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에 대해 알아야할 몇가지
성탄절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 11월 네번째 목요일인 오는 24일이다. 추수감사절에 얽힌 이야기를 몇가지 키워드로 소개한다.
#역사
추수감사절의 기원은 1621년도로 거슬러 올라가 현재는 매사추세츠 주 케이프 코드가 된 지역 인근에서 시작된다. 필그림이라 불리던 영국 식민지 개척자들이 인디언들의 도움으로 경작한 첫 수확을 기념하기 위해 왐파노악(Wampanoag) 부족을 식사에 초대했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당시에 살았던 청교도 에드워드 윈슬로우(Edward Winslow)가 남긴 기록을 살펴보면, 이때 왐파노악 부족의 왕 마사소이트(King Massasoit)가 90여명의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3일 동안 축제에 참여하였으며, 이들 부족은 사슴 다섯 마리를 잡아 와서 연회 음식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일반적인 통념이지만, 몇몇 역사학자들은 추수감사절의 의미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 현실을 미화시킨 전통이라는 비난도 있다.
‘첫 번째 추수감사절이야기’는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유럽계 이주자들 간의 우정과 평화적 관계를 그려내고 있는데 이것은 그 이면에 있는 이들 간의 전쟁과 유럽계 침략자들이 벌인 살육의 역사를 덮어버리고 있는 데서 심각한 역사적 왜곡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왐파노악족은 처음에 유럽계 이주자들을 돕고 그들과 우호관계를 맺었으나 마사소이트가 죽고 그의 둘째 아들 메타콤(Metacom)이 유럽계 이주자들과 토지문제로 전쟁에 휘말리게되면서 대량살륙을 당하게 되어 그 씨가 마르게 된다. 메타콤의 영국식 이름은 필립이며, 이 전쟁은 흔히 '필립 왕의 전쟁'이라 불린다. 메타콤은 유럽인들과의 전투에 들어가서 초기에는 유럽계 이주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정도로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었으나, 1년간의 전투 끝에 밀고자의 배신으로 피살당하고 그의 머리는 장대에 꽂힌 채 25년 동안이나 플리머드에 전시되었다고 한다.
추수감사절 의미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미국의 지도자들이 추수감사절을 국가적 명절로 제정한 이유가 아메리카 원주민들과의 우정을 기념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한다. 일례로, 링컨이 북부의 승리로 마감한 게티스버그 전투 뒤에 추수감사절을 제정한 까닭은 남북전쟁으로 인해 남북 간의 대립과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국가적 통합을 도모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는 추수감사절 제정 후, 한 달 뒤에 38명의 다코타 족의 사형집행에 서명했다고 한다.
어쨌든 공식적인 역사로는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1789년에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서 11월의 첫째 목요일을 기념일로 선포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주 단위로 열리는 축제에 불과했다. 그것을 국가 명절로 제정한 것은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며 연방 정부에 의해 법적인 공휴일로 공표된 때는 1898년이다.
#칠면조(turkey)
터키에게 추수감사절이란 매우 암울한 시기다. 재미있는 전통 중 하나는 바로 백악관에서 추수감사절 전날 대통령이 칠면조 한 마리를 사면 (The President Pardons a Turkey)하는 것이다. 이 행운의 칠면조는 목숨을 건지고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사유지였던 버지니아 주 마운트 버넌에서 남은 생을 보내게 된다.
매 추수감사절 때마다 전미칠면조협회가 백악관에 칠면조를 선물하고 대통령은 선물받은 칠면조를 사면한다. 칠면조의 소비를 증대시키고자 하는 게 이 행사의 목적.
사학자들은 이 전통이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부터 공식적인 ‘칠면조 사면’ 행사로 자리매김 했다고 말한다. 그 이전에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협회의 의도대로 선물 받았지만 그는 칠면조를 요리해 먹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칠면조 증정식에서 칠면조를 받고 “얘네들을 살려주라”고 했지만 사면이라는 개념이 공식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이 행사를 ‘사면(pardon)’이라고 처음 부른 것은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다.
하지만 사면받은 칠면조들은 실제 그리 오래 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용으로 길러지는 칠면조들은 단백질이 풍부한 콩과 옥수수를 먹여 인공적으로 살을 찌운다. 그래서 그냥 두더라도 오래 살기 힘들다. 워싱턴포스트(WP) 기자를 포함해 일단의 작가들이 “미국에서 가장 터무니없고 어리석은 명절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NPR은 이에 대해 백악관 칠면조 사면식 이면의 ‘이상하고도 슬픈 진실’이라고 했다.
지난해 오바마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오븐으로 향할 운명에 처했던 칠면조 두 마리를 전통대로 ‘특별사면’했다. 태어난 지 18개월 된 ‘어니스트(Honest)’과 ‘에이브(The Abe)’다. 정식 사면된 칠면조는 ‘에이브’이고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해 ‘어니스트’가 대역으로 선정됐다. 오바마대통령은 칠면조를 특별사면하면서 그의 딸들도 웃지 못한 ‘아재개그( Dad joke)’를 선보였다.
(출처: http://www.cleveland.com/)
"제가 칠면조 사면식을 하는 게 벌써 7년째라니, 믿을 수가 없군요. 시간이 날아갑니다(빠릅니다). 칠면조는 날지 못하는데 말이죠.(It is hard to believe this is my seventh year of pardoning a turkey. Time flies – even if turkeys don’t.) “
한편 중국 국영 대외매체인 중국국제방송(CRI)은 칠면조 사면 소식을 전하면서 번역 상의 오류로 단음절인 '에이브'를 2음절의 '아베'로 잘못 발음했다. 이 같은 실수는 영문 텍스트에 나온 'Abe'를 웹사이트 번역기를 이용해 옮기는 과정에서 생겨났는데 일본의 지도자인 아베 총리가 오븐으로 향할 운명에 처했다가 목숨을 구한 칠면조로 둔갑한 상황이 고소하다며 즐기는 중국인들도 있었다.
#음식 혹은 과식
전통적으로 식탁의 중앙에는 구운 터키가 놓인다. 칠면조는 보통 고구마나 참마, 그리고 칠면조를 구울 때 채워 넣은 빵조각, 양파, 셀러리, 허브와 함께 먹는다. 크랜베리와 같이 매사추세츠에서 흔히 먹을 수 있으면서 역사적인 의미도 함께 담긴 음식도 함께 즐긴다. 디저트로는 갓 구운 애플파이나 펌킨파이를 많이 먹는다.
<터키 요리의 팁>
1. 프리 레인지(free range), 오개닉(organic) 터키를 구입하면 잡냄새가 덜한 맛있는 터키 요리를 만들 수 있다.
2. 냉동 터키를 구입한다면 이틀 정도 걸리는 해동시간을 미리 계산해 둔다. 완전히 해동되면 기본양념도 전날 밤에 해두면 좋다. 브라인(brine,염지)을 할 경우 보통 72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계산한다.
3. 오븐에 넣기 1시간 전에 냉장고에서 꺼내둔다. 터키의 속까지 차가운 기운이 가시면 더 빠르고 맛있게 구울 수 있다.
4. 속에 스터핑을 채운 터키는 일반적으로 1시간 정도의 쿠킹시간이 더 소요된다. 스터핑이 차가우면 당연히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스터핑을 바로 만들어서 따뜻할 때 넣으면 시간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5. 바삭하고 윤기 흐르는 껍질을 위해서는 최소 20분은 425~475도의 높은 온도로 껍질을 익히고, 후에 온도를 350~325도로 낮춰서 굽는다.
6. 일단 터키가 오븐에 들어가고 나면 자주 오븐 문을 열어보지 않는다. 문을 열고 들여다볼 때마다 열기가 빠져나가 속까지 고루 익는 것을 방해한다.
7. 전자온도계를 구입해 터키의 가장 깊은 부분에 꽂아두면 오븐 문을 자주 열지 않아도 온도를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8. 굽고 나서 식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오븐에서 꺼낸 후 30분~1시간 정도 호일을 덮어서 충분히 식힌 후, 먹기 좋게 잘라낸다. 이 시간을 거쳐야 촉촉한 터키를 맛볼 수 있다.
#퍼레이드
추수감사절 날 많은 사람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터키 트롯(Turkey Trots)이라고 불리는 지역 레이스(보통 자선 목적)를 달린다. 다른 사람들은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를 직접 또는 TV를 통해 지켜보는데 가장 크고 유명한 퍼레이드는 뉴욕시에서 열리는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Macy’s Thanksgiving Day Parade)다. 그 밖의 도시에서도 다양한 퍼레이드가 열리는데 그 가운데 손꼽히는 퍼레이드는 다음과 같다.
-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Macy’s Thanksgiving Day Parade)
뉴욕 주 뉴욕시 / 1924년도부터 미국의 연휴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 던킨도너츠 추수감사절 퍼레이드(Dunkin’ Donuts Thanksgiving Day Parade)
펜실베니아 주 필라델피아 / 1920년부터 시작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 미국 추수감사절 퍼레이드(America’s Thanksgiving Parade)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 H-E-B 추수감사절 퍼레이드(H-E-B Thanksgiving Day Parade)
텍사스 주 휴스턴 - 맥도날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McDonald’s Thanksgiving Parade)
1934년 대공황 시기에 시민들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맥도날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시작. - 노반트 헬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Novant Health Thanksgiving Day Parade)
1947년도부터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는 노반트 헬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와 함께 “샬럿 스타일”로 연휴 시즌을 기념해왔다. - 마이 메이시스 홀리데이 퍼레이드(My Macy’s Holiday Parade)
뉴욕의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와 혼동하지 않도록. 서쪽 끝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열리는 퍼레이드.
#블랙프라이데이
사실 요즘에는 추수감사절보다 그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에 더 즐거운 사람들이 많다.
일년 중 가장 많은 품목을 최대 할인률로 판매하기 때문에 이때를 노려 장만하려고 적어둔 리스트들이 있기마련이다.
밤새 매장앞에서 장사진을 이루고 매년 뉴스 첫머리를 장식하는 ‘도어버스터(DOOR BUSTER)’ 의 승자가 되려면 전략과 체력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추수감사절 이후 첫 번째 월요일에 열리는 '사이버 먼데이'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에서 97달러짜리 비츠 헤드폰이나 99달러짜리 니콘 카메라를 놓쳤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금년에도 똑같은 제품이 똑같은 가격에 나올 것이다. 타겟의 2015년 블랙 프라이데이 광고 전단지 첫 페이지에는, 2014년 전단지와 거의 똑같이 비츠 헤드폰, 니콘 디지털 카메라, DVD, X박스 게임 콘솔이 등장했다. 게임 콘솔만 가격이 30달러 낮아졌다. 실제로, 타겟의 블랙 프라이데이 전단지는 2008년부터 레이저 스쿠터의 가격이 17달러 내지 22달러 사이의 변동만 있었을 뿐이라고, 소매 가격 할인을 추적하는 웹사이트인 브래드스 딜스(Brad’s Deals)가 밝혔다.
#연휴
미국인들의 추석이라 할 수 있는 추수감사절을 즈음해 지난해 실시된 각종 조사를 보면 미국인들도 스트레스를 받고, 전통을 덜 따르며, 가족 모임을 거르기도 한다. 건강정보업체 헬스라인이 미국인 22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2%가 “명절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선물과 모임에 돈을 쓰는 것’이었다. 미국소매협회가 2015년 4281명을 조사한 데 따르면 미국인은 추수감사절 연휴 동안 선물 값으로 평균 229달러를 썼다.
추수감사절은 한 해를 돌아보며 감사예배를 드리는 게 전통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그렇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미국 성인 205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약 60%가 “감사할 일을 돌아보기보다 영상을 내려받아 보거나 책을 읽는다”고 답했다. CNN은 2015년 추수감사절 신풍경이 가족 아닌 친구와 파티를 여는 ‘프렌즈기빙(Friendsgiving)’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추석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로 수확의 풍성함을 축하했다. 추수감사절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도 소개하긴했지만 모쪼록 가주교육신문 독자 여러분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추수감사절 보내시길 기원한다.
Vol.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