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내 얼굴 “화장”의 역사

에듀스페셜

내가 만드는 내 얼굴 “화장”의 역사

관리자 0

34af1f3cc7fb65710ff838871c87cf4f_1504647047_96.jpg
 

 

화장발이 어때서. 

흔히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화장을 하는 행위 또는 여성의 모든 것을 폄하할때 쓰는 단어가 “화장발”이다. 화장으로 본래의 얼굴을 감추거나 달리 보이게 하는 것은 옳지않다는 가치 평가의 의미도 담겨 있다. 과연 화장은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 행위일까?

 

192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영미문학의 큰 업적을 남긴 시인이자 극작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는  <이 세상이 만들어지기 전(Before The World Was Made)> 라는 시에서 ‘눈썹을 짙게 하여  눈을 더 밝게 하고 입술 더 붉게 칠하여, 이리저리 거울 보며 잘 되었는지 살펴보아도, 어디에도 허영은 없네. 세상이 만들어지기 전의 내 얼굴 찾고 있으니. ‘라고 했다.

 

34af1f3cc7fb65710ff838871c87cf4f_1504647428_32.jpg
(원문 -  

 If I make the lashes dark/  And the eyes more bright/  And the lips more scarlet,/ Or ask if all be right/  From mirror after mirror,/ No vanity's displayed:/ I'm looking for the face I had/ Before the world was made.)

예이츠는 이 세상이 만들어 지기 전, 신이 창조한 최초의 모습, 원형으로 돌아가기 위해 화장을 하는 것이라며 여성의 메이크업을 옹호했다. 즉 화장은 현재 자신의 모습이 아닌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려는 인간의 순수한 열망이라는 것.

 

 

 

화장의 역사.

인간은 언제부터 화장을 했을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지금까지 나온 가장 오래된 ‘증거’는 스페인 남부 무르시아(Murcia) 지방에서 발견된 조개껍데기다. 영국 브리스톨대 조앙 질량(Joao Zilhao)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2010년 무르시아 유적지에서 발굴한 조개껍데기에서 화장품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찾아냈다. 조개껍데기에선 파운데이션처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노란 빛깔의 색소와 검은색 광물이 섞인 붉은색 파우더가 발굴됐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들이 화장을 했다는 최초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 이전에 멸종됐고, 때문에 현대의 인간보다는 덜 진화된 존재로 여겨져 왔던 네안데르탈인들은 조개껍데기에 화장용 색소를 담아두기도 하고 화장도구로도 이용했다는 것이다.

 

34af1f3cc7fb65710ff838871c87cf4f_1504647479_6.jpg
(이미지출처 
http://malaysiagazette.com)

 

“화장”의 어원은 그리스어로부터 유래되었다. 우주, 조화의 뜻을 가진 Kosmos로부터 유래한 Kosmetikos, 즉 잘 정리하다, 잘 감싸다가 Cosmetics(화장)의 어원이다. 우리의 얼굴이 돋보일 수 있게 화장품을 이용해 잘 정리하고 화장품으로 한 꺼풀 잘 감싼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화장의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원시시대 인간은 나체 상태에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과 문신을 새기는 등의 활동을 했다. 그리고 이것을 화장의 시초라고 부른다. 원시 시대 화장은 사회적 지위와 종교적인 의미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위장 행위로 화장을 하기도 했으며, 신분이나 지위를 표현하거나 악을 물리치는 의미로 화장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초의 화장품은 열매와 식물 염료재 또는 광물을 빻은 가루를 동물 기름 등과 섞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화장의 기원을 바라보며 학자들은 관점에 따라 장식설과 이성유인설, 보호설, 종교설, 신분표시설 등을 내놓기도 했다.

  

자연과 동물 등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보호본능으로 사람이 화장을 하게 됐다는 자기보호설은 대표적인 화장의 기원으로 꼽힌다. 신체에 색을 칠해 전쟁에서 적으로부터 신분을 숨기는 행위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신체에 장식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사냥 시 동물에게 들키지 않고 몰래 다가가기 위해 동물 기름이나 배설물을 바르거나 동물의 털과 새의 깃털, 나뭇잎 등을 이용해 위장하는 등 신체 보호 방안을 마련한 행위가 자기보호설에 따른 메이크업이다.

 

34af1f3cc7fb65710ff838871c87cf4f_1504647583_5.jpg
 

타인에게 자신을 아름답게 나타내거나 돋보이고자 하는 인간 내면의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 화장을 시작했다는 것은 장식설에 해당한다. 이에 따르면 다수의 사람은 자신의 신체 중, 아름다운 부분을 돋보이게 하고 추한 부분을 감추기 위해 특정한 문양을 새기거나, 문신, 색칠하기, 장식 등의 치장을 했다. 또한,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해 피를 바르거나 무서운 장식을 했고 위엄을 나타내기 위해 귀하고 화려한 장식과 다채로운 색상으로 치장하기도 했다. 의복을 착용하기 전 신체 전체에 행해지던 화장은 의복 착용을 시작한 후 신체 노출이 되는 부분 즉, 얼굴에 집중적으로 행해지게 됐다. 

 

신분표시설은 공동사회 형성이 시작되면서 종족을 표시하거나 종족 내 지배자와 피지배자 등 신분이나 계급을 구분하기 위해 화장이 시작됐다는 설이다. 높은 계급의 사람은 자신의 용맹을 과시하거나 타인보다 우월해 보이려는 본능적인 욕구로 인해 타인과 구분되는 치장을 한다. 신분표시설에 따르면 동·식물 등 자연에서 채취한 장식물과 색 등으로 신체를 치장하기도 했으며, 신체의 변형과 상흔, 문신, 머리 장식 등 원시적인 메이크업 방법을 이용해 종족과 신분, 계급, 성별 등을 표시했다. 이 외에도 영적인 존재에 대한 심리적인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는 영적인 존재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려는 방안으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는 종교설과 이성이나 친구의 마음을 사로잡고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 화장을 시작했다는 이성유인설 등이 화장의 기원으로 꼽히고 있다. 나라와 민족 등에 따라 각기 다른 풍습과 환경을 지니고 있는 만큼, 화장품도 다르게 발달했다. 그래서 화장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화장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7500년 전 이집트에서 시작된다. 이집트 고대 무덤에서 발굴된 벽화에는 눈 화장을 짙게 한 남녀의 모습이 등장한다. 눈 주위를 검은색이나 짙은 녹색으로 칠해 눈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었다. 콜(kohl)과 헤나, 적갈색 황토인 레드 오커(red ochre) 등을 화장 재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2010년 ‘분석 화학(Analytical Chemistry)’이라는 과학 저널에는 “이집트인들의 눈 화장은 질병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기능을 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팀은 아이라이너로 사용된 화장품에는 소금납(lead salts) 성분이 포함됐는데 소금납이 산화질소를 만들어내 면역력을 높여줬기 때문에 눈이 병균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납성분은 인체에 유해할 수도 있지만 아주 소량을 사용해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를 봤다”고 했다.

화장이 주술과 치료의 의미를 떠나 본격적인 미의 도구로 쓰인 것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 7세(BC 69~ BC 30) 때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34af1f3cc7fb65710ff838871c87cf4f_1504647672_56.jpg
 

 

한국에서의 화장의 기원에 대해서는 그 시기를 놓고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삼국시대부터는 뚜렷한 화장의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삼국시대 고분벽화 속 인물들은 갸름한 얼굴에 백옥 같은 피부, 얇고 둥근 눈썹, 가늘고 긴 눈매와 넓은 이마, 그리고 연지가 찍힌 볼이 두드러진다. 특히 고구려에서는 연지를 이용한 화장법이 일반화돼 있어 직업을 구분 짓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이는 「삼국사기」 속 무녀와 악공의 이마에 그려진 동그란 연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34af1f3cc7fb65710ff838871c87cf4f_1504647785_1.jpg
신라에서는 화장이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가령,「삼국사기」에서 화랑의 모습을 묘사한 것을 살펴보면 ‘미소년이 아름다운 옷을 입고 분을 바르고 구슬로 장식한 모자를 썼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아름다운 육체에 아름다운 정신이 깃든다는 신라시대의 영육일치 사상의 발로를 보여준다. 이렇듯 신라에서는 남녀 모두가 화장을 즐겨하다보니 흰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 납가루 분과 쌀가루 분을 만드는 제조기술이 상당히 발달했다. 하지만 이런 재료는 부착력과 퍼짐성이 부족해 분을 바르기 전에 족집게나 실면도로 얼굴의 털을 다 뽑아야 했고 이후 물에 개어 바르고서 20~30분간 잠을 자야 곱게 발라졌기에 그 방법이 매우 복잡했다. 또한 붉은빛 염료를 얻을 수 있는 잇꽃으로 연지를 만들어 입술과 뺨에 바르기도 했으며, 백합의 붉은 수술로는 색분을 만들어 활용했다. 특히 연지가 사용되기 시작한 5~6세기에는 남녀 모두 뺨과 입술에 연지를 붉게 바르는 것이 성행했다. 신라의 화장 경향을 계승한 고려시대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보다 짙은 화장을 선호했다고 한다.  

 

화장은 권력이다.

로마 시대의 역사가 오비디우스가 쓴 ‘아름다움의 기교’엔 여드름 제거용 팩 제조법이 기술되어 있다. 역사가 플리니우스는 얼굴을 희게 하고 그 상태를 유지해주는 미백 팩을 만드는 방법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팩은 콩가루와 맷돌에 탄 보리, 달걀, 포도주의 앙금, 사슴뿔 가루, 수선화 구근, 벌꿀을 섞어 만든다. 이 화장술은 여성뿐 아니라 당시 로마 원로원의 관료들과 정치가들, 즉 남성에게도 적용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로마황제 네로도 밤낮없이 이 팩을 붙였다고.

 

고대 그리스부터 흰 피부를 선호했다는 기록도 있다. 하얀 피부는 밖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의 상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계급이 낮을수록 땡볕에서 일하느라 피부가 검고, 상류층일수록 하얀 피부를 갖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하얀 얼굴을 갖기 위해 백연광(white Lead)이라는 납성분을 얼굴에 바르기도 했다. 하얀 얼굴을 욕심내다 납중독에 걸려 단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화려하게 번성했던 화장 문화는 중세에 접어들면서 주춤해진다. 외모를 꾸미는 것은 정숙하지 못한 행동이고 신이 주신 것을 꾸미고 감추는 것은 교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서와 관련된 역사서적에는 고대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기술인 화장술을 근본적으로 악한 것,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했다. 기독교의 위서로 분류되는 기원전 2C의 <에녹서(the Book of Enoch)>는 천사 아자젤이 인간들에게 ’여러 가지 금속과 그 금속을 다루는 방법, 팔찌와 장신구, 안티몬으로 눈 주위를 칠하고 눈꺼풀을 분으로 꾸미는 법, 진기하고 아름다운 보석과 온갖 염료를 전해주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유대교에 따르면 이 아자젤이라는 존재는 속죄의 날 의식 때 인간이 죄를 대신 짊어지고 희생의 길을 떠나는 염소를 받아들이는 ’사막의 악마’로 나타난다. 따라서 아자젤은 악마적인 존재로, 그런 존재가 인간의 여성에게 가르쳐준 것들도 악마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34af1f3cc7fb65710ff838871c87cf4f_1504647832_05.jpg
 

이후 르네상스시대가 나타나면서 이탈리아에서부터 여성의 멋내기인 화장이 부활하였다. 옛날 범선은 돛을 올리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그래도 귀부인이 화장하는 시간에 비하면 돛을 올리는 편이 빠르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여성의 화장 시간은 많은 남성들에게 불평의 대상이 되었다. 16세기 이탈리아로부터 전해진 짙은 화장은 17세기를 거쳐 18세기 말까지 계속되었다. 18세기 프랑스에서 화장은 그 자체가 권력이었으며 왕과 왕비, 귀족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귀족들은 왕가의 화장을 따라했고,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 남자들도 화장을 하고 가발을 썼다. 고대 그리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분을 바른 흰 피부는 힘든 바깥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었으며, 입술에 바르는 화장품의 붉은 염료는 가격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 돈 있는 귀족이 아니면 사기가 어려웠다. 화장이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화장과 변장

1913년, 윌리엄스의 여동생 메이블은 짝사랑하던 남자친구에게 버림을 받는다. 시름에 빠진 그녀는 자신이 채인 것은 못생긴 눈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이를 딱하게 여긴 윌리엄스는 바셀린과 검은 숯가루를 곱게 섞어 만든 것을 동생에게 주었다. 이것을 눈가에 바르자 그녀의 눈은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달라졌다. 결국 메이블은 남자친구와 결혼에 성공하였다. 1915년, 윌리엄스는 메이블과 바셀린을 합친 ‘메이블린’ 회사를 설립했다.‘가면’ 혹은 ‘변장’이라는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마스카라가 등장한 것이다.

 

아프리카 니제르와 밀리 등 사하라 사막에 거주하고 있는 우다베 족에서는 남성들이 화장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워소라는 축제가 열리면 많은 남성이 한 마리의 원앙과 공작처럼 화장술로 자신을 치장한다. 같은 기간 여성들은 오히려 꾸미지 않은 본래의 모습으로 자신들을 향한 남성들의 구애를 바라본다. 부족에서 선발된 여성들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들은 미스터 아이시스 또는 미스터 사하라라고 불리는 최고 미남을 뽑고 이 과정에서 최고 미남으로 뽑힌 순서대로 남성들은 결혼을 할 수 있다. 우다베 족 남성들에게는 ‘추하면 잊힌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외모를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여기고 있다. 부족에서는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팔과 다리를 잡아 늘이고 코가 오똑하게 설 수 있도록 당기는 등 아기가 예쁜 남성으로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34af1f3cc7fb65710ff838871c87cf4f_1504647902_68.jpg
 

일본의 뇌 과학자 온조 아야코 박사가 가네보 화장품과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는 여성이 거울을 보고 화장할 때 뇌가 발산하는 호르몬은 사람 사이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을 때 분비되는 긍정적인 호르몬과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화장이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력에 주목한 연구가 이어지면서 영국 적십자사에서는 ‘화장 치료법’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병원에 뷰티 살롱을 두고 화장 처치를 하는 이 치료법은 주로 백반증 같은 피부 질환자나 우울증을 앓는 정신병 환자에게 쓰였고, 심리 상담과 병행됐다. 화장으로 메이크오버를 마친 환자에게 변화에 대한 칭찬을 지속하자 자아 회복에 도움을 주어 우울증 치료에 실제 효과가 있음을 입증받았다는 것이다. 

 

내가 아닌 타인에게 보여지는 ‘또 다른 나’를 위한 욕망은 그 역사가 길다. 그리고 화장이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남성들이 ‘바르고, 그리며’ 살아왔고 살고 있다. 화장은 그저 단순하게 허영을 칠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화장은 그저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 그 자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듯하다.

 

 

 

 

, , , , ,

0 Comments
Facebook Twitter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