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였어"- 영화 < 조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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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였어"- 영화 < 조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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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시의 광대 아서 플렉은 코미디언을 꿈꾸는 남자다.

하지만 모두가 미쳐가는 코미디 같은 세상에서 맨 정신으로는 그가 설 자리가 없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진짜 ‘조커’를 만난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조커>가 큰 인기와 걱정을 동시에 받고 있다.

배트맨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팬층이 두터운 악역 캐릭터 '조커'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악당을 물리치는 통쾌한 히어로물이 아님에도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북미에서는 모방범죄의 위험성 때문에 R등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말 수입이 9천6백만 달러를 기록해 10월 개봉작으로는 사상 최고의 기록을 수립했다. 10월 8일 기준으로 총 수입은 2억7천2백만 달러이며, 이중 56%인 1억5천2백만 달러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워너브러더스가 '조커'의 속편 제작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조커 역을 맡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최근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토드 필립스 감독과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것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며 "우리가 '조커'와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것이 있다면 흥미로울 것"이라는 말로 가능성을 열어 두기도 했다.

 

* 조커
3e7af8ce430c05138454ecd9b66e563c_1571775330_4131.jpg조커는  DC 코믹스에서 출판한 만화책에 나오는 슈퍼 빌런(악당) 캐릭터이다. 

빌 핑거, 밥 케인, 제리 로빈슨이 만든 인물로, <배트맨>(1940년)에 처음으로 등장한 조커는 배트맨의 적대자이자 범죄의 대가이며, 얼빠진 데다가 악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책략가에서 도둑질이나 즐거움을 위한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폭력적인 반사회적 이상 성격자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성향을 갖고 있다.

'조커'의 정체는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의 기원에 관하여 여러 견해가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그가 화학 약품 폐기물이 들어있는 큰 통에 빠져 표백된 피부와 해조류 같은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졌으며, 선명한 붉은색으로 크게 찢어진 듯 그려놓은 입술이 흡사 서커스의 광대와 닮은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 '조커'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연기해 왔고, 이번에 '조커'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에 대해서도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원조 조커'는 메소드 연기로 유명한 잭 니콜슨(Jack Nicholson)이었다. 1989년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에 출연한 잭 니콜슨은 연기 후유증 때문에 2년동안 익명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주인공은 배트맨이 아니라 '조커'다."라고 입을 모았다.

두번째로 조커를 연기한 배우는 '광기의 조커'라는 평을 받는 히스 레져(Heath Ledger)였다. 안타깝게도 고인이 된 히스 레져는 '조커'를 연기하기 위해 무려 한달 간이나 방에 스스로 구금되어 캐릭터의 심리를 완벽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광기 어린 그의 연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번에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조커'는 상상 이상으로 미쳐버린 '괴물'이다. 그냥 미친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어두운 면이 강하게 비틀고 꼬아버린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조커들과 비교하면 잭 니콜슨의 조커처럼 광대의 요소가 강한 동시에 히스 레저의 조커처럼 사회 풍자와 조롱의 성격이 짙다. 범죄자의 궤변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쓴소리가 미국식 코미디와 결합되어 관객들에게 아니, 이 사회를 향해 '조롱'을 퍼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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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 사자상'

코미디 <행오버>시리즈의 감독으로 유명한 토드 필립스 감독이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영화 <조커>는 세계 3대 영화제 중의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황금 사자상'을 거머쥐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도 만화책의 캐릭터를 소재로 한 영화가 예술성을 중시하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탔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이슈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황금 사자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북미의 평가는 냉담하기 짝이 없었다. 로튼 토마토 지수 68%, 메타 스코어 59점을 받으며 예상보다 무척 낮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 <조커>는 미국의 몇몇 평론가들이 평점 주기를 거부했을 만큼 미국 사회에 큰 논란 내지는 우려를 불러일으킬만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영화 자체가 무정부주의적인 색채를 띄고 있다는 점에서, 또 무엇보다도 과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라이즈> 개봉 당시 플로리다 주의 한 극장에서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다치는 모방 범죄가 일어났다는 점 때문에 영화에 대한 예찬보다는 사회적, 정치적 우려가 더 컸다.

실제로 이런 우려때문에 광대 분장 및 마스크 착용 후 관람이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미국내 모든 극장에 배포하였고 각 경찰국에서는 연방 수사국(FBI)과 공조하여 플로리다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범죄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영화가 개봉된 후 큰 인기를 끌자 현재 FBI와 경찰국은 4300여개의 상영관에 비상 경계령을 내리고 순찰과 검문 검색을 강화했다. FBI는 지난 5월부터 소셜미디어에 영화 <조커>와 관련된 여러 건의 위협 메시지가 발견됐다고 밝혔고, 실제 LA인근의 한 영화관은 테러 협박 신고가 접수돼 일시적으로 폐쇄되는 일도 있었다.
 
“무엇이 이런 광기를 탄생하게 했는가?”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이런 우려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속에서 조커를 추종하는 젊은이들이 광대 마스크를 쓰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폭동을 일으키고 특권층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미국 사회 더 나아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부정과 하층민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아서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속한 사회 또한 연민과 공감의 결여, 극심한 빈부격차, 공동체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으로 병들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맞물려 아서 플렉은 '조커'가 되어간다. 물론 사회가 병들었다고 해서 '조커'의 범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다만,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조커'는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이라는 점이다.

영화는 '조커'를 영웅으로 다루지 않았지만, 관객들은 사회적 약자인 아서의 분노에 연민을 느낀다. 그것은 폭력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느끼는 일종의 동정심일 것이다.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영화'와 이를 관람한 '관객들이 영화에 동조할까' 두려워하는 사회.

이것이 현재 미국이라는 사회의 건강상태가 아닐까. 하지만, 이 영화 역시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서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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