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피트가 만든 세상
브레아와 LA, 어바인을 매일 오가야 하는 나는 요즘 운전할 맛(?)이 난다고나 해야 할까? 평일에도 프리웨이가 뻥 뚫려 있으니 오가는 시간이 확 줄어서 하는 말이다. 웃픈 현실이다. 지옥같은 남가주 교통체증이 사라져 버린 지도 꽤 된 것 같다.
병원에 들어갈 때도 앞에는 선들이 그어져 있다. 그 간격은 6피트. 한 명씩 병원 직원은 안내를 받으며 열이 있는지에 대한 문진을 거쳐 입장하게 된다.
이는 마켓에서도 비슷하다. 모든 마켓들이 그렇게 하는 지는 모르지만 우리 동네 미국 마켓과 코스트코 계산대 앞에는 줄이 그어져 있고 그 만큼 떨어져 한 명씩 돈을 내기 위해 계산대로 향한다.
사무실에 나와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부분의 직원들을 재택근무로 전환하니 마치 주말에 잠시 들른 것처럼 조용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저기서 전화상담이 진행되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건만, 지금은 오랜 전 이야기가 돼 버렸다.
이 모든 게 코로나가 불러 온 현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겪고 있다 보니 하루하루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조차 혼동을 느낄 정도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미국내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를 가진 미국이건만 전염병을 다루는 대응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대응할 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미국은 무슨 일이든 신속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대규모 대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힘을 갖춘 나라라는 막연한 믿음이 허상이었다는 자괴감을 요즘처럼 깊이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뭔가 우왕좌왕하고, 확실한 정부주도의 시스템이 실종된 것 같은 대응조치를 보면서 "이게 실제 미국의 모습이란 말인가?"란 실망을 감출 수 없다.
이젠 그 이유나 원인을 따져보거나 비판할 시간이 없다. 우리 스스로 감염예방을 차단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당연히 이에 따른 후폭풍도 거세다.
경제활동이 멈춰서니 곳곳에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동시에 사회적 교류와 소통까지 6피트 이상의 거리감을 만들고 있다.
이번 사태로 학부모들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학교는 전부 폐쇄돼 아이들은 집안에서만 지내고, 대학에 보냈던 아이들도 짐을 싸들고 집에 들어와 앉으니 하루 삼시세끼를 해먹이고, 매일 쏟아져 나오는 옷들을 빨래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아이들의 하루 24시간이 구분되지 않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초중고 자녀들은 아침에 등교해 오후 3-4쯤 귀가하는 큰 시간분배가 분명했지만, 지금은 노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것도 아닌 정말 애매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부모의 마음은 더욱 답답해 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때론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다.
최악의 경우 이번 학기는 실종되고 곧바로 여름방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라지 않는 것이지만 작금의 상황은 그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하루 일과에 대한 정확한 계획과 규칙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반드시 지키도록 해야 한다. 당연히 아이들이 나태해 지는 것을 방지하고, 학업습관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지 않고, 자신이 이 상황을 이용해 자신에게 득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 지 자녀들이 깨닫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가족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즐겁고 웃음이 넘쳐야 하겠지만, 긴 시간을 지내다 보면 여기저기서 마찰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것들이 즉각 해결 또는 해소되지 않거나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이번 비상상황에서 각자의 일에 충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때다.
지나김 | 시니어 이그제큐티브 디렉터 / 어드미션 매스터즈 www.TheAdmissionMasters.com / (855)466-27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