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
멋
우리 EEI학교에는 음악을 배우려고 온 학생들이 많지만 반대로 실력을 뽐내려고 오는 친구들도 꽤 된다. 친구들 사이에서 '가수 소리 꽤나 들은 친구' 혹은 '너는 데뷔하면 꼭 성공할거야'라는 말을 자주 듣는 친구들이 오기도 한다.
그런 학생들이 한 번씩 상담하거나 수업하러 오면 100이면 100 다 무너지고 꺾여 얼굴이 백지장이 되어서 돌아가곤 한다.
자신이 노래를 잘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자신이 좋지 않은 습관 투성이라는 것, 안 좋은 발성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 생각보다 의미가 있어야 하는 보컬의 바이브레이션에 대해 무지 했던 것, 곡의 해석 능력 부족 등등을 깨닫게 된다. 생각보다 노래 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알고 있는 가수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 내가 누구 안다, 내가 어떻게 해왔다' 는 등등의 많은 이야기 보따리들 역시 자신의 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없는 허무한 이야기임을 인지하고 다시금 그 이야기들을 주워 담기 시작한다.
4~5년 전 미국의 유명한 가수의 녹음 과정에 필자가 운이 좋게 참여한 적이 있었다. 12곡의 앨범을 위하여 150곡 이상의 곡을 녹음하기 시작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보통 2주 ~3주 안에 마무리가 된다.
즉, 적어도 하루에 10곡 이상의 녹음과 작업이 이루어 지는 것이다. 150곡을 녹음하면서 그 곡에 뽑히기 위해 경쟁하는 많은 프로듀서들과 회사 대표들, 그녀의 앨범에 한 번이라도 목소리가 들어가기를 위해 대기하는 백코러스 파트 분들, 치열한 그 곳에서 그 모든 것을 메니징 하는 헤드 프로듀서 들과 메니지먼트 대표, 그 곳은 그야말로 치열함과 경쟁 그 자체였다. 세계에서 최고들만 모였을 텐데도 매 녹음마다 적어도10명 이상의 사람이 항상 녹음실에 존재한다.
이러한 '프로들 중의 프로'들의 치열함을 여러 번 겪다 보면,우리 학교에 음악을 잘 한다고 뽐내러 온 학생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들려주고 보여주어 그들의 마음을 초심으로 바꾸게 하는 건 참으로 쉬운 편이다.
거기서, 자신의 겉멋이 누그러드는 순간을 경험하고 겸손함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학생들은 누구보다 가장 성장이 빠른 아티스트가 되기도 하며, 반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상에서 음악하는 학생들은 끝내 다시 찾아 오기도 한다.
사실 필자도 처음에 음악을 할 때에는 나의 벽을 허무는데 많이 힘들어 했었다.
(*참고로 벽의 의미는 자신이 좋다고 느끼는 음악적 견해와 의견 그리고 나의 습관 등등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아마추어적인 자신감을 말한다.)
사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이루어야할 일들이 많은 '나'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100번 넘어지고 부서져도 100번 모두 일어나 온 것이 사실이다. 실패한다는 것에 절대 두려워하지 않았고, 몇십 번이고 자존심이 깨지는 순간을 경험하였다. 그때마다, 공부하고 더 열린 마음으로 내려놓는 연습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행복하게 음악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겉멋을 드러낸 높은 학생 분들과 가수 분들이 우리 학교에 방문하실지 잘은 모르겠으나, 언제든 환영이다. 서로의 콧대를 견주어서 부딪히는 게 아닌, 순수하게 이루어 놓은 서로의 성과를 축하해 주는 자리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Francis Kim | EEI NExtGen Director
323-868-3669 / eeimastar@gmail.com
Vol.65-0319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