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우먼> 이야기
힘을 내요 슈퍼파워~ㄹ (feat. 김영철)
슈퍼히어로 (superhero) :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고정 인물의 한 형태이다. 보통 초인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악과 싸우는 주인공 역할을 담당한다. (-위키피디아)
(In modern popular fiction, a superhero (sometimes rendered superhero or super hero) is a type of costumed heroic character who possesses supernatural or superhuman powers and who is dedicated to fighting crime, protecting the public, and usually battling supervillains.)
프로토타입 형태의 슈퍼맨이 1938년에 처음 등장한 뒤로 슈퍼히어로의 스토리들이 만화책 등의 매체를 장식하게 되었다. 이 용어 자체의 기원은 적어도 19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슈퍼 히어로즈(Super heros)는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가 공동으로 소유한 상표의 이름이기도 하다.
여성 슈퍼히어로
영화 ‘어벤져스(Avengers)’시리즈에서 헐크로 분한 영화배우 마크 러팔로는 자신의 트위터에 “내 딸과 조카들에게 선물할 ‘블랙 위도우’ 장난감이 필요하다”고 쓴 적이 있다. 헐크와 아이언맨 등 ‘어벤져스’ 속 다른 남성 히어로들과 달리 여성 히어로인 블랙위도우 캐릭터를 이용해 출시된 장난감이나 상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또한 헐리우드‘슈퍼히어로’ 업계의 남성 편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4월 종영한 한국 드라마 JTBC의 <힘쎈 여자 도봉순>의 도봉순 캐릭터는 눈길을 끈다. 한국에선 보기 드문 여성 슈퍼히어로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도봉구 도봉동에 사는 도봉순은 행주대첩 당시 치마로 나른 돌의 숫자보다 돌로 때려 눕힌 적군의 숫자가 더 많았다는 '행주대첩의 여전사 박개분’으로부터 시작된 모계 혈통으로 유전되는 괴력을 물려받았다. 단 선량한 사람을 다치게 하면 벌을 받아 그 힘이 사라진다.
‘힘센 여자’ 하면 많은 사람들이 원더우먼을 떠올릴 것이다.
원더우먼은 1941년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윌리엄 마스톤과 해리 G 피터가 마가렛 생어의 페미니즘 이론과 그리스 신화를 참조해 만든 만화 캐릭터로 1941년 12월에 DC 코믹스의 《올 스타 코믹스(All Star Comics )》 8호에서 처음 등장했다. 초기에는 치마를 입고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삼각형의 팬츠로 바뀌었다. 마스톤은 당시 남성 수퍼 영웅 (Superman, Batman, Captain America)의 명성에 부응해서 여성 영웅이 소녀와 소년들에게 영감을 주기를 희망했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원더우먼이라 불리던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 1975년부터 1979년까지는 ABC와 CBS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최근 개봉한 패티 젠킨스 감독의 '원더우먼'은 아마존 왕국의 공주이자 무적의 전사로 훈련 받은 다이애나가 자신의 사명을 깨달은 후 원더우먼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4일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패티 젠킨스 감독의 ‘원더우먼’은 개봉 첫 주 북미 4,165개 극장에서 1억 5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역대 여성 감독 최고 오프닝 기록이다. DC코믹스의 <원더우먼>은 지난 주말 5,850만 달러를 더하며 2주 연속 1위를 지켰다. 누적 수익은 2억 달러를 돌파했다. 개봉 2주차 수익감소율은 43%로, 같은 기간 70%에 달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이나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에 비하면 상당한 선전이다. DC코믹스를 기반으로 제작된 DC 확장 유니버스(DCEU: DC Extended Universe)의 시리즈들이 다소 맥을 못 추고 있는 가운데 '원더우먼'이 자존심을 살려준 작품이 됐다. 한편 원더우먼 단독 작품이 나온 것은 1979년 작인 린다 카터 주연 TV드라마 이후 38년여 만이다. '배트맨 V 슈퍼맨'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갤 가돗이 주연을 맡았다.
원더우먼의 영화화 시도는 21년 전부터 있었다.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시각 효과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던 1996년, 코미디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이반 라이트만 감독은 산드라 블록을 원더우먼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무산됐다. 이후 유명 제작자 조엘 실버가 프로젝트를 맡아 2001년 안젤리나 졸리, 비욘세, 메간 폭스, 엘리자 더쉬쿠, 캐서린 제타존스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각본이 확정되지 못하며 지연됐다. 2005년 실버는 시나리오 작가 조스 훼던에게 아예 감독까지 맡겼지만 그는 스스로 마음에 드는 각본을 완성하지 못하고 2007년 손을 뗀다. 원더우먼의 과거사를 다루고 싶어한 각본가들과 달리 실버는 원더우먼을 현대극에 등장시키고 싶어해 마찰을 빚은 것도 제작이 계속 중단된 원인으로 전해진다.
이후 별 다른 진전없이 없던 원더우먼 프로젝트는 저스티스 리그를 부활시키려는 DC의 기획으로 본격 제작에 나선다. 패티 젠킨스 감독이 합류하면서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지금의 이야기가 다시 쓰여졌다.
논란의 원더우먼
UN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선정하고 그 가운데 5번째 목표를 양성평등과 여성 능력의 고양 (Achieve gender equality and empower all women and girl)으로 정함에 따라 2017년을 ‘여성·소녀 권익 증진의 해(the empowerment of women and girls’)로 선포했다. 지난 해 10월 21일에는 원더우먼을 명예홍보대사로 지명하기도 했다. 1970년대 티브이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린타 카터 등을 초청해 성대한 임명식을 했다. 지지자들은 원더우먼의 선구적이고 여성주의적 이미지와 근육질의 용맹함이 성폭력 근절과 여성의 전면적인 사회참여를 촉진하는데 상징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엔 내부에서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여성인권단체들은 선정적인 옷차림에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백인 여성 캐릭터를 여성인권 홍보대사로 선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유엔 직원들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상대로 지명 철회 청원 온라인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두 달 새 4만5000명의 서명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원더우먼 캐릭터가 맨 처음엔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전사로서 페미니스트 메시지를 대변하려는 의도였을지라도, 현실에서 나타나는 캐릭터는 커다란 가슴에 말이 안되는 신체 비례를 지닌 백인 여성”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여성을 (소비·쾌락을 위해) 대상화하는 현실이 세계의 언론 매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현실에서, 유엔이 성적으로 과장된 여성 캐릭터를 (홍보대사로) 사용하려는 것은 충격적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과 비판이 갈수록 커지자 제프리 브레즈(Jeffrey Brez) 유엔 대변인은 결국 원더우먼 홍보대사의 임기를 12월말로 종료한다고 발표했으나 명확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세계 최초의 여성 슈퍼히어로 원더우먼은 자기모순적인 면이 있다. 20세기 중반 미국 페미니즘의 표상이면서, 번번이 사슬에 감기고 재갈이 물린 채 등장해 남성의 왜곡된 성적 욕망을 자극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한때 원더우먼은 과다노출 때문에 전미문학심의기구의 금서 목록에도 올랐다. 원더우먼을 옭아맨 수갑과 족쇄·재갈·사슬은 여성 억압을 상징하는 은유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 마스턴의 은밀한 사생활이 좀더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그는 본디지(결박) 성애자였고 '여성은 묶이는 것을 좋아하는 존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2명의 부인, 4명의 자녀와 한 지붕 아래 살았다.
갤 가돗
코믹스 원작에서 원더우먼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세상에 처음 나서지만 영화 ‘원더우먼’에서 주인공 다이애나가 고향인 데미스키라를 떠나는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는 1918년으로 바뀌었다. 각본가인 앨런 하인버그는 설정을 바꾼 이유를 제1차 세계대전의 시대와 오늘날 사이의 유사점을 생각하며 제1차 세계대전의 시대와 비슷하게 민족주의가 부흥하는 오늘날을 살고 있으며 사소한 일만으로도 국제적인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데미스키라의 다이애나에게 국적은 없으며 그녀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며 평화를 추구하는 존재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원더우먼은 민족주의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로 원더우먼 역을 맡은 배우 갤 가돗때문이다.
갤 가돗의 원더우먼은 레바논에서는 볼 수 없다. 지난달 31일 헐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원더우먼'의 베이루트 프리미어를 불과 몇시간 앞두고 레바논 정부가 영화 상영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갤 가돗의 이스라엘군 복무 경력과 지지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에후드 바락(이스라엘 군인 출신 정치인)이 여장을 하고 베이루트를 습격한 이래 레바논이 이스라엘 여성을 이렇게 두려워한 것은 처음이다.” 레바논이 공식적으로 영화 상영을 금지하자 이스라엘 신문 하아레츠는 이렇게 평했다.
갤 가돗은 유태인이며, 이스라엘 군에 복무하기도 했다(군 복무는 18세 이상의 이스라엘 남녀의 의무다). 그녀는 2014년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 대피 지역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던 당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에 “비겁하게 여성과 아이들 뒤에 숨는 겁쟁이들인 하마스의 잔학 행위로부터 조국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이스라엘 방위군을 지지한다는 응원하는 글을 올려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자)’ 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유엔 인권 위원회에 따르면, 이 전면전에서 1,462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사망했으며 대부분 민간인이었다. 이스라엘인은 72명이 사망했는데 이중 군인이 아닌 사람은 6명뿐이었다. 영화 속 원더우먼은 사람들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지만 현실의 갤 가돗은 언급이 없었다. 영화 곳곳에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 등 동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하게 언급되는 이슈들을 꼼꼼하게 챙기며 사려 깊은 연출을 한 패티 젠킨스 감독의 여성 영웅과 갤 가돗이라는 배우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감독이 받은 편지
젠킨스 감독은 지난 11일 SNS에 “내 프로듀서가 보낸 글이다. 정말 대단하다. 이 글이 힘든 하루를 가치 있게 해준다. 이 글을 보내준 사람들에게 매우 감사하다”고 올렸다. 그 글은 ‘원더우먼’과 관련한 어린 관객들의 사연 및 후기를 모은 것이다.
“저는 유치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래는 모두 다 원더우먼 영화가 나온지 일주일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월요일에는 평소 아이언맨을 좋아하던 남자 아이가 엄마 아빠에게 원더우먼 도시락통을 사달라고 했다.
- 여자 아이가 "나는 커서 다이아나처럼 외국어 수백 가지를 하고 싶어요!" 라고 했다.
- 원래는 미녀와 야수 테마의 생일파티를 개최하려고 했던 아이가 파티 3일 전에 무조건 원더우먼 파티를 하고 싶다고 졸라서 바꿨다.
- 화요일 쉬는 시간에 여자 아이들 일곱 명이 모두가 원더우먼이 되고 싶어 하다가 다 같이 아마존이 되기로 결정했습니다. 서로 다투는 대신에 같이 악을 무찌르기 위해 같이 협조하겠다고.
- 한 여자 아이는 원더우먼이라고 불러주지 않으면 답을 안한다.
- 한 여자 아이는 "세상을 구하려면 준비 태세여야 하니까" 유니폼 대신 원더우먼 갑옷을 입고 있어도 되냐고 물었다. 선생님이 웃으면서 그래도 된다고 하니까 그 다음날은 원더우먼 옷을 입고 왔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페미니즘 캐릭터라는 평가를 넘어 여성우월주의라는 비판, 주연을 맡은 배우에 대한 구설 등 영화 <원더우먼>은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 질 르포어는 그의 책 '원더우먼 허스토리’에서 원더우먼이 1900∼1910년대 페미니즘의 산물이자 1960∼1970년대 페미니즘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어떤 논란에도 불구하고 원더우먼은 20세기 페미니즘 역사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존재다.
Vol.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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