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대로의 진학을 고민하는 경우
미국에 유학 와서 열심히 대학생활을 한 학생들이 막상 의대 진학을 눈앞에 두면 이 힘든 미국생활을 계속 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회의가 들 수 있다. 특히 가족과 친구들이 한국에 있다면 이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어떤 학생들은 미국에서 의대에 진학하기 어려워 보여서 한국 의대로 진학을 바랄 수도 있겠지만 이런 학생들이 한국 의대에 합격하는 일은 드물다. 적어도 한국 의대에 합격한 학생이라면 미국에서도 충분히 의대에 진학할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시기가 언제든 한국에 돌아갈 계획을 갖고 있는 프리메드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위해 이런 고민을 질문해온 한 학생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전하고자 한다. 최근에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하고 의대 진학을 준비하던 한 학생이 보내온 이메일을 개인신상을 보호하며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제가 의대 진학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던 도중, 선생님의 블로그를 보고 이렇게 연락드립니다..
어렸을 때부터 미국의 대학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 유학을 왔고 미국 의대 입시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학부 성적도 괜찮았고(과 수석, 마그나 쿰 라우데) 봉사와 연구도 꾸준히 했으며 제2의 저자로 JACS에 논문도 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미국 영주권이 없다 보니 스펙을 더 쌓아야 할 것 같아서 학부 졸업 이전에 의대 소속연구실에서 주니어 연구원으로 일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졸업 후 한국을 방문 해보니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느껴지더라구요.
저는 지금껏 늘 외로웠고, 답답했고,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이질감을 느꼈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한국을 동경해 왔습니다. 특히 저처럼 어린 사람들에겐 한국은 참 즐겁고 재미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친척들도 다 한국에 살고 있으므로 요즘에는 한국에서 의대를 진학하여 의사가 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의대 학사 편입 원서가 10월 중순에 닫히기 때문에 지금 마음을 먹고 준비를 한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더라구요. 제가 미국에서 해왔던 것들도 원서를 쓸 때 장점이 되기도 하겠다 싶었고요. 그래서 요즘은 미국으로 의대를 진학하느냐 한국으로 진학하느냐 고민을 하는 중입니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은 "네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 공든 탑을 무너뜨리면서 한국으로 가느냐, 시간이랑 돈이 많이 든다고 해도 미국에서 의대를 다녀라, 한국은 네가 나중에 실력을 쌓아서 갈 수도 있지 않느냐"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물론 제 주위에서 하버드나 존스 홉킨스 의대도 가고 하니까 저도 그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이 있긴 하지만 미국에서 정착하여 평생을 이민생활을 하며 살 자신은 없어요... 홀로 너무 외롭고, 비자 문제도 있고, 미국 의대 학비도 부담이 너무 크네요. 한국에서 의사의 삶의 질이 낮다고 하더라도 내가 소속감이 드는 나라에서 사는게 더 맞지 않나 싶기도 해요. 미국에서 제가 의사와 연구를 병행하면서 배움에 정진할 기회가 더 많다는 건 알지만요....
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요? 한국과 미국에서 의사의 삶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봐도 다 하나같이 절 뜯어 말리고 싶다고 하네요. 제가 느끼는 그 외로움이 한국에서의 고달픈 삶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라고요. "선배 갑질 교수 꼰대질 그거 감당 못해요. 한국 오면 100% 후회해요"라고 수많은 댓글이 달리는데 그걸 보면서 갈등이 더 심해졌어요.
의대 진학 컨설턴트이시고 한국 의대로 편입한 학생들도 있었다는 글을 봤는데, 혹시 그분들이 어떻게 사는지, 후회는 안 하는지 짧게나마 조언해 주실 수 있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이 학생의 고민에 공감할 독자도 있을 것이고 공감하지 않을 독자도 있을 것이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가치관에 따라 현저하게 다른 의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런 고민이 바로 젊은이들의 특권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질문들을 접하면 답을 주기가 매우 어렵다. 필자가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필자에게서 듣는 조언은 그 무게감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므로 상당히 조심스럽게 답을 주고 있다.
필자의 주관적인 답보다는 의대에 진학할 학생들 앞에 펼쳐질 그 다음 단계의 삶을 설명하며 현재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다. 이번 경우에도 아래와 같은 답을 주었고 이 학생과 유사한 고민을 가진 학생이 있다면 이를 참고하여 인생을 설계하기 바란다.
“어떤 고민인지 느껴지는구나.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실제로 너와 유사한 고민을 했던 내 학생들이 있었으므로 두 학생의 경우를 소개하마. A와 B 모두 부모님이 한국에서 살고 계셨고 거의 모든 방학마다 한국에 다녀오며 한국적인 사고와 생활방식에 익숙해 있었으므로 둘 다 서울대 의대로 학사편입을 했었다. A는 일년을 다니다 다시 미국의대에 지원해서 미국의 최고 명문의대 진학에 성공했고, B는 현재 서울대 의대에 재학 중이지.
둘 다 미국에서 자네처럼 좋은 대학을 다녔었고 한국에서 의사로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었지만 택한 길이 달라졌어. 물론 B도 한국에서 의대를 마치면 레지던시는 미국에 와서 할 계획을 갖고 있단다. 영어가 되므로 USMLE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데 큰 문제는 없을 터라 그런 계획을 세우라고 지도한 결과이다.
두 학생 모두 현재 행복한 상태라 자네가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하지만 내가 전해주고 싶은 얘기는 마음을 따라 가며 사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는 얘기야. 아울러 자네도 의대를 어디를 나오든 원한다면 미국에서 의사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지. 물론 미국에서 의대를 나오고도 30대 중반에 한국에 가서 의대교수를 하며 지내는 학생도 있으니 이 점도 감안하고. 자네가 영어가 되고 두 나라 문화에 모두 익숙하니 의대교육을 어디서 받든지 향후 원하는 곳에서 의사로 살아갈 수 있어.
서울대 의대를 다녀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미국의대에 진학하는 것도 가능하니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가서 학교에 다니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무관하다는 것이 내 결론이야. 자네 성향과 인생관이 어디에 더 어울릴 지를 말해주기에는 내가 자네를 너무 몰라서 내가 못하는 일이니 이해하기 바란다. 어디서 교육을 받든 행복한 의사로 살아갈 자네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kynamEducati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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