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019 노벨 문학상 수상자 - 올가 토카르추크 / 페터 한트케
올가 토카르추크 / 페터 한트케
지난해 문학상 심사위원회를 둘러싼 성추문 파동으로 수상자 선정을 연기했던 스웨덴 한림원이 119년 노벨 문학상 역사상 처음으로 두 명의 수상자를 한꺼번에 발표했다.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폴란드 소설가 올가 토카르추크(57),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오스트리아 희곡 작가 페터 한트케(79)로 각각 선정됐다.
한림원은 지난해 수상자로 올가 토카르추크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백과사전적 열정을 가진 서술과 서사적 상상력을 발휘해 삶의 한 형태의 경계를 넘나들었다"라고 밝혔고, 올해 수상자 페터 한트케에 대해서는 "언어적 독창성을 가지고 인간 경험의 주변성과 특수성을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을 썼다."라고 평가했다.
▹ Olga Tokarczuk
1989년 '거울속의 도시들'이라는 시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토카르추크는 폴란드에서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지지를 받는 대표적인 작가로 폴란드에서 '예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가장 성공한 작가'라는 평을 받는다.
신화적 상상력의 글쓰기로 지금까지 소설 7권과 시집 1권을 냈고, 대표적인 저서로는 '태고의 시간들'과 '방랑자들' 등이 있다.
'방랑자들'의 영어 번역판인 '플라이츠(Flights)'로 지난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그는,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세계 3대 문학상(노벨문학상, 맨부커상, 프랑스 공쿠르상) 2관왕을 달성한 작가가 됐다. 지금까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116명의 수상자 중에서 토카르추크는 15번째의 여성 수상자가 된다.
▹Peter Handke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는 전위(前衛)문학의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독창적 영역을 구축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소설, 희곡, 방송극, 시 등 장르를 넘나들며 평생 왕성한 창작력을 과시해 온 그는 21세기 들어 독일어권 작가 중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랫동안 꼽혀왔다.
한트케의 파격과 실험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 바로 희곡 '관객모독'이다. 1966년 발표한 출세작이면서 우리나라에도 연극으로 소개돼 잘 알려진 그의 대표작 '관객모독'은 배우들이 객석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조롱하며 기존 연극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깬 작품이다.
'관객 모독'은 형식 파괴는 물론 기성 문단에 대한 불만과 공격성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언어를 비틀고 해체하는가 하면, 배우들이 대사를 제멋대로 띄어 읽거나 반복하도록 해 문법과 틀을 해체한다.
특히 극 말미에 관객에게 거침없이 욕설과 물세례를 퍼붓는 장면으로 세계적 화제가 됐다.
그가 발표한 다른 작품으로는 소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소망 없는 불행',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희곡 '카스파', 에세이 '어느 작가의 오후', 시 '내부 세계의 외부 세계의 내부 세계' 등이 있다. 몇몇 작품은 영화화했고 자신이 직접 연출을 맡은 작품도 있다. 빔 벤더스 감독과 함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시나리오도 썼다.
독일과 슬로베니아계의 혼혈로 1942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그는 성년이 될 때까지 국경을 넘어 여러 곳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유랑의 삶을 살았다.
잘츠부르크 문학상, 오스트리아 국가상, 브레멘 문학상, 프란츠 카프카상, 실러상, 게오르크 뷔히너 상 등 독일어권 저명한 문학상을 대거 휩쓸며 일찌감치 문학성을 인정받았던 그는 해마다 노벨 문학상의 단골 후보로 거론됐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지금까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는 지난 1996년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보스니아 주민 학살을 저지른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옹호하는 입장을 보임으로써 유럽 전체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한트케가 고정 관념을 깨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 때문이 아니라 '수상'으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노벨 문학상의 상금은 900만 스웨덴크로나, 약 91만6천 달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