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어 교육 축소' 논쟁
- 전인대 "수업 시간 줄여야"
- 교육부, 전인대 제안 거부…누리꾼 "학생들 직업 선택에 악영향"
중국과 미국 간 대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에서 '영어 교육 축소' 정책을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교육부는 영어 수업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3월 제안에 퇴짜를 놓았다.
전인대는 중국 전역에서 모인 3천명 가까운 인민대표, 35개의 대표단으로 구성되며 각종 제안을 내놓는다.
중국 정부 부처는 특정 대표단이나 30명 이상의 인민대표 위원이 서명한 제안에 대해 일정 기간 내 공식 답변을 내놔야 한다.
영어 수업 축소를 제안한 대표들은 서방의 영향력을 더욱 줄이고 대신 중국 문화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교육부는 현재 전체 커리큘럼에서 영어는 중국어 수업 시간의 3분의 1 미만인 8%만 차지하고 있다며 해당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공식 답변으로 전인대의 제안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비판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의 한 누리꾼은 "세계 대부분의 저명 학술지가 영어로 돼 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영어를 배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 학술지를 번역에만 의존해 읽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전인대 대표들이 교육 개혁에 기여하고 싶다면 영어 수업 시간을 줄이자고 할 게 아니라 대학 입시에서 영어 비중을 줄이는 것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SCMP는 "누리꾼들은 향후 영어 수업이 더욱 소외되고, 학생들의 직업 선택 기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부터 영어 교육과 외국어 교재 사용 등이 집중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상하이 교육 당국은 중학교의 영어 기말고사 실시를 금지했고 학생들의 해외 교재 취득을 지원하지 말라고 각 학교에 지시했다.
그에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해 7월 사교육 금지 정책인 '솽젠'(雙減·초·중학생의 숙제와 과외 부담 경감)을 발표하며 영어 등의 사교육과 함께 외국 교재의 사용을 금했다.
아울러 국제학교에도 중국의 공식 교육과정 채택을 압박해 영국 해로우 학교와 웨스트민스터 학교 등이 중국에 추가로 학교를 설립하려는 계획을 철회했다.
중국에선 솽젠 정책이 교육 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영어 교육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퇴보라는 지적이 맞선다고 SCM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