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보드 게임을 하다
이번 칼럼에서는아이들과 보드 게임을 같이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주는 이익이 무엇이며 어떤 종류의 게임이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게임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정보를 얻으며 얻은 정보를 반복하게 된다. 그 반복은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지식 습득으로 이어진다.
정보, 지식에는 단어의 의미와 활용, 수 개념과 연산, 공간 지각력, 확률과 패턴, 인간의 감각기관, 자연 생태, 과학적 원리 등이 있다. 이는 책에서도 얻을 수 있는 많은 양이다. 단순한 정보를 얻고 기억하는 것은 배움의 가장 기본적 단계이지만 이러한 정보 습득은 왠지 인공지능에게나 맡겨야 할 것 같은 약간 지나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이 시대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아이들에게 정보와 지식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이 더 어렵고 소중하다. 즐거움 없는 지식 습득은 참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보드게임은 지식 전달을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한다는 장점 이외에 창의적 문제 해결과 논리적 사고 능력을 길러 준다는 점이 강점이다. 정보와 지식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방대한 양을 내 안에서 어떤 식으로 조절하여 삶에 표출하여 나타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 가면서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여러 가지 길 또는 두세 가지 길 중 선택을 해야만 한다. 게임의 끝을 향해 가는 동안 아이들은 많은 결정을 해야 하며 그 결정은 무수한 패턴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 그 패턴은 후천적 성향을 만들기까지도 하는 것 같다.
패턴의 습득 즉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이 상황과 저 상황, 이 물건과 저 물건의 다름과 같음을 알아야 하는 변별력이 있어야 하며 그러한 것들을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분류해야 한다. 또한 전체와 부분의 상관 관계를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몰두 해야 하는 집중력이 필요하고 내 머리와 몸이 기억을 하고 있어야 한다.
보드게임을 하면서 너무 거창한 능력들을 들추어 낸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난 가끔 아이들의 타고난 그 기본적 능력들을 목격하면서 깜짝 놀라곤 한다. 그 능력들을 조절하고 다듬고 발전시켜주는 것이 참 좋다. 더구나 보드게임을 하는 중에는 상대방과 아날로그 식으로 직접 대면해 부딪치면서 감정 조절을 해야만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 규칙을 지켜야 하는 절제 등 대인 관계 기술을 습득해 나가며 즉흥적 빠른 결단과 계획된 전략적 사고의 갈림길에서 어떤 경우가 더 현명했었는지 스스로가 잘 알게 된다.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다음 계획을 머릿속으로 되뇌는 게 아니라 말을 하면서 행동을 한다. 표출된 결과를 보고 좋지 않은 결과가 생겼을 때 선생님에게 연신 귓속말을 하는 아이들도 있으며 상대의 느린 결정으로 인한 답답함 때문에 스스로 못 견뎌 게임을 끝내고 마는 성격 급한 아이들도 있다.
보드게임을 하는 동안 인생의 응축된 삶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 과장된 표현은 아닌 듯 하다. 또한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라고 해서 위의 능력들이 발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얕보는 마음도 절제해 주시길 바란다 다음 기회에 게임을 하나하나 소개 드릴 것을 기약하며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보드게임을 마주하시길 부탁 드려 본다.
김경희: abgo.edu@gmail.com
vol.70-0513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