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아 원장 – 푸른 초장의 집
엄영아 원장 – 푸른 초장의 집
“가정폭력”이란 부모, 배우자, 자식, 형제자매, 친척,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폭력, 다시 말해 가족 구성원이나 근친자에게 행하는 폭력적인 행위 또는 폭력에 의해 지배하는 행위 전반을 일컫는 말로써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흔히 가정폭력이라고 하면 신체적인 폭력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 외에도 언어적 학대, 정신적 학대, 성적 학대, 경제적 학대 등도 포함된다.
한국 등을 포함한 동양권의 가족 중심적 문화에서는 가정폭력을 ‘남의 집안일’로 치부하던 뿌리깊은 편견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정 폭력은 그 기준과 처벌이 매우 엄격하며, 피해 당사자의 직접적인 피해 이외에도 추방 등으로 인한 가정파탄을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물론, 가정폭력은 법률적 처벌의 수위를 논하기에 앞서 문명사회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인간이 저지르는 비이성적 행위 중에서도 가장 야만적이고 잔혹한 폭력행위임이 분명하다.
안타깝게도 통계에 의하면 매 9초마다 미국에서 한 여성이 구타당하고 있다고 한다.
미주 한인들을 위한 상담기관의 상담 건수 중, 약 70%가 가정폭력 및 성폭력 상담일 만큼 가정 폭력은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이민사회에서는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의탁할 가족이나 친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의 피해자 중 69%가 미국내 친지 없이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아직까지도 상당수 한인들은 자존심이나 가족들의 체면 등 한국적인 정서로 인해 피해 사실을 숨기고 혼자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며, 특히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자신보다는 자녀들의 미래 때문에 오랜 세월 고통을 겪으면서도 피해사실을 숨기려 한다고 한다.
가정폭력의 위험과 고통 속에서 신음하다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자식을 품에 안고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여성들과 어린 자녀들에게 따뜻한 안식처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푸른 초장의 집’ 이라는 곳이 있다.
‘푸른 초장의 집’의 엄영아 원장을 만났다.
▲ 푸른 초장의 집에 대해서 소개해 주십시오.
푸른 초장의 집은 가정폭력과 학대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처받은 여성들과 그 자녀들을 위험 상황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 하면서 필요한 의식주를 제공해 드리는 여성 보호소입니다.
▲ 여성 보호소라 하면 주로 남편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로 군요.
그렇죠. 간혹 약혼자나 남자친구에게 피해를 입은 싱글 여성들도 있고, 아들이나 딸에게 학대를 받은 어머니 등과 같이 가족간의 학대인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이고, 남편에게 매를 맞거나 학대를 받아서 오신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하셨는지요?
올해로 22년째 사역을 하고 있는데요, 1993년도에 12명의 여성들이 모여서 발기인이 되어 기독교 비영리 단체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제가 포함되었고요.
The Women’s Transitional Living Center에서 40-Hours Domestic Violence Certification Training을 받고 Staff이 되었는데, 당시 한인 사회 에선 선구적인 분야였죠.
▶ 22년씩이나 이 일을 계속해 오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 일이 좀 특수한 분야이다 보니, 하겠다고 직접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이 일이 아주 신나고 재미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슬프고, 마음 아프고, 외로운 일이다 보니, 도와주겠다고 하는 봉사자는 많은데 직접 일에 뛰어들어서 하겠다는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하나님이 주신 내 사명이다 생각하고 어찌하다 보니 벌써 22년이 되었네요. 시간이 너무나 빨리 흘렀네요.(웃음)
▶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당시 한인가정상담소에 접수되는 한인 가정폭력 사례가 많았는데, 상담하시던 분들이 내담자들을 미국 쉘터로 보내 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영어가 능숙하지 못하고, 음식도 맞지 않고, 함께 가게 된 자녀들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났지요. 그래서 스스로 쉘터를 나오거나 문제를 일으켜서 쫓겨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 한인 사회에도 쉘터가 필요하겠다. 우리가 그 일을 좀 도와보자’ 이런 안이 오렌지카운티 한인 가정상담소에서 처음 나오게 되었죠.
당시 OC한인가정상담소에 계시던 여명미 선생님께서 함께 이 일을 추진해보자 하셔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지금까지 몇 분들이나 도움을 받았는지요?
셀터에 최대한 계실 수 있는 기간이 3개월이라 3개월 동안 계신 분들도 있고, 하루 만에 돌아가신 분들도 있는데 어머니와 아이들까지 모두 포함해 지금까지 약 1,300명 정도를 도와드렸습니다.
▶ 무척 보람이 크시겠어요.
그 때는 고통스럽고 외롭고 힘들기도 했지만 20년이 되니까 이제 열매가 열리네요.
아이들이 잘 자라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박사가 되고, 요즘 또 아이들이 결혼을 많이 하네요.(웃음). 어머니 자신도 박사 학위 따신 분, 좋은 직업을 가지시고 건강히 잘 되신 분들.. 그런 분들이 많이 나왔어요.
물론, 모두가 다 잘되는 것은 아니에요. 어떤 어머니는 살기가 너무 어려워서 집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매맞고 나오기도 하고, 그런 분들도 많이 있어요.
사실 결혼해서 살다가 헤어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또 남편이 처음 때렸을 때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빌고 하면 대부분 한번은 기회를 주게 되는 거죠. 그래서 또 집에 들어가기도 하고… 그런데, 그 병이 못 고치는 병이거든요.
미국 통계에 의하면 고칠 수 있는 확률이 0.01%도 안되고, 고쳤다고 하더라도 함께 살면서 8년 동안 폭력행위가 전혀 없어야 완치된 것으로 봅니다.
▶그 병이라는 것이 남편의 폭력성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죠. 학대 받는 여성들의 선택은 세 가지 중의 하나에요.
그대로 계속 매를 맞고 살거나, 멀리 도망가서 숨어서 지내거나, 법에 호소해서 남편이 교육받고 상담을 받아서 한 번 고쳐볼 수 있는 기회를 체공하거나.
그 세 번째가 가장 좋은데 가장 어려워요. 남편을 경찰에 신고해서 법정에 세우는 일이잖아요. 재판을 받으면 남편에게 상담과 교육을 받으라고 하게 되는데, 교육의 종류가 많아요. 가정 폭력 교육에서부터 시작해서, 화를 많이 내는 사람은 Anger Management를 받아야 하고, 술 먹는 사람은 알코올 교육도 받아야 하고, 마약을 하는 사람은 또 추가로 교육을 받아야 하고, 교육이 많죠. 일년 동안 그런 교육들을 받고 사인을 받아서 국가에 제출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또 때리는 사람이 많아요.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시간 없애고 돈 없애고 고생한다...’
스스로 반성을 하고 내가 고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감정적으로 더 악화돼서 남편이 먼저 이혼을 신청하기도 하고, 원수가 되기도 하죠.
▶ 폭력을 행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맞을 짓을 해서 맞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로 그렇지가 않아요.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길 때에 이유를 만들어서 때리는 거에요. 사람은 절대로 다른 사람을 때려서는 안되죠. 폭력은 당연히 Crime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때리는 것은 어려서부터 습득된 교육이지요.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것을 보고 자랐거나, 친부모나 양부모에게 많이 맞았거나, 군대에 가서 많이 맞았다거나.. 이런 경험을 통해 때려서 상대방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생긴 거에요.
때리는 데는 이유가 없어요. 전등을 켜놓으면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고 때리고, 전등을 어둡게 해놓으면 눈 나빠진다고 때립니다. 물컵을 씻어서 엎어 놓으면 이가 빠진다고 때리고, 바로 세워 놓으면 먼지가 들어간다고 때린답니다. 이유가 있어서 때리는 것이 아니라, 때리고 싶으니까 이유를 만드는 겁니다.
대체적으로 여자들이 남자보다 물리적인 힘이 약하기 때문에 남자들이 크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면 처음엔 일단 말을 듣습니다. ‘아, 내가 잘못했나 보다.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걸 보니’하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데 이게 효과가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이 방법을 계속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 강도는 점점 더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결국 맞아 주기 때문에 때리는 겁니다. 처음부터 방어를 해야합니다. 한 번만 방어를 하면 폭력을 막을 수도 있는데 처음 한두 번 맞아주게 되면, 그 남자는 계속 때리려고 하게 됩니다.
▶ 처음 폭력을 당하게 된다면 놀라고 당황할 것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운 적도 없기 때문에 방어할 생각도 못할 것 같은데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래서 LA 카운티에서 가정폭력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청소년 Dating Violent’ 에 대한 세미나도 하고, 각 학교를 찾아가서 교육을 시도 했었습니다만, 효과가 크지않았어요. 재정도 필요하고 인원이 동원되어야 하고 하니까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요.
프로그램도 있고 교재도 다 있습니다만, 교회에서도 ‘가정폭력’만 가지고 세미나를 하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봉사자 세미나 같은 기회가 있을 때 여러 프로그램들 중에 하나로 하지요.
▶ 좀 다른 얘깁니다만, 동양에서는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우라고 했고,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서양의 격언도 있는데 사랑의 매와 폭력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구분하기 어렵지 않아요. 부모가 감정 컨트롤이 안되어서 애를 때리는 가와 교육적인 목적으로 야단을 치는가는 본인 스스로가 알 수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매는 때려서는 안됩니다.
두 살배기 아이가 뜨거운 전구를 만지려 한다던지 전기소켓에 쇠젓가락을 넣으려 한다던지 하는 위험한 짓을 하면 손바닥을 때려서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일단 가르쳐야 하겠지요. 왜 위험한지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그 외에 매라는 것은 결코 교육적이지 않습니다.
말을 안 듣는다고 때리고, 대든다고 때리고, 말대꾸 한다고 때리다 보면 점점 더 화가 나고 분노가 증폭되어 매가 매를 부르게 됩니다. 감정컨트롤이 안되어서 때리는 것이지 결코 교육적인 목적이 아니에요. 매는 전혀 효과가 없다고 봅니다. 매는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고 모독하는 거에요. 매를 맞는 사람에게는 반성이 아니라 분노만 생깁니다.
좋은 의사소통의 방법으로 충분히 타이르고 감정에 호소하고 소통해서 말을 들도록 하는 것이 부모가 배워야만 하는 대화의 스킬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엔 체벌 이외엔 다른 방법을 배우지 못했던 거에요, 우리 부모님들에게는 다른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없었어요. 모두가 그렇게 보고 자랐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아니까 아동학대 금지법을 만들고 가정폭력을 범죄로 처벌하는 것 아니겠어요?
▶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이곳에 오게 되나요?
여러 가지 경로가 있는데, 먼저 스스로 연락하신 분들은 대부분 금방 쉘터에 오지는 아요. 여러번 상담을 하죠. 그런데, 폭력 피해를 입고 경찰서에 가게 되어 경찰로부터 연락이 오거나, 소셜워커가 심각한 가정 폭력이라고 판단해서 연락을 하거나, 교회에서 목사님이 상담을 계속하다가 최종적으로 권유를 하시는 경우가 많죠. 또 가족들이 연락을 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오시는 경우가 드물고, 친구가 연락을 하는 경우엔 대부분 집을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빨리 오시게 되는 특성도 있어요.
먼저, 전화로 intake를 하게 되는데 상담자의 경우가 전형적인 가정폭력인지, 일반적인 부부싸움 정도인지를 판별하게 됩니다. 부부싸움 정도인 경우엔 전화상담으로 도움을 드리게 되고, 가정폭력의 사이클 중에 속해 있다고 판단이 되면 쉘터에 오실 것을 권유해 드리는 거죠. 물론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고요.
▶ 가정폭력의 사이클이란게 뭔가요?
가정 폭력에는 일정한 사이클이 있습니다. 때리고(폭발기), 잘해주고(허니문기), 소름 끼치는 공포의 시간(긴장 고조기)이 있고, 또 때리고, 잘해주고,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또 때리고... 이렇게 반복되는 사이클을 폭력 사이클이라고 해요.
▶ 그렇게 해서 쉘터에 오신 분들은 어떤 도움을 받게 되나요?
먼저 저희가 모시러 가는 경우는 없고요. 스스로 집을 나와 약속된 장소에서 만나면 비밀의 장소로(쉘터)모시고 갑니다. 모시고 가면 3일 동안은 그냥 푹 쉬게 내버려둬요.
대부분 3일 동안은 울고, 자고, 먹고, 울고, 자고, 먹고를 반복합니다. 아빠에게 엄마와 같이 매를 맞은 아이들은 커튼을 치고 3일 동안 문밖으로 나오지도 않아요. 아빠가 커튼을 열고 찾으러 올까 봐 두려움에 떱니다.
3일 이후에는 정상적인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됩니다. 방학 때는 아침 6시 반, 학기 중엔 5시 반에 일어나서 함께 QT(묵상)를 합니다. 그 다음 아침 식사를 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10시부터 각 요일별로 Domestic Violence Awareness, Anger Management, Stress Management, Money Management, Time Management, Communication Skill, New Life Healing Ministry, Parenting Class등의 교육을 하죠.
오후 시간엔 전문 상담가에게 상담을 받는데, 상담가가 오는 경우도 있고 외부로 나가서 상담을 받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하루 일정을 마치면 저녁식사를 하고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고 주무시게 됩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쉘터에 계시면서 변호사나 Social Service, Medical 등의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에겐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있고요,
특히 정신적으로 큰 트라우마를 받으신 분들을 위해 정신과 의사도 리퍼렬 해드리고 있습니다.
또, 한 달에 한 번 야외 피크닉도 가고, 돌잔치나 생일 파티, 땡스기빙도 함께 하구요. 특히 크리스마스 파티는 크게 해요. 크리스마스에는 1년 동안 저희 쉘터에서 지내시다가 나가신 분들 중에 파티에 참석하실 수 있는 분들을 모두 초청해요. 선물도 많이 드리고 좋은 시간을 갖습니다.
▶ 최장 3개월 동안만 셀터에 머물 수 있다고 하셨지요?
네, 3개월 동안만 계실 수가 있어요. 3개월 이후에 경제적 능력이 있으신 분들은 아파트라도 구해서 나갈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미국은 저희처럼 3개월 동안 머무를 수 있는 Emergency Shelter 바로 옆에 그 다음 단계인 2nd Step House라는 장기 프로그램 기관이 붙어 있어요. 그래서 쉘터를 떠난 분들이 바로 2nd Step House에 들어가서 1~2년 동안 더 머물면서 공부도 하고, 직장도 다니면서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저축도 하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할 수 있는 거죠.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 그런 프로그램이 없어요..
네 가정 정도를 모실 수 있는 규모로 세컨드 스텝 하우스를 세우려면 약 120만불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사실 저희가 지금 그 돈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2nd Step House에 들어가면 참 좋은 게, 어머니가 일을 나가시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봐줄 사람이 없잖아요. 그러면 우리 사회에 좋은 인적 자원이(Volunteer) 많으니까, 대학생들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거에요. 주중에는 Tutor도 해주고, 주말에는 운동도 하고, 하이킹도 하면서 아빠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어머니들이 아빠없이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부족함이 없도록 도움이 될 수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2nd Step House를 만드는 게 저희의 큰 목표이자 소원입니다.
▶ 셀터 운영도 100% 후원에 의존 하시는데 2nd Step House 건립 기금은 어떻게 모으시죠?
저희가 1년에 두 번 모금행사를 하는데요, 한번은 4월달에 ‘일일식당’ 을 운영해서 $9.99짜리 티켓을 팔아요. 그러면 한 장당 약 $4이 남아서 한 만불 정도가 모이고요. 그 다음엔 7월 달에 창립 기념행사(감사찬양예배)가 있는데 그 때 광고비나 현금 등을 통해서 또 모으고있어요.
▶ 그럼, 지금 3개월이 지나서 쉘터를 떠나시는 분들은 어떻게 되나요?
미국의 2nd Step House에 주선을 해 드리기도 하는데, 영어로 의사 소통이 되어야 하고 여러 가지로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가족들의 도움을 받거나 월 $500짜리 방이라도 얻어서 새로 시작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 가정으로 다시 복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되나요?
오갈 데가 없어서 매를 맞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남편이 개과천선해서 여자가 다시 가정으로 복귀하는 비율은 거의 없습니다.
아셔야 할 것은 때리는 남자는 절대로 안 고쳐 진다는 것입니다. 습득된 폭력은 일종의 중독과 같습니다.
▶ 피해 당사자도 문제지만 아이들도 큰 문제 아닌가요?
사실 이혼을 하게 되면 부부는 남남이라 원수가 되면 그걸로 끝이에요. 교육을 통해 힐링을 받은 여자분들은 원수까지는 안되고요, 애들의 엄마로서 애들의 아빠에게 ‘하이’ 정도는 쿨하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에요. 아이들이 받은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이혼을 하면 부부는 남이 되지만, 아이에겐 영원히 엄마이고 아빠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받는 상처가 대단히 큰데 특히, 가정 폭력을 당한 아이들은 더욱 심각합니다.
어려서는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힘(권력)을 가진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아버지 편을 들고, 아버지가 절대로 바깥에 나가서 집안일을 말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이 비밀을 지키면서 자연적으로 말이 없는 아이가 되죠. 학교에서도 외톨이가 되고, 항상 머릿속에 걱정만 하고 사는 거에요.
더군다나, 엄마가 한번 집을 나간 적이 있는 경우에는 엄마가 또 언제 집을 나갈까 항상 걱정하게 되는 거죠. 또, 부모가 서로 때리고 맞고 심하게 싸웠는데, 하룻밤이 지나고 나서 다시 서로 잘해주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상황을 보면서, 아이들은 ‘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때릴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맞을 수도 있구나’ 하면서 사랑과 폭력을 혼동하게 되지요.
이 아이들이 자라서 Teen Dating을 하게 되면 사랑이나 질투를 이유로 때리거나 차를 파손하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을 아무 거리낌없이 하게 되는 겁니다. 늘 폭력이 난무하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밖을 배회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나쁜 환경을 접하게 되고 가출, 임신, 폭력, 마약 등의 문체에 노출되는 등 아이들이 너무나도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거에요.
내성적인 아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청소년 교통사고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라고 합니다.
▶ 그렇다면 가정 폭력이 발생했을 때는 이혼이 최선일까요?
이혼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거니까, 일단은 부부가 상담을 통해서 고칠 수 있는지 시도를 해보고, 폭력 행위가 있을 때는 경찰도 불러봐야 해요. Court 명령으로 교육도 받아보고, 그런 과정을 다 겪어 본 다음에 그래도 가능성이 없다면 이혼 해야죠. 절대로 열 번, 스무 번 맞은 다음에 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처음에, 한 번, 두 번째 이내에 시도해 봐야 해요. 개중에는 깜짝 놀라서 변하는 가정이 있기도 해요. 절대로 오래 참으면 안됩니다.
요새는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다고 생각해서 상담을 잘 안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상담은 철저히 비밀이 보장되 거든요. 그래서 상담을 많이 권유 하셔야 해요. 상담이 생활화 되면 정말 좋은 점이 많습니다. 너무 나도 힘들게 느껴지던 상황도 상담을 통해 완전히 해소되거나 한결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내 비참한 모습이 남에게 알려질까 봐 상담을 안 받거든요. 전화 로만 상담을 하고 안 와도 되는 것이니까. 상담을 많이 권유해 주세요.
▶ 특별히 미주한인여성 여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미국에 사는 많은 한인 남성들이 배우자 특히, 재혼 상대자를 한국에서 데려옵니다. 데려올 때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너 하나면 된다. 미국에서는 내가 버는 것으로 충분히 살 수 있다.’ 이렇게 말하고 데려와요. 그런데 실제로 와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은 겁니다. 부자 행세를 했는데 전혀 자실이 아니거나, 무슨 무슨 일을 한다고 했는데 와보니 놀고 먹는 사람인 거에요.
그리고는 슬슬 영주권을 빌미로 여자나 여자의 친정으로부터 돈을 가져오도록 요구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거나 돈이 없는 여자도 있을 거 아니에요? 순진하게 남자 말만 믿고 따라온 여자들. 이런 여자들을 달달 볶으면서 핑계를 만들어 때리는 거에요. ‘내 덕에 영주권을 받게 되는데 돈 한 푼 안 내놓냐’ 라고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빙빙 돌려서 교묘하게 스트레스를 주면서 괴롭히고 때리는 거에요.
여자나 친정의 재산까지 미리 확인을 하고 접근해서 결혼을 했는데, 일이 마음대로 안되자 여자를 괴롭히고 폭행하는 경우도 있고, 몇만 불을 가져다 주었는데도, 더 가져 오라고 때린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 사무실에 이런 케이스가 정말 너무나도 많아요.
초혼도 마찬가지에요. 유학생이나, 다른 체류 신분으로 미국에 온 한국 여자에게 접근해 결혼을 해서 영주권을 빌미로 폭행을 가하고 돈을 뜯어내는 겁니다. 절대로 대놓고 ‘영주권’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지만, 종합해 보면 결국 영주권을 빌미로 계속 돈을 요구하고 폭행을 하는 거에요. 비율로는 재혼의 경우가 훨씬 많고 개중에는 결혼을 3번한 남자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이 널리 알려져서 더 이상은 이런 일로 피해를 보는 여성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끝으로 가주교육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엄마, 아빠가 사이가 좋은 거에요.
엄마 아빠가 행복하게 사는 거, 끌어 안는 거, 뽀뽀하는 거, 서로 위해주는 거. 이런걸 애들이 보고 자라면 정서적으로나 성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매우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한 번도 아빠가 엄마의 손을 잡는 것도 못봤고, 허그 하는 것도 못 봤고, 키스하는 것도 못 봤고,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도 못 봤던 애들이 결혼하면 뭘 보고 배워서 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그걸 가정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라는 거죠.
엄마와 아빠가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훌륭한 교육입니다.
한명이라도 더 많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서는 쉘터의 존재를 널리 알려야 하겠지만, 초기 5년 정도까지는 신문 등에 한 번도 홍보를 하지 못했고, Caller I.D가 나오기 전까지는 협박 전화와 위협 때문에 사무실과 쉘터 사이를 오갈 때 가발을 쓰기도 하고, 옷도 여러 번 갈아입기도 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신변을 보호하고 사생활을 보장하여야 하기 때문에 숨어서 하는 봉사일 수 밖에 없는 가정폭력피해자보호소.
왜 이런 위험한 일을 하셨냐는 질문에 ‘뜻’ 이라는 것은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하나님으로부터 나에게 어떤 일이 주어질 때, 그 일을 해 나가는 것이 결국 하나님의 뜻이고, 내 뜻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순종하는 마음으로 계속하게 되었다고 대답한 엄영아 원장은 원래 신학을 전공한 전도사라고 했다.
거짓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육신과 영혼을 치료하고 위로해 주는 엄영아 원장과 ‘푸른 초장의 집’ 가족들은 삶 자체로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는 진짜 전도사임이 분명하다.
< 푸른 초장의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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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한 기자
Vol. 13-201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