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트의 접근
책 만들기는 어느 누구나 할 수 있을까? 답은 예스다. 일단 원고, 출판, 인쇄과정, 또는 e북을 만들기 위한 소프트웨어의 습득 등 복잡한 모든 과정을 떠나서 무엇인가를 쓸 수 있는가? 무엇인가를 생각 하고 있는가? 라고 질문해야겠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 똑같이 반복되는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식사하고 각자의 길로 출발하는 가운데 늦잠을 자서 곤란에 빠진 일, 간 밤에 잊지 못할 꾼 꿈, 학교 가는 길에 본 하늘의 색깔과 구름의 모양.
무엇인가를 자세히 관찰한 시간들: 홀로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개미의 흥미진진한 행렬, 엄마의 또는 아이의 항상 말 중간에 버릇처럼 행해지는 표정과 추임새.
원인과 결과에 따른 나의 견해: 오늘 친구와 다투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기분 나빴어- 내가 기분 나쁜 것은 친구와 다투었기 때문이야. 이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 수 있는 많은 사실과 생각들.
일상을 떠난 상상의 세계: 옆집 개가 용으로 변해 나와 여행했던 일, 바닷속을 자유롭게 돌아 다녔던 일 등 끝이 없을 수 밖에 없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들.
모든 사람들이 아는 사실: 나무에서 종이가 되기까지 내가 아는 것은? 무지개는 왜 생길까? 조사해 봐야지.
위와 같이 내가 경험한, 알고 있는, 상상하고, 생각하고 있는 일들을 쓸 수 있다. 문자를 통해서 글로 최종적으로 표현되지만 이 과정에서 오감을 모두 사용해야만 한다. 그때 내가, 동생이, 주인공이, 무엇을 보았는지, 어떤 이상한 냄새로 인해 틀림없이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는지, 소리로 인한 간접적 감정 표현뿐 아니라 소리 자체를 재미있는 의성어로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미각에 대한 자세한 표현은 상당히 독특할 수 있다. 물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표현들이 글로 나타내어지기가 쉽지 않다. 일단 알파벳 이후 한 단어에서 출발할 수 있다. 한 단어의 스펠링, 한 단어 속의 의미들, 다른 단어와의 결합 필요충분 조건들, 이미지와의 어울림. 비록 한 단어이지만 책 만들기 속에서는 모두 하찮지 않은 과정들이다.
각자 수준에 또는 스타일에 맞게 글로 표현된 것들은 작가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변신되어 이미지들을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에는 어떤 그림이 어울릴까? 어떤 재료로 그릴까? 어느 위치에 얼마만한 크기로 그릴까? 책의 내용들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 기존 책들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모양을 선택할 수 있다. 액자, 무대, 아코디언, 팝업, 집, 배, 얼굴, 가방 등등 수 백 가지 모양으로 응용되어 글과 그림을 레이아웃할 수 있다. 제목과 저자, 일러스트레이터가 누군지 쓰여져 있는 첫 표지의 장식과 출판사 이름이 뭔지, 가격은 얼마인지 정해야 하는 마지막 표지의 작업은 더더욱 애착이 가게 된다.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각자의 책은 서점에 있는 또 인터넷상에 있는 e북과는 비교할 수 없다. 아이들은 $1에서부터$100까지 자신의 책에 가격을 정해 부모님들께,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거나 팔기도 한다.
한 장의 종이를 접어 오려 붙여 입체적 책 모양을 만드는 것 자체도 재미있지만 안의 내용을 위해 단어, 문장, 문단과 그림의 어울림을 위한 습득과정이 자신을 맘껏 표현해가며 즐겁게 할 수 있으므로 총체적 인지를 위한 자기 주도적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김경희: abgo.edu@gmail.com
vol.65-0408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