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구사능력이 의대 진학에 미치는 영향
프리메드 학생들의 언어구사능력은 당연히 의대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이 대화를 통해 환자를 돕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기에 이 사실이 달라질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의대 진학에 영어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고 거기에 제 2 외국어 구사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당연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필자가 지도하는 한인 프리메드 학생들 중에 오직 영어만 사용하는 학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인 학생이기 때문이라는 특성도 있지만, 이런 점은 백인이든 다른 인종의 학생들에게도 적용되는 사실이다. 그 능력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제 2 외국어 구사력을 갖추지 않고 의대에 지원하는 학생을 만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한인 학생이라고 무조건 한국어만 할 줄 알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한국어 외의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필자는 한인 학생이 한국어를 할 줄 모르면 의대 진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확률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부모나 학생들이 간혹 있기에 객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자료를 함께 보기로 하자. AAMC라고 불리는 미국의대연합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에서 각 의대에 제공하는 학생선발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면 그 이유를 유추하기 수월하겠기에 일부를 소개한다.
“Medical schools must provide the supply of professionals that will meet patients’ needs, which may include preferences for professionals of the same race or those proficient in the patient’s native language. Minority physicians can help meet patient preferences in providing quality health care. Physicians proficient in languages other than English can help address linguistic and cultural barriers that may exist.”
의대가 왜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다양성의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지를 제시하는 문건에서 제시하는 바는 이것이다. 즉, 동일 인종 혹은 영어 외에 특정 언어에 능숙한 의사를 배출해야 언어 및 문화적 장애요소를 뛰어 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이런 점은 필자를 비롯해서 미국에서 살아가는 외국태생 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일상적인 것이다. 통역 없이 법정에서 의사표현을 하는 것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필자도, 건강문제로 의사를 찾아갈 때는 한국어가 조금이라도 되는 의사를 선호하고 있다. 그 이유가 어려운 의학용어 때문만은 아니다. 적어도 식생활을 비롯한 문화적 배경이 유사한 의사가 내 건강문제를 좀 더 잘 이해할 듯싶고 문제해결도 더 현실적으로 도와줄 듯싶은 이성적 논리에서 도래된 결론이다.
한인 학생이 한국어를 잘 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생각하는 가정에서는 생각을 바꿔서 한인 학생이 한국어도 못 한다면 결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물론 스페니쉬를 잘 하지만 한국어를 못 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의대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에서 제 2 외국어에 대한 부분은 충족시켰는지 몰라도 문화적 이해력까지 함께 보이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남미에서 자란 학생이라면 문화적 이해력도 보일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까지 해결되지는 않는다. 뿌리에 대한 자부심 문제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서 세상을 이끌어 가는 미국이란 나라에서 인종(Race) 외에 민족(Ethnicity)에 대한 분류는 항상 이루어지며 이는 의대 지원서에도 적용된다. 구사가 가능한 언어를 적고 어린 시절 집에서 사용한 빈도에 대해서도 묻는다. 소수민족 출신의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 중에 해당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보이지 않는 이는 거의 없으며 이는 언어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민 역사가 우리보다 긴 유대계도 그러한데 상대적으로 이민 역사가 짧은 우리 한국계 학생이 한국어 구사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근본적 매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자녀를 낳아 키웠고, 이제는 성장하여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로 살아가는 자녀를 보며 감사하며 살아가는 이민 가정의 가장으로서, 한국어를 통한 뿌리 교육을 강조하자고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하버드 의대에 진학시킨 그 많은 학생들 중에 한국어가 불편한 학생은 없었다는 사실을 '의대 진학 전문가'로서 강조하는 것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kynamEducati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