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서 공부만 하는 동아시아 학생 근시 많아…야외활동해야"
- 英 이코노미스트 "1960년대 산업화 이후 근시 급증"
- 야외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근시율이 낮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동아시아 지역 청소년의 근시 문제를 조명하면서 "교육열이 높은 동아시아에서 학생들이 야외활동을 하지 않고 교실에서 공부만 해 근시가 많다"고 12일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원래 동아시아에서 근시가 흔하지 않았지만 1960년대 경제성장을 시작한 이후 최근 수십 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대만은 1983년 전국 단위 조사에서 졸업생의 70%가 제대로 보려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최근 그 수치는 80%를 상회한다.
상대적으로 산업화가 늦은 중국은 1960년대 졸업생의 20∼30%가 근시였지만 현재는 대만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의 경우 한 조사에서 서울의 고등학교 졸업생 97%가 근시로 나타나는 등 상황이 더 심각하며, 홍콩과 싱가포르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서구도 동아시아보다는 덜하지만 근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2015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유럽의 근시 비율은 20∼40%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율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한 조사에서는 17∼19세의 59%가 근시였다.
근시로 인한 비용은 적지 않다.
비싼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평생 써야 하고 고도 근시로 생활에 큰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2019년에는 시력이 한 디옵터 나빠질 때마다 시력 상실의 원인이 되는 황반변성이 발생할 확률이 67% 증가한다는 연구논문이 나왔다.
이에 아시아 국가들은 근시를 공중 보건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8년 청소년 근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중국 정부가 작년 개인과외와 게임산업 단속에 나선 배경에는 시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한때 근시의 원인을 대부분 유전으로 생각했지만, 빠르게 산업화를 이룬 동아시아에서 근시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교육과 연관성을 주목하게 됐다.
호주국립대에서 근시를 연구하는 이안 모건 박사는 "학생의 교육 수준과 성적이 높을수록, 방과 후 수업과 과외에 더 많이 참여할수록 근시가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공부하면서 책을 너무 가까이 두고 보는 게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현재 대두한 가설은 햇빛 부족이다.
캘리포니아와 호주 시드니 등지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야외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근시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야외에서 어떤 활동을 하느냐보다는 밖에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연구자들은 밝은 빛에 노출되면 망막에서 눈의 성장 조절을 돕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가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반면 빛이 부족하면 안구 형태가 길어지는 근시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교육을 중시하는 아시아의 학생들은 교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져 햇빛을 볼 시간이 부족하다.
모건 박사는 "특히 동아시아에서 근시율이 높은 이유는 개인과외와 방과 후 수업이 일상이라 학생들이 서구 학생보다 더 오래 공부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일례로 대부분 한국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일부 국가는 학생들이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려 근시 감소 효과를 보기도 했다.
대만은 2010년 학생들이 하루 2시간을 야외에서 활동하게 하는 정책을 시행한 결과 근시율이 2012년 49.4%에서 2015년 46.1%로 줄었다.
싱가포르도 비슷한 정책을 시도했지만, 그 이행을 부모에게 맡긴 탓에 '내 아이만 그렇게 하면 수업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걱정한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부모들을 설득해 학생들을 야외로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