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악기 대금

완결된 칼럼

우리 악기 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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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관악기로는 대금, 피리, 소금, 태 평소 등이 있다. 

그 중 대금은 피리와 함께 한국음악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악기 중의 하나이다. 대금은 합주곡을 연주하기 전 악기들의 음정을 조율하는데 기준이 될 만큼 그 쓰임새가 큰 악기이다. 따라서 대금 연주자에 따라 음정의 높고 낮음이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근래에는 그 음정을 정확히 하기 위해 서양음악에서 사용하는 tuner(음 맞춤기계)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음악은 서양음악과는 달리 음계가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음을 끌어 올리거나 밑으로 흐르도록 연주를 하는 것에 묘미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음정보 다는 대금 연주자의 음감에 따라 크게 좌 우된다. 서양음악은 현악이 위주라면 우리 음악은 관악이 위주이다. 그 의미는 궁중 음악을 연주할 때 현악기가 포함되어 있는 연주곡이 있긴 하지만 관악으로만 연주되 는 연주곡이 훨씬 더 많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악과 함께 연주를 하는 경우에도 현악이 쉴 때 관악만 연주하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관악의 역할은 크다. 

 

그렇다면 국악의 대중화가 이루어 지면서 대금은  어떤 변화를 맞았을까??

먼저 대금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한다. 대금은 사진에서 보듯이 긴 대나무에 구멍이 나 있는 형태이다.  

대금도 가야금과 마찬가지로 정악과 산조를 연주할 때 서로 다른 대금을 사용한다. 정악을 연주하는 대금이 조금 더 길고 굵으며 산조대금은 길이가 조금 짧고 약간 가늘다. 대금은 구멍을 막아 소리를 내지만 악기를 연주자 쪽으로 당기고 반대로 밀면서 음의 높이를 조금씩 조절 하기도 한다. 

 

대금은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만큼 배우기 쉬운 악기가 아니다. 구멍을 다 막은 상태에서 소리를 내는 것도 그렇고, 취구(입을 대고 바람을 넣어 소리를 내는 곳)에서 소리를 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대금을 연주하려면 상당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단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대나무 속에서 울리는 그 소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대금은 다양한 음정을 내지 못하므로 서양음악을 연주하는데에는 부적합한 악 기이다. 설령 음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정 확한 음정을 내지 못하므로 듣는 사람의 귀 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대금 이 인기가 없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대금 자체만으로도 독주하는데 전혀 손색 이 없을 뿐 아니라 산조와 정악 모두 독주가 가능하다. 

 

가야금은 정악(궁중음악)을 혼자 연주하 기엔 버거운 악기이다. 가야금은 한 음, 한 음 그냥 그 소리 자체만으로 연주 할 뿐 특 별한 기교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보조 악기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 되기 때문이 다. 실제로 가야금은 독주곡이 하나도 없 는데 반해 대금은 정악을 혼자 연주 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 다운 선율과 음색을 자랑하며 화려한 기교 를 뽐내기도 한다. 

 

어린 시절 즐겨보던“전설의 고향” 이라는 드라마에서 귀신이 나오거나 음 침한 분위기가 시작될 때 쯤이면 어김없이 대금의 가늘고 긴 선율이 흐르는데, 그래 서인지 대금 독주를 듣거나, 특별히 대금 으로 연주하는 정악을 들을 때는 어릴 때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민속악에는 가야금과 해금 편에서 거론 한 바와 같이 산조라는 장르가 있다. 대금 에도 한범수류, 이생강류, 원장현류 등 대금산조가 존재하며 지금도 많이 연주 되고 있다. 산조는 장단에 맞추어 연주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는데, 일반적 으로 국악연주자들이 독주회를 준비하면 정악 한 곡(약 10분 정도),  신곡 한 곡 (창작 곡, 약 15분 정도), 그리고 산조(약 30분 정도) 등으로 준비한다. 그러나 가야금 연 주자는 정악곡을 혼자 연주할 수 없으므로 대부분 대금 연주자와 함께 이중주로 나 서게 된다. 가야금은 정악 연주를 할 때 보통 한 박자에 한 음 또는 두 음 정도의 소리를 내지만 대금은 여러가지 선율을 왔 다갔다 하면서 곡을 이끌어 주므로 연주 하기가 휠씬 수월 하다. 

 

가야금과 대금은 궁합이 가장 잘 맞는 악기이기도 하다. 가야금은 소리가 맑고 얇고 높은 반면, 대금은 소리가 굵고 낮고 맑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관현악에 사용되는 악기의 음을 맞추기 위해서는 먼저 대금 수석연주자의 음정에 따라 나머 지 대금 연주자들이 음을 맞추고, 그 다음 피리, 해금, 가야금, 거문고, 아쟁 등이 대국 음정에 따라 음정을 맞추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연주를 많이 하다보면 가끔은 대금 수석연주자의 몸상태나 컨디션에 따라 음정이 약간씩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하 기도 한다. 그러면 다른 악기 연주자들의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나타나곤 한다. 특히 가야금, 거문고, 아쟁처럼 줄을‘안족’으 로 받쳐 놓고 있는 악기들은 음정이 달라지 면 12줄, 6줄, 8줄 등 악기의‘안족’을 모두 움직여야 하기때문에 더욱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게 된다. 리허설 때 음정을 맞추어 놓고 실제로 연주할 때는 음정을 거의 옮기지 않는게 무언의 규칙이다. 본 공연에서 음정을 맞춰보는 것은 다시한번 확인하는 과정 일 뿐이다.    

 

한번은 공연을 하는데 대금 수석연주  자의 음정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야금 연주자들은(보통 관현악단에서는 가야금 연주자들이 8명-10명 정도이다) 25개에 달하는 안족을 움직이느라 갑자기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대금 수석연주자에게 음이 낮다고 계속 눈치를 주었다. 그러나 대금 연주자가 계속 같은 음을 내는 바람에 정신없이 안족을 움직 이며 음정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음정을 맞추고, 지휘자가 입장하고 새로운 연주가 시작되었는데 대금 수석 연주자의 음정이 리허설 때처럼 다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가야금 연주자들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조금씩 안족을 움직여 가면서 음정을 맞추기 시작했다. 온몸에 진땀이 흘렀지만 태연하게,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연주를 했던 기억이 난다. 연주회가 끝난 뒤 대금 연주자에게 화를 내면서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몸살 기운이 있어 제대로 음정을 내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대금 수석연주자는 다시는 그러 지 않겠노라는 시말서를 쓰게 되었다. 

 

대금 연주자는 어느 악기보다도 섬세한 악기를 다루기 때문에 많은 연습량은 물론 이고 몸을 잘 관리해야 된다. 대금은 독주 나 중주, 관현악에서는 빠질 수 없는 중요 한 악기이다. 대금은 다른 국악기에 비해 개량이 덜 되어 현대화가 많이 되진 않았 지만, 전통을 가장 잘 고수하는 우리 음악 의 대표적인 국악기로 인정받고 있다.

 

조은정 | 전 UCLA 민족음악과 강사, 가야금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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