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서 대낮 ‘묻지마 폭행’에 한인 청년 사망
한준희씨 [가족제공]
- 흑인 남성 느닷없이 공격
- 5일후 쓰러져 뇌사 빠져
- 평소 소신대로 장기기증
- 새 생명들 살리고 떠나
- 가족 “목격자들 제보를”
LA 한인타운 지역 내 강력 사건 증가로 길거리를 걷기가 무서울 정도로 치안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벌건 대낮에 LA 한인타운 도로변에서 꽃다운 19세 나이의 한인 청년이 지나가던 흑인 남성에게 느닺없는 ‘묻지마 폭행’을 당한 뒤 5일 만에 뇌사 상태에 빠져 사망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갖고 있던 자신의 소신대로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한인 청년 한준희(19)씨의 가족들은 용의자 체포를 위해 목격자들의 제보를 간곡히 부탁했다.
사망자의 아버지 크리스 한씨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18일 오후 4시30분께 발생했다. 한인타운 7가와 세라노 인근을 걸어가던 한준희씨는 지나가던 흑인 남성에게 공격을 당한 뒤 5일 후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사망했다. 사건 당일 한씨는 걸어서 파트타임 일을 하는 장소로 가던 중 전동 스쿠터를 타고 마주 오는 흑인과 눈이 마주쳤다. 얼마 후 지나친 줄 알았던 흑인 남성은 갑자기 되돌아와 한준희씨를 뒤에서 강하게 밀쳤다.
당시 이어폰을 끼고 있어 흑인 남성이 접근하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한씨는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져 얼굴과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흑인 남성은 이에 그치지 않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씨를 주먹으로 폭행하기까지 했다.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했던 한씨지만, 흑인 남성이 흉기를 소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맞서 싸우지 않고 자리를 피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한다.
부친 크리스 한씨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4~5일 동안 한준희씨에게는 아무런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달 23일 새벽 2시께 친구들과 함께 있던 한준희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쓰러진 한씨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구토와 함께 한쪽 눈이 안 보인다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에는 호흡이 불안정해졌다.
이에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친구 1명이 다급히 CPR을 시도하며 911에 구조 요청을 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한준희씨는 바로 진정제 투여와 호흡기를 부착한 채 검사를 진행했다. 다음날 아침 8시 한준희씨는 호전 반응을 보였지만, 오후 2시쯤 갑자기 증세가 악화되며 병원 측은 수술을 제의했다. 응급 수술에 들어간 한준희씨는 수술 후 차도를 전혀 보이지 않다가, 25일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뇌사 판정을 받았지만 한준희씨의 어머니는 아들을 놓을 수 없었다. 5일 동안 호흡기 떼는 것에 반대했던 어머니는 아버지 크리스 한씨의 설득 끝에 아들의 호흡기를 떼는 것에 동의했다. 평소 장기기증의 의사가 있던 한준희씨는 8월1일 장기기증 기관에 인계돼 여러 명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장기기증 수술 후 실시된 부검에서 검시국은 한준희씨의 사인을 뇌졸중 등 자연스럽게 발생한 뇌질환이 아닌, 폭행으로 생긴 혈전에 의한 뇌 손상으로 결론을 내리고 해당 사건을 검찰청으로 넘겼다. 아버지 크리스 한씨는 “이틀 전 수사당국으로부터 범행 현장 주변 지역 CCTV를 토대로 수사 중이라고 연락받았다”며 “그러나 증거가 별로 없어 목격자의 제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한씨는 이어 “억울하게 죽은 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범인을 잡는 일밖에 없는 것 같다”며 사건을 목격한 한인들의 제보를 간곡히 부탁했다. 제보 (213)382-9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