이민자"
- 소수자 향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 우려
텍사스주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을 난사해 21명을 살해한 샐버도어 라모스(18)의 신원이 공개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고 A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대표적인 가짜 뉴스는 그가 불법 이민자라는 주장이다.
총격 사건 몇 시간 뒤 트위터에는 라모스가 불법 입국자이며 국경순찰대를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라모스는 엘살바도르에서 살인죄로 수배된 불법체류자이며 이 피(에 대한 책임)는 바이든 손에 있다'고 적은 이 게시물은 수백명이 리트윗했다.
하지만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라모스가 미국 시민권자라고 밝혔다.
라모스가 성 전환자(트랜스젠더)라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녹색 병을 입에 물고 한쪽 귀에 헤드폰을 낀 채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한 여성의 사진을 올린 뒤 '뉴스 속보, 총격범의 정체가 밝혀졌다. 유튜브 채널이 있는 펨보이(여장 남자)'라는 글을 올렸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뉴욕에 사는 22세 트렌스젠더 여성으로 밝혀졌다.
이 여성은 자신을 총격범으로 지목한 게시물이 확산된 뒤 SNS로 폭언을 들었다며 "소름 돋는 경험이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심지어 하원의원인 폴 고사르(공화·애리조나)는 트위터에 범인의 이름까지 틀리게 적으며 "살바토르(샐버도어) 라모스는 트랜스젠더 좌파이자 불법체류자"라는 글을 올렸다. 현재 이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이처럼 총격 사건과 관련해 허위 정보가 퍼지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AP통신에 따르면 2012년 26명의 사상자를 낸 샌디후크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나 14일 10명이 살해된 버펄로 슈퍼마켓 총격 사건 때도 가짜 뉴스가 퍼졌다.
문제는 이런 가짜뉴스가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또 다른 차별과 혐오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텍사스 대학에서 트랜스젠더를 연구하는 제이든 제넥 박사 후보는 "피해자들은 그날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 될 줄 몰랐을 것"이라며 "이는 트렌스젠더가 매일 마주하는 두려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