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덕후들이 나타났다! - 지금은 유권자 시대.

에듀스페셜

세상을 바꾸는 덕후들이 나타났다! - 지금은 유권자 시대.

관리자 0

 

 f47c23482e0ee5f5c6a040cd4e21bf31_1497642572_3.jpg

빠순이가 어때서. 얼마나 건전한데. 계산하지 않고. 빠순이의 기본은 열정이야. 이걸로 사회에 나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아나.”

 

응답하라시리즈 돌풍의 시작이었던응답하라 1997’의 여자 주인공, 성시원(정은지분)의 대사다.

아이돌 그룹의 조상이라고 하는 H.O.T(강타, 문희준, 토니안, 이재원, 장우혁)의 열광적인 팬이었던 성시원은토니오빠를 보기 위해 무작정 부산에서 상경해 토니의 집 앞에서 노숙하고, 음반을 제일 먼저 사기 위해 전날 밤부터 줄 서서 밤새 기다리는 것이 행복하다. 소중한 오빠를원숭이 새끼라고 부르는 아빠(성동일분)에게 머리카락을 잘려도 오빠를 향한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아이돌 팬을 지칭하는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다. 위키백과에는 “‘는 어딘가에, 특히 한 사람에게 심하게 빠져 타인에게 불쾌감이나 피해를 주는 사람을 비하해서 부르는 비속어로, 반댓말, 즉 안티를 가리키는 말로는가 쓰인다. 연예인의 극성 팬의 경우 남자는 빠돌이, 여자는 빠순이라 부른다. 비슷한 영어 표현으로 그루피(Groupie)가 있는데, 그루피는 '그룹'에서 파생된 말로, 어떠한 상대와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현재는 "광팬"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라고 설명되어 있다. 기원이 무엇이든 누군가를라고 지칭하는 것은 상대를 곱게 보지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세월이 흘러 아이돌의 소비 계층은 한국을 넘어 해외까지 확장되고, 아이돌 중심의 K-pop한류의 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수출 상품이 되었으며 빠순이 빠돌이들은삼촌팬’, ‘누나팬등으로 계층 분화가 이루어졌다팬들은 여전히라는 카테고리에 속해 있긴 하지만 비하의 뉘앙스는 약화되어 스스로를야빠(야구팬)’라 지칭하기도 한다. 일본 애니를 좋아하는 팬들을 뜻하는덕후라는 단어와도 혼용되기 시작해서 무엇인가를 깊이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의 총칭이 되기도 한다. (- ‘축덕은 축구 덕후, 축구를 몹시 좋아하는 사람) 연예인을 좋아해서 그와 관련된 직업을 갖고 마침내 좋아하던 연예인을 만나거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성덕-성공한 덕후로 선망과 칭송의 대상이기도 하다.

 

문빠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리지않게 모나지않게 나름 조용히 살던가 대한민국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17년이다. 드라마 덕후로 알려진 대통령이 파면 당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과정에서빠심이 전국을 덮었다. ‘문빠의 등장이다.

 

사실 정치인의 팬덤은 삼김시대의 두 주인공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인 지지로 교묘하게 포장된 지역감정은 격렬했지만 정교하지 못했다. 현대적 의미의 정치인 팬덤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서 비롯된다. 대선 과정에서 노란 돼지 저금통으로 상징되던 노무현의 지지자들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으로 뭉쳐 좋아하는 정치인을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노사모는 기를 죽여야 하는극성맞은 노빠일 뿐이었다. 물론 반대 진영에서도 바람 불면 올림머리 흐트러질세라 애지중지하는가엾은 공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도 만들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훌쩍 떠나고 그의 친구 문재인이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나섰다. 이미 민주화 운동에 앞장 서며 오랜 세월 인권 변호사로 살아온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노무현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통한으로 가슴에 천불을 묻고 사는 친노들이 결합했다사실 친노 패권, 노빠, 문빠는 반대 세력들이 붙인 이름이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정치인 문재인도 발전했지만 그의 지지자들도 성장했다.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의 프레임을 두려워하지 않고 되치기가 가능한 사람들이 되었다. 극단의 보수세력과 진보 진영이 의견 일치를 보인 지점이반문이다. 문재인만 아니면 되는 정치인, 언론은 문재인 지지자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나 문빠들은 주눅들지 않고 표 영업에 나서는 한편문재인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냈다.

 

낯선 풍경

막 찍어도 화보가 되는잘생긴 우리 후보의 사진을 컴퓨터, 휴대전화에 저장하기 시작한다. 유세장에 서 있던 잘생긴 경호원까지도 화제가 되었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을 만나는 영상에서 취준생(취업 준비하는 사람) “주니와 이니가 등장했다. 두 사람 이름 마지막 글자 준과 인을 풀어서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그 후 문재인 후보는우리 이니가 되었고,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 라는 말이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각 가정으로 보내는 문재인 후보의 사진이 인쇄된 공보물을 받은 문빠들은이니 굿즈를 받았다며 좋아했다. 원래 굿즈(Goods)란 상품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 문화 분야에서 파생한 제품을 의미한다. 주로 아이돌 관련 상품을 지칭하기도 한다.

 

미국의 주간지 타임(Time)의 아시아판 표지에 문재인 후보가 실렸다. 문빠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굿즈가 없었다. 인터넷으로 기사가 공개된 이후 실제 잡지가 판매대에 나오자마자 역대 1일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표지를 장식한 이른바문재인 타임지가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예스24 31일 문 대통령이 표지 모델로 등장한 미국 타임지 아시아판이 올 1월부터 5 30일까지 47000부가 팔려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책에 등극했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타임지는 지난 8 2차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4시간 만에 1만 부가 완판됐다. 이는 1분당 42권이 팔린 것으로 지난해 가장 빠르게 팔린 한강의채식주의자분당 판매 권수 9.6권을 훌쩍 넘는 기록이다.

타임지만이 아니다. 문빠들에게 문재인의 책만큼 좋은 굿즈가 없다. 문 대통령의 자서전문재인의 운명특별판은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현직 대통령의 책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의 운명은 당선 직후 판매량이 61배 이상 늘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비해 각각 20, 22배 많은 증가세를 보였다. 급기야 예스 24는 문재인 대통령 미공개 포토카드를 사은품으로 증정하고 있다.

 

대선기간 동안 민주당이 사용한 파란색은이니 블루’, 문재인 대통령의 머리색은이니 그레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으며 이미 몇 년 전에 판매가 중단된 블랙야크의 주황색 등산복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입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일명 '문재인 재킷'으로 재출시됐는데 이것은 아이돌 그룹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핵잠수함에 관심을 보였다는 기사의 댓글에는우리 이니 핵잠수함 사고 싶었어요? 두 개 사. 내가 세금 더 낼게.”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2-30대 등에서대통령 덕질이 시작된 것이다. 덕질은 좋아하는 대상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파고 들거나 물건들을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배우 심형탁의 도라에몽 캐릭터 물건 모으기나 영화 스타워즈 팬들의 행태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f47c23482e0ee5f5c6a040cd4e21bf31_1497642546_59.jpg

 

ㄴ예스24 웹페이지 캡쳐이미지

 

정덕 (정치 덕후)

선거가 끝났지만 정치인의 덕질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청와대에 F4가 나타났다. (F4는 일본 애니와 한국 드라마꽃보다 남자의 잘생긴 남자 주인공과 그 친구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문 대통령,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그리고 대선 당시 경호원까지 포함해 문재인 정부의 인사 발탁 기준은 미모라며외모패권주의라는 말도 생겨났다. 민정수석의 한껏 치켜 올려 입은 바지가 많은 사람들을 장탄식하게 만들었다.

 

이같은 현상은 80%가 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과는 또 다른 양상으로 보인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정치 혐오가 만연하던 세대가 인터넷을 통해 새 정부의 인사 청문회를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국회의원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시민으로 바뀐 것이다. 선거 때 매일 보던 문재인 후보의 동정 뉴스가 청와대로 들어가서 뜸 해지자 SNS를 통해 문재인 금단 현상을 호소하는 글이 있었으며, 요즘은 그 어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보다 뉴스가 재미있고 기다려진다는 이상한 반응도 나타났다.

 

이전에 정치인들은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에 사는 가성비 떨어지는 인간들이었다면 최근에는 내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존재가 되었다. 이런 변화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일부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서 나타났었는데 주로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이 중심이었다.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박주민 의원(은평 갑)은 어디서든 잘자는 추레한 모습으로 거지갑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공안검사 출신의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의원(남양주갑)은 뽀로로를 닮았다며 뽀응천으로 불리웠다. 뿐만 아니라 웹젠 의장 김병관 의원(성남 분당 갑)은 잘생김병관, 최재성 전 의원은 낙타아버지(그의 아들이 싱어송 라이터 최낙타이다.), 표창(표창원 의원,용인 정), 최종병기 (김병기 의원, 동작 갑)등으로 지지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가장 먼저 회복하고 다음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자들이 최근 그동안 줄곧 비난하던 노사모를 벤치마킹한 <찰랑단>을 조직하고 찰랑둥이라는 애칭을 만드는 것을 보면 국민들과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뒤늦게 깨달은 것 같다. 정작 노사모 회원들 사이에서는 문지지자들은 우리와 다르다라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조직없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지만 과거 노사모보다 더 적극적이며 신속하고 단결이 잘된다는 것이다. 손에 잡히는 조직이 없으니 지지자들을 설득하라는 요구도 먹히지않는다. 일각에서는 정치인의 팬덤화를 향한 곱지않은 시선이 있다. 정치인을 연예인처럼 소비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문대통령을 반대하는 빌미로 지지자들을 과도하게 비판하는 행태들이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문빠들이 바로 국민이다. 국민과 문빠를 갈라치기 할 수는 없다.

조국 민정수석의 외모보다 더 사랑받는 것은 검찰 개혁에 대한 그의 의지라는 것을 무시하면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적인 호불호를 떠나 객관적으로 보면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번도 존재한 적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유권자 집단이 나타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휴전 중인 국가임에도 평화적인 방법으로 탄핵과 선거를 통해 최고 권력을 교체한 독특한 정치환경 속에서 스스로 진화를 시작한 시민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어쩌면 지금부터 가장 큰 재미일 수도 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8-10-12 09:38:57 에듀인포에서 이동 됨]

, , ,

0 Comments
Facebook Twitter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