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ckin’ On Nobel’s Door - 노벨상에 얽힌 이야기들 (02)
노벨상 수상식이 열리고 있다.(출처:thenobelprize.org)
알프레드 노벨은 다이너마이트 외에 특허를 355개나 낼 정도로 스웨덴의 대표적인 발명가이자 화학자, 기술자, 사업가 그리고 작가이기도 했다. 그런 노벨이 어떻게 해서 자신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하게 됐는지, 그 이유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1888년에 알프레드의 형 루드비히 노벨이 사망했을 때 프랑스의 신문들은 그가 죽은 줄 알고 “죽음의 상인 사망하다…. 사람을 더 많이 더 빨리 죽이는 방법을 개발해 부자가 된 인물….”이라는 기사를 냈다고 한다.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는 처음엔 산업 개발에 사용되었지만 이후 점차 군사적으로 사용되면서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쟁 무기가 됐기 때문.
이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은 노벨은 죽음을 판 사람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내놓아 상을 제정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누명 또는 죄책감을 벗기 위해 상을 제정했는지는 노벨 본인만 알 수 있겠지만 생전에 썼던 편지와 유언장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알프레드 노벨은 1893년에 평화운동가 베르타 폰 주트너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고 한다.
“나는 기꺼이 내 유산의 일부를 한 재단에 기부하여 5년마다 수여되는 상을 제정하고 싶습니다. … 남자이건 여자이건 유럽에서 평화의 실현에 가장 공로가 큰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입니다.”
노벨상 수상자 심사과정
수상자 선정 작업은 그 전해 초가을에 시작된다.
이 시기에 노벨상 수여 기관들은 한 부문당 약 1,000명씩 총 6,000여 명에게 후보자추천을 요청하는 안내장을 보낸다. 안내장을 받는 대상은 전해의 노벨상 수상자들과 수여 기관을 비롯해 물리학, 화학, 생리학 의학 분야에서 활동 중인 학자들과 대학교 및 학술단체 직원들이다. 추천 안내장을 받은 사람들은 해당 후보를 추천하는 이유를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며 자기 자신을 추천하는 사람은 자동적으로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후보자 명단은 그 다음해 1월 31일까지 노벨위원회에 도착해야 한다. 후보자는 부문별로 보통 100~250명 가량 된다. 2월 1일부터 6개 노벨 위원회는 접수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각기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이 기간 동안 각 위원회는 수천 명의 인원을 동원해 후보자들의 연구성과를 검토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검토 작업에 외부 인사를 초빙하기도 한다.
각 노벨위원회는 9~10월 초 사이에 스웨덴 왕립 과학 아카데미와 기타 상 수여 기관에 추천장을 제출하게 된다. 상은 단체에도 수여할 수 있는 평화상을 제외하고는 개인에게만 주도록 되어 있다. 죽은 사람은 수상 후보자로 지명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다그 함마르시욀드(평화상,1961)와 에리크 카를펠트(문학상, 1931)의 예처럼 생전에 수상자로 지명된 경우에는 사후에도 상을 받을 수 있다. 공동 수상뿐 아니라 한 사람이 여러 차례 수상하는 중복 수상(마리 퀴리, 물리학상 1903, 화학상 1911)도 가능한 반면 마땅한 후보자가 없거나 세계대전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수상자 선정을 보류하기도 한다.
노벨물리학상 심사위원장을 역임했던 맷 존슨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교수는 후보를 심사하는 기준은 해당 철저히 해당 후보의 업적과 개인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지며 대학이나 지역, 국가, 성별 등에 따른 안배는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심사위원회가 후보를 선정했다고 해서 왕립학술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존슨 교수는 “1908년의 경우 심사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올린 후보가 왕립학술원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상 수여기관에서 행해지는 심사 및 표결 과정은 50년간 비밀에 부쳐진다. 일단 수상자가 결정되고 나면 번복할 수 없다.
2016년 노벨상 수상자
1901년부터 2016년까지 경제학상을 포함 총 579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미국이다. 수상자들의 출생지를 기준으로 해서 미국은 모두 259명을 배출했는데 특히, 과학, 의학 분야와 경제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은 압도적이었다. 영국이 85명으로 그 뒤를 이었고 일본은 24명이며 한국 출생 수상자는 노벨위원회 공식 통계로 2명이다. 1987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은 찰스 피더슨(Charles J. Pedersen)박사는 미국인 학자이지만 1904년 한국 부산에서 출생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올해 물리학상은 물질의 위상 전이의 비밀을 밝힌 영국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3명이 공동 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4일, 올해 노벨물리학상의 절반을 데이비드 사울레스(David J. Thouless, 워싱턴대)나머지 절반을 던컨 홀데인(F. Duncan M. Haldane, 프린스톤대) 마이클 코스털리츠(J. Michael Kosterlitz, 브라운대) 교수에게 수여했다.
화학상은 ‘분자기계’(molecular machines) 연구에 기여한 장피에르 소바주(Jean-Pierre Sauvage,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프레이저 스토더트(Sir James Fraser Stoddart, 미국 노스웨스턴대), 베르나르트 페링하( Bernard L. Feringa,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생리학·의학상은 지난 50년간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 현상을 연구해온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Yoshinori Ohsumi, 일본 도쿄 공업대) 교수가 선정되었다.
평화상은 콜롬비아 평화협정을 이끈 후안 마누엘 산토스(Juan Manuel Santos) 콜롬비아 대통령이 수상했다.
경제학상은 '계약이론(contract theory)' 만든 올리버 하트(Oliver Hart,) 하버드대 교수와 벵트 홀름스트룀(Bengt Holmström)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학상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Bob Dylan)에게 돌아갔다.
밥 딜런에게 문학상을 수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않고 있는 가운데 노벨위원회의 연락을 받지 않고 수상 소감도 없는 밥딜런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노벨위원회는 딜런의 문을 두드리길 포기했다(Nobel panel gives up knockin' on Dylan's door)"는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밥 딜런의 두문불출을 보도하고 있다.
한편 지난 17일 영화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의 실제 주인공인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노벨경제학상 메달이 뉴욕의 소더비경매에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로이스 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