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공부는 어렵다(01)
공자에겐 12명의 수제자가 있었다. 스승으로부터 학문을 이수한 후 당대 각 지역에서 이름을 남긴 제자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 염구(冉求)와 자공(子貢)이 등장하는 일화가 있다. 맹자보다 50여년 후에 태어나 성악설을 주장했던 전국시대의 순자(荀子)라는 대학자가 있다. 그가 저술한 순자(荀子)라는 책에는 순자의 성악설을 피력했던 논리적인 멋진 글들이 들어있다. 순자 대략편(大略篇)에는 공자와 자공의 다음과 같은 대화 장면이 등장한다.
제자인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물었다. “저는 배우기를 멈추고 좀 쉬면서 군주를 섬기는 일이나 하고 싶습니다.” 공부하기를 멈추고 정부의 고위 공무원이 되어 일하고 싶다는 말이다. 공부하기가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공부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고 싶다는 어쩌면 당연한 소리를 하는 제자에게 공자가 대답한다. “군주를 섬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데, 군주를 섬기면서 어찌 쉴 수가 있겠는가?” 공무원이 되어서 공직을 수행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그 일을 쉬엄쉬엄 할 수 있겠느냐? 밖에서 보기에는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하며, 달력의 빨간 날은 모두 쉬는 천하에 걱정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왕이나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신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며, 목숨을 내놓고 해야 하는 엄중한 일인데, 그깟 공부하는 게 힘들어 그러는 것이냐?
그러자 자공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좀 쉬면서 어버이를 섬기며 살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공자의 대답은 비슷했다. “어버이를 섬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데 어버이를 섬기면서 어찌 쉴 수가 있겠는가?” 부모님을 편안히 모시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중의 하나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것을 쉬면서 하겠다고? 어림없는 일이다. 그것은 쉬면서 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요즘은 삼시세끼 봉양하는 일은 접어두고라도, 멀리 계신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지만 않는다면 칭찬받는 효자로 불릴 것이다. 자식은 나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부모에게는 근심과 걱정의 대상인데 그 일을 쉬엄쉬엄 하겠다는 것이냐? 공부가 하기 싫어서?
그러자 이번에는 자공이 “저는 좀 쉬면서 처와 함께 자식이나 기르겠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자식을 기르고 집안을 다스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집안을 다스리면서 어찌 쉴 수가 있겠는가?” 그러자 자공이 이번에는 “저는 좀 쉬면서 벗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 위엄과 예의를 지키는 벗들과 함께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이런 벗들과 함께하면서 어찌 쉴 수가 있겠는가?” 그러자 자공이 “저는 좀 쉬면서 농사나 짓겠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사시사철 일을 해야 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 이런 농사를 지면서 어찌 쉴 수가 있겠는가?”
그러자 자공이 한숨을 쉬면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럼 쉴 수가 없는 것입니까? 언제 쉴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평생 공부만 하면서 일만 하면서 이렇게 살라는 말씀이십니까? 힘들어요. 저 좀 살려주세요!! 그렇게 소리 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자 공자가 조용히 손을 들어 언덕 넘어 묘지를 가리키며 “저곳에 가면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죽으면 영원히 쉴 수 있으니 살아 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노력을 해서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제자에게 말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누구나 쉬고 싶어 한다. 공부를 하는 학생이나 직장에서 일을 하는 직장인이나, 집에 있는 사람이나 밖에 있는 사람이나 쉬고싶어하는 것은 사람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군자는 그것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조정할 수 있어야 리더라는 말이다. 리더는 잠깐 휴식을 하면서 일을 계속 하지만, 리더가 아닌 사람은 일을 하면서 힘들면 마치 휴가처럼 오랫동안 쉰다는 말이다. 아니 조금 힘들다고 일을 자꾸 바꾸는 것은 리더의 자세가 아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