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머리 독서법 > (1)

윤필립 칼럼

< 공부머리 독서법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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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공부는 스스로 할 때, 가장 확실하게 자기의 것이 되는데, 사교육에 길들어진 아이일수록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현저히 낫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대부분의 공부를 사교육으로 하고, 숙제 정도만 스스로 공부한다. 스스로 복습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 학습량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공부에 피로와 스트레스까지 느끼지만, 실제로는 공부를 별로 하지 않는 상태에 빠지고 만다. 그렇다고 지금 모든 사교육을 끊고, 스스로 공부하기를 시작하면 아이가 성적이 오를까 하면 그렇지 않다. 장기간 사교육에 노출된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 자체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이런 아이들은 산만하다. 흔히들 의자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교과서나 참고서가 어려워서 읽어도 이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득하게 앉아 있기가 힘들다.


뛰어난 언어능력의 배후에는 여지없이 독서가 있다. 공부머리는 그 아이가 거쳐온 독서 이력에 의해 결정된다. 다른 아이들보다 책을 얼마나 더 많이 더 깊이 읽었는지와 공부머리는 비례하다. 독서를 통해 공부머리를 끌어올린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적인 변화가 아니다. 컴퓨터의 부품을 업그레이드하듯 아이의 뇌가 구조적, 물리적으로 전혀 다른 뇌로 변신함을 뜻한다. 인간의 뇌는 1천억 개의 신경세포(뉴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신경세포들은 시냅스라는 틈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틈이 얼마나 조밀하고 원활하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그 사람의 지적, 정신적 능력을 결정한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이 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 연결 방식이 계속 달라진다'는 것이다. 뇌를 많이 쓰면 시냅스의 연결이 개선, 강화되고, 쓰지 않으면, 퇴보하거나 끊어진다.


문장 하나를 읽고 해석하려면, 뇌의 거의 모든 부분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책을 읽을 때, 뇌가 전방위적으로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을 할 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뇌 활동이 활발하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지는데, 책 읽기는 머리를 활발하게 쓰는 활동이다. 그러므로 독서야말로 두뇌를 업그레이드하는 가장 쉽고 훌륭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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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성적은 언제든 곤두박질칠 수 있다. 언어능력이 낮다면 폭포를 향해 떠내려가는 조각배나 다름이 없다. 

지금은 성적이 좋을지라도 때가 되면 떨어진다. 이 재앙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책을 읽어서 언어능력을 끌어올리는 것뿐이다. 지금껏 책과 담을 쌓고 지냈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매일 책을 읽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첫 번째 목표는 담을 허무는 것. 책은 '지루하고, 골치 아프고, 따분한 것'이라는 생각을 무너뜨려 거부감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독서교육의 핵심은 '지식'이 아니라 '재미'이다. 이 목표를 가장 쉽고 빠르게 이루도록 해주는 책이 바로 동화나 소설 같은 이야기책이다. 독서가 몸에 좋은 약이라면, 이야기책은 달콤한 캡슐을 입힌 먹기 좋은 약이다. 흔히 이야기책은 공부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서, 아이가 동화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쓸데없는 책을 읽는다고 뺏는 부모도 있다. 이야기책은 지식을 다루진 않지만, 읽을수록 언어능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성적으로 직결된다.


자기 연령대에 맞는 이야기책을 읽고 머릿속에 집을 지을 수 없는 아이가 교과서를 한 번 읽고 머릿속에 집을 짓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야기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머릿속에 집을 짓는 훈련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이야기책을 즐겨 읽는 아이가 과학, 사회, 역사 같은 과목도 잘할 수밖에 없다. 덧붙이자면 이야기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사람도 더 잘 이해한다. 연구에 따르면, 소설을 읽을 때, 사용되는 뇌 부위와 인간관계를 다룰 때 사용되는 뇌 부위가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한다. 이야기책이 타인을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이야기책 독서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나와 전혀 다른 시공간,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감정이입을 한 채 그 사람이 겪는 사건을 함께 겪어보는 것이다. 그 자체가 타인을 이해해보는 행위인 것이다. 공부를 넘어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좋은 대학 입학과 졸업장이 우리 인생의 목표도 아니고, 자녀를 교육시키는 이유도 아니다. 우리 모두는 자녀들이 사회에 나가, 어떤 분야든 리더로 서길 바란다. 어떤 분야의 일이든 리더가 된다는 것은 지식이 더 많은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소통하는 사람이 사람을 설득해서 계약도 따내고, 밑에 더 많은 직원도 통솔하는 것이다. 대학을 목표로 한 주입식 교육을 한 발짝 물러나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아이들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바로 알고 대처하는 부모들의 통찰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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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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