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럴 아츠 칼리지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자녀를 둔 한인 학부모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미국 대학의 특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는 지금은 덜하지만 아직도 유니버시티(University)가 정식 4년제 대학이고, 칼리지란 단어가 붙으면 2년제로 생각하는 분들을 접하곤 한다.
미국의 대학은 크게 연구중심의 종합대학과 인문사회과학 중심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로 나뉜다. 그리고 이 모두 4년제 대학들이다. 하지만 학부모들 중에는 자녀의 지원대학을 결정할 때 종합대학에 편중되는 모습을 보인다. 아무래도 한인들이 선호하는 대학들은 상당수는 종합대학들이어서 그런 게 아닌 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또 한편으로는 여전히 리버럴 아츠 칼리지에 대한 인식 부족도 한 요인이라고 본다.
사실 리버럴 아츠 칼리지 중에는 웬만한 명문 종합대학에 뒤지지 않는 우수한 대학들이 많다. 대학의 특성을 모르고, 이름이 낯설어서 그렇지 안을 들여다 보면 정말 매력적인 부분들이 많은 게 이 대학들이다.
그리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면 오히려 종합대학에 비해 높은 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 역시 리버럴 아츠 칼리지의 장점이다.
이들 대학이 종합대학과 비교할 때 다른 점은 캠퍼스가 훨씬 작다. 당연히 학생 수나 전공과목, 각종 교내활동들도 적을 수밖에 없다. 또 학부 중심이어서 석사나 박사 과정을 원할 경우 다른 대학 대학원으로 가야 한다.
그렇다고 작다고 해서 그것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상위권 리버럴 아츠 칼리지들은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소통이 매우 수월하다. 그리고 이는 강의실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수업은 교수가 직접 담당하고, 교수 대 학생 비율이 클래스 당 10여명 정도, 많아야 과목에 따라 20여명 정도다.
그리고 학생은 교수와 수시로 다양한 상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교수들이 대부분 캠퍼스 안 주거시설이나 근처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교육의 질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대학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중 하나인 학비보조도 생각보다 훨씬 좋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전교생을 합해도 1,000-1,500명정도라 서로간 각 개인의 모습들이 쉽게 보여지고, 또 기억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이같은 환경은 의외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업 역시 녹록치가 않다. 교수가 직접 강의를 담당하고, 소수로 운영되다 보니 주입이 아닌 토론식 수업이 상당수다. 즉 그만큼 발표도 많이 해야 하고, 본인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과제물도 제법 돼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이런 과정은 기본기를 튼튼히 하는 효과가 있어 취업시 고용주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넓고, 에너지가 넘치는 환경 속에서 더 많은 다양성을 추구하고 싶다면 리버럴 아츠 칼리지 보다는 종합대학에 가는 게 현명한 판단이 될 수 있다.
참고로 남가주에는 미국 전체에서도 상위권에 드는 알찬 리버럴 아츠 칼리지들이 모여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LA 동부 클레어몬트 시에는 5C, 즉 5개 리버럴 아츠 칼리지가 모여 있는데, 포모나 칼리지, 클레어몬트 매케나 칼리지, 하비머드 칼리지, 스크립스 칼리지, 피처 칼리지가 연합체를 이루고 있다.
포모나 칼리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아이비리그급 대학이며, 클레어몬트 매케나는 경제, 정치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또 하비머드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공대이고, 스크립스는 유일한 여자대학이다. 그리고 피처는 매우 진보적인 대학으로 합격률이 13% 정도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이밖에 글렌데일에 위치한 옥시덴탈 칼리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나온 곳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예비 12학년생들은 지금 어느 대학에 지원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어느 정도 지원할 대학 리스트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자신의 성격이나 목표, 그리고 기대하는 대학생활과 문화가 잘 어울리는 대학을 고를 수 있도록 숙고해야 한다.
지나김 | 시니어 이그제큐티브 디렉터 / 어드미션 매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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