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댄싱 선수 민유라 인터뷰(1)
스케이트 탈 때가 제일 행복해요
한국계 미국인 아이스댄싱 선수인 민유라 선수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민유라 선수가 우리말이 서툴러서 걱정이 된다며 민유라 선수의 어머니가 동석을 했지만, 민유라 선수의 우리말은 미국(남가주 토랜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만큼 유창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할머니와 부모님의 교육 덕분이었다고 한다.
Ø 스케이트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엄마 - 6살 때 언니를 따라 스케이트장에 갔는데 ‘엄마 나도 할래’라고 해서 그냥 단체 클래스에 집어 넣었어요. 사실 처음에 큰 애한테 포커스를 했었기 때문에 유라한테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었죠. 그런데 큰 애가 열다섯 살 때 갑자기 스케이트는 그만하고 공부를 하겠다는 거에요. 무척 실망이 컸죠. 5년을 넘게 훈련을 해왔는데..
사실 스케이트가 시키는 엄마들에게도 중독성 같은 것이 있어요. 아이에게 예쁜 옷을 입혀서 링크에 들여 보내놓고 엄마들끼리 커피를 마시면서 바라보는 행복한 시간에 빠지는 거에요. 하지만 정작 아이의 마음속은 들여다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아이의 생각이나 의견도 물어보면서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했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텐데, 그 때는 왜 그걸 몰랐을까 하고 후회가 됐어요. 유라는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8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했고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Ø 학업은 어떻게 했나?
민 - 3학년까지는 일반 초등학교를 다녔어요. 그 이후로는하이스쿨까지 홈스쿨링을 했어요.
엄마 -새벽 5시에 아이를 깨워 요바린다 스케이트장에 가서 훈련을 하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모두 마친 뒤, 오후에 또 연습을 시켰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가 많이 힘들어하고 자주 아팠어요. 그래서 홈스쿨링을 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죠.
Ø 피겨스케이팅 종목 중 아이스 댄싱을 선택한 이유는?
민 - 열네 살 때까지 싱글 종목을 훈련했어요. 물론 계속 아이스 댄싱 수업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스텝과 활주 등에서 아이스 댄서 출신의 코치들이 싱글 선수들을 계속해서 따로 코치를 해주거든요.
엄마 -점프 연습할 때는 힘들어하던 애가 아이스 댄싱 연습을 할 때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는 거에요. 노바이스 아이스 댄싱 청소년 부문에 출전해서 주니어 내셔널까지 진출한 적도 있었죠. 그러다가 2010년 여름방학에 한국에서 훈련을 할 때 지도를 받던 신혜숙 코치님과 신혜숙 코치팀에 있던 이동원 선수의 아버님께서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이스댄스 육성팀 오디션에 참가해 보지 않겠냐고 연락을 주셨어요. 그래서 11월 태릉에서 오디션에 참가하게 되었고, 그때 아이스 댄싱으로 진로를 확정하게 됐습니다. 유라가 아이스 댄싱을 너무나 좋아하니까요.
Ø 지금 코치는 어떤 분이고 어떻게 만났나?
민 - 러시아 출신의 이고르 쉬필밴드 코치님이에요. 아이스댄싱 팀 세계 1위부터 3위권에 있는 팀들을 키운 아주 유명한 분이죠. 제가 이런 분을 만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에요.
캘리포니아에는 댄스코치가 없어서, 코치를 찾고 있었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치들이 많이 모여 있는 미시간주에 다른 코치를 만나러 갔었어요. 캔턴에 있는 연습장에서 혼자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저를 자꾸 쳐다보고 있는 거에요. 그러더니 저를 불러서 ‘너 누구니?’ 하면서 여러 가지를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민유라’고 코치님과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씀 드렸지요. 연습이 끝나고 엄마랑 만났는데, 코치님이 “내가 왜 너를 모르지?, 이렇게 잘 타는데?” 하고 칭찬을 해주시면서 저를 발탁해 주셨어요. 파트너 찾는 일도 도와주셨구요.
엄마 -12살 때 내셔널 대회에 한 번 나가고 아이스댄싱 시합에는 나간 적이 없으니, 당연히 모르실 수 밖에요(웃음). 얘는 스케이트를 탈 때 항상 즐겁게 즐기면서 타요. 링크에 들어가기만 하면 아주 재미있게 타거든요. 아마 그런 모습이 맘에 드셨던 것 같아요.
Ø 파트너인 알렉산더 개믈린 선수와의 호흡은?
민 - 원래 파트너를 정할 때, 트라이아웃이라는 것을 하거든요. 파트너가 있는 나라에 가서 호흡을 맞춰보고 시작할지 안 할지 결정하는 거예요. 그런데 알렉스를 파트너로 만날 때는 트라이 아웃을 안 했는데도, 첫날 같이 연습을 해 보니 정말 호흡이 잘 맞았어요. 기본기가 서로 같은 편이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좋은 파트너를 찾기가 힘든데,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Ø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한국 대표로 출전하고 싶은가?
민 - 네, 그럼요.(웃음)
Ø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 하려면 둘 다 한국 국적이 있어야 하지 않나?
민 - 저는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고, 알렉스는 이중국적 취득을 의뢰하고 있어요. 올림픽을 제외한 다른 대회는 빙상연맹 규정상, 선수 중 한 명의 국적으로 어떤 대회든 출전을 할 수 있는데 올림픽은 두 명 다 한국국적이 있어야 해요.
엄마 - 좀 건의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유라의 후배들을 위해서도 꼭 말씀 드리고 싶어요.
유라가 파트너를 찾으면서 트라이 아웃을 했었는데, 그때 유라와 꼭 맞는 선수를 만났었어요. 이태리 선수였는데 유라와 호흡이 너무나 잘 맞았거든요. 그런데 우리 힘으로만은 그 선수를 잡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한국빙상연맹(KSU)에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썼어요. KSU에서 도와주면 좋은 선수를 파트너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도와달라는 메일을 보냈죠. 그런데 너무 비협조적이었어요. 답장도 잘 안 오더군요. 너무나 아쉬웠어요.
외국에서는 주니어일지라도, 연맹에 부탁을 하면 전문가가 파견되어 그 선수의 연습하는 모습 등을 보고 평가를 해서, 좋으면 함께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팀을 만들어줍니다. 미국은 미국연맹(USFSA)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그런 도움을 기대하고 부탁을 드렸는데 전혀 협조가 없었어요. 너무 아쉽고 황당하더군요. 그 선수 이름이 ‘스테파노 카루소’라고 이태리 국적인데 독일선수로 올림픽에 나갔던 선수였어요. 한국에서 한국대표로 데려올 수 있도록 도와 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서 참 아쉬운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 부분이 꼭 개선되길 바랍니다.
Ø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목표하는 성적은?
민 - 출전자체와 10위권 안에 드는 것이 목표에요. 우리나라는 평창올림픽 티켓이 딱 한 장 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여태까지 아이스댄싱 분야에서 성적이 없었으니까요. 대한민국에서는 단 한 팀만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출전하는 것 자체가 목표지요. 지금은 레베카김 선수팀이 종합에서 약간 앞서 있어요. 하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연습하면 1년 정도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우선 2017년 내셔널(세계선수권)에서 1등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국제 시합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한 단계 한 단계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Ø 민유라 선수만의 주특기나 장점은?
민 - 음… 표정 연기력이 좋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웃음) 음악 리듬을 타는 것도 좀 잘하는 것 같구요.(웃음)
Ø 스케이팅 이외에 본인의 장점이 있다면?
민 - (웃음) 글쎄요.. 음.. 지난 1월10일 서울에서 시합이 끝나고 일주일 정도 더 머물렀는데, 신혜숙(피겨스케이팅 한국 국가대표팀 코치) 코치님으로부터 10명 정도 되는 아이들에게 스케이트 스킬과 표정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생각해 보니 저도 하고 싶던 일이어서 코치비 같은 것 없이 최선을 다해 가르쳐주었어요.. 해 보니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할 수 있는 한 정말 열심히 가르쳤죠. 아침 저녁 2시간씩이요. 아이들이 대부분 점프는 잘 하는데 스케이팅을 참 재미없게 하는 거에요. 그리고 한달 후, 시합 때 가서 그 아이들을 보았는데, 한 남자아이가 내가 가르쳐 주었던 것을 잘 기억해서 시합을 아주 잘 치르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리고 그 아이가 상을 탔어요. 관중들도 무척 좋아했구요.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보람을 많이 느꼈죠. 아이들 가르치는 것이 즐겁고, 저와 잘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Ø 14년이나 스케이트를 탔는데 힘든 시기나 슬럼프는 없었나?
민 -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스케이트를 탔죠. 그러다 사춘기가 왔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도 싫고, 엄마 말을 듣기도 싫은 거에요. 나도 아무 음식이나 먹고 보통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싱글(종목)을 할 때 많이 힘들었거든요. 스케이팅은 좋은데 점프 연습은 정말 하기 싫었어요. 저는 싫은데 엄마는 저에게 어려운 점프 스킬을 자꾸 연습시키셨어요(웃음).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 댄스로 종목을 바꾸고 싶어서 엄마와 의논하고 엄마를 설득 시키는 과정이 힘들었죠. 또 그 이후에도 댄스 파트너를 찾아야 하고, 훈련 장소를 새로운 곳으로 옮겨서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Ø 어떻게 극복했나?
민 – 그런데 막상 스케이트를 그만두려고 생각해 보니, '내일 스케이트를 안타면 무엇을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힘들긴 하지만, 여태껏 노력해 온 것이 아깝기도 하고, 스케이트를 안타는 나를 상상할 수가 없었어요. 그때가 14살쯤이었네요. 다시 힘을 내자고 스스로 격려하며 조금씩 조금씩 연습을 하다 보니 점점 회복이 되고 극복할 수 있었어요.
Ø 좋아하는 음식?
민 - 많죠(웃음) 한식을 좋아해요. 잡채, 호박죽 음…
엄마 - 어릴 때는 너 인터뷰할 때 콩비지찌개 좋아한다고 했었어(웃음)
Ø 체력과 체중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데 힘들지 않나?
민 - 먹고 싶은 건 다 먹어요.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참지 않고 먹는 편이예요. 대신 양을 많이 먹지는 않아요. 어릴 땐 힘들었는데, 이제는 익숙해 져서 괜찮아요.
Ø 특별히 싫어하거나 피하는 음식이 있나?
민 – 없어요. 다 먹어요(웃음)
엄마 – 다 먹는데 어릴 때부터 콜라, 햄버거, 피자 이런 건 안 먹었어요. 그래서인지 햄버거 냄새를 아직도 너무나 좋아해요(웃음). 어릴 때 한번은 햄버거를 사 준 적이 있었어요. 발가락을 다쳐서 처음으로 일주일을 쉰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인앤아웃 햄버거를 하나 사줬더니, 봉투에다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면서 안 먹고 있는 거에요. 그러면서 그냥 가지고 있겠대요. 하루 종일 엔조이 하겠다는 거에요(웃음). 그 때가 아마 열 살 때였을 거에요.
Ø 스케이트를 안탈 때는 무엇을 하나?
민 –음악과 춤을 좋아해요. 특별히 힙합춤을 무척 좋아해요. 유투브를 보고 따라 하면서 춤을 배워요. 가르쳐 달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같이 춤을 추는 영상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해요(웃음).
Ø 좋아하는 가수는?
민 – K-POP그룹 블락비 하고, 빅뱅하고..(웃음)
엄마 – 잘하는 건 많은데 워낙 스케이트에 시간을 뺏기니까.. 많은 것들을 취미로 계속 하면 좋은데 못하죠. 또 한가지 사격을 잘해요. Lake Arrowhead에서 작은 사격 시합이 있었는데 나가서 남자아이들과 경쟁을 해서 일등을 했었어요. 그래서 이걸 시켜야 하나 했었죠(웃음).
Ø 사격은 집중력이 중요한데 시합을 할 때 집중력은 좋은 편인가?
민 – 네, 저는 시합도 좋아하지만 박수소리를 들으면 힘이 나고,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좋아해요. 저를 쳐다봐주고 눈을 마주치면 관객들이 웃어줘요. 그게 정말 좋아요. 스텝과 기술도 신경 써야 하지만, 아이스댄싱이라는 게 관객들에게 쇼를 보여주고 즐겁게 해 주는 것이잖아요. 같이 호흡하는 것을 느끼면서 힘을 얻어요.
Ø 한 마디로 무대체질인가?
민 – 네, 그런가 봐요(웃음). 주목 받고 관객과 같이 호흡하고 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아요.
Ø 김연아 선수를 만난 적이 있나?
민 – (사진을 보여주며) 2년 전 종합에서 만난 사진이에요. 활동 무대는 다르지만, 랭킹 갈 때마다 만났어요. 이번 대회(제70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도 시상하러 나왔었죠.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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