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의사인 사실이 자녀의 의대 진학에 주는 영향(1)

남경윤의 의대칼럼

부모가 의사인 사실이 자녀의 의대 진학에 주는 영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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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의사라면 자녀가 의대에 진학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일단 자녀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의료행위의 보람에 대해 접하며 자라게 되고 그런 부모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태신앙처럼 너무나도 당연히, 자녀 자신도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은 미국에서 의대에 진학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모든 노력과 과정이 자기 스스로 느끼고 내린 결정이어야만 하기 때문인데 이 부분은 약하고 부모가 의사였다는 점만 반복적으로 강조한다면 최악의 지원자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동안 지도해온 학생들의 의사 부모들과 나눈 대화내용을 토대로 궁금증을 푸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일단 자녀를 필자의 의대 진학 멘토링 프로그램에 가입시키기 위한 인터뷰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의사 부모들은 자신이 지켜본 자녀의 특성들 중 의사인 자신이 보기에 의사로 살아가는 것이 어울릴 면들에 대해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적어도 필자에게 자녀를 맡기고자 하는 부모라면 20년 이상 의사로 살아왔을 터이니 나름대로의 직업관이 확립되어 있으며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런 부모가 자녀를 필자에게 소개하며 자신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어울린다고 했을 때는 당연히 그 판단을 존중하고 경청하게 된다. 

 

실제로 부모가 자녀를 잘못 판단하고 필자에게 소개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특히 필자에게 자녀를 맡긴 가정 중 약 30% 정도의 가정이 부부가 모두 의사인 경우이고 이런 경우 한 부모는 글로 다른 부모는 말로 자녀를 소개하는 특이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정말 의사로서 어울리는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어울리는 유전적 요인에 훌륭한 가정교육까지 받고 자란 탓이라고 믿는다. 

 

아울러 의사부모가 자녀의 의대 진학에 어떻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실제 경우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며 제일 먼저 소개할 내용은 필자가 지도하는 학생들을 인도하여 의료봉사에 다녀온 의사 학부모들의 일원이었던 한 부모가 보내온 이메일 내용이다.

 

"어제 필리핀에서 오후에 도착하여 오늘부터는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더운 곳에 있다가 돌아왔는데 서울 날씨가 조금 풀린 상태라 다행히 추위를 많이 느끼진 못했습니다. 이번에 의료봉사를 가족들이 모두 다녀와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예전에 봉사활동을 하신 분들이 '자신들이 주거나 했던 일보다 더 많이 받아서 온다'고 말한 의미를 잘 몰랐는데 이번에는 조금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한 번의 경험으로 어떤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와 아내, 그리고 제 아이를 포함한 학생들이 느끼는 점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겨울이고 크리스마스 시즌이라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환자를 보고 오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다시 한 번 아니, 제가 시간과 기회가 되는대로 몇 번이라도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상상하기 힘든 처절한 삶과 가난의 현실, 의료 혜택의 부재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고 제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같이 봉사활동을 했던 학생들도 모두 착하고 성실하여 함께했던 시간들이 즐거웠고 모두 따뜻한 성품을 지닌 의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선생님께 저희 가족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의사인 부모와 프리메드 학생인 자녀를 함께 의료봉사에 참여시킨 수백 건의 경우에 위와 같은 감사인사를 못 들은 적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아무리 한국 의대가 성적으로만 학생을 뽑아 의사를 양성한다고 해도 의대교육을 받고 의사로 살아가며 자녀에게도 그 길을 권하는 부모들은 미국에서 의대교육을 받고 의사로 살아가는 부모들과 다른 점이 없었다. 직업적 만족도가 다른 직업보다 높은 것도 현실적 이유이겠으나 적어도 필자에게 자녀를 맡긴 부모들의 경우는 사회적 책임감 부분에서 필자가 적어온 글들에 공감하는 분들이었고 그런 가정교육을 받으며 자란 자녀들 역시 같은 가치관을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방향만 제대로 잡아주면 모두 원하는 의대에 진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전문의로서 보이는 소견들도 학생을 지도하는데 도움이 된다. "신경외과의사인 제가 보기에 제 아이의 손재주가 제법 좋습니다. 손재주 안 좋은 외과의사는 죄악이거든요." 뉴로 서젼이 언급한 이 손재주에 대한 의견은 외과의사가 되겠다고 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며 항상 강조해오던 사항이지만 실제로 외과의사가 자신의 자녀가 외과의사가 되면 자녀의 인생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 외에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사항이라는 믿음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런 부모들이 이렇게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우리 한인사회는 그 미래가 밝을 뿐 아니라 올바른 교육관으로 타 민족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꼭 의사부모가 아니더라도 부모라면 자녀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으므로 자녀의 의대 진학이 인류를 위해서 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녀의 행복한 미래에 도움이 될 결정인지 깊은 성찰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울리는 일을 해야 본인도 그리고 주변도 모두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인 부모와 프리메드 학생인 자녀를 함께 의료봉사에 참여시키고도 감사인사를 못 들은 단 한 번의 경우에 해당하는 학생은 결국 의대 진학을 포기했으며 길게 보면 그 학생을 위해 더 나은 결정이었다고 본다. 하나를 알면 열이 보인다는 현자들의 말씀이 새삼 실감나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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